아이돌의 후크송, 원조는 이상은의 ‘담다디’
텔미 텔미 테데테테테 텔미... <Tell me>의 원더걸스.
어쩌다 어쩌다 어쩌다... <어쩌다>의 브라운아이드걸스.
손담비의 <미쳤어>, 슈퍼주니어의 <쏘리쏘리>, 소녀시대의 <Gee> , 2ne1의 <fire> 등과 같은 곡을 일컫어 ‘후크송’이라 부른다.
후크송 (Hook Song) 이란?
갈고리 또는 음표를 가리키는 ‘Hook’ 과 노래의 ‘Song’을 더한 신조어.
누구나 쉽게 기억할 수 있는 싸비(Sabi), 즉, 곡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후렴구에 짧고 단순한 가사를 반복적으로 심어, 대중들에게 강하고 빠르게 어필할 수 있게끔 만들어진 음악을 뜻한다.
실제로 노래의 전부는 기억 못해도, 누구나 원더걸스 <Nobody>의 후렴구를 한 번만 들어보면 손쉽게 후렴구를 따라 부를 수 있으며, 손담비의 <미쳤어>도 마찬가지다.
후크송이란 신조어가 생기는 데는 원더걸스의 “Tell me” 가 빅히트를 치면서부터 라고 볼수 있다. 이어 아이돌그룹과 댄스가수들이 줄줄이 내놓은 후크송이 핸드폰 벨소리나 컬러링의 모바일시장에서 재미를 보면서, 가요계의 트렌드가 되버린다.
그렇다면 이전에는 후크송이 없었을까?
후크송이란 용어만 없었을 뿐, 후크송이라 부를 수 있는 곡들은 있었다.
88년 MBC 강변가요제에서 각설이 패션에 선머슴같은 여자가 탬버린을 끼고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른다.
담다디 담다디 담다디담 담다디다담 담다디담
담다디 담다디 담다디담 담다디다담 다다담...
지금은 폐지된 강변가요제를 통해 대상을 수상했던,
이상은의 댄스곡 <담다디>가 바로 후크송의 원조격이라고 볼 수 있겠다.
당시 ‘담다디’라는 곡 자체도 굉장한 화제와 인기를 불러오지만,
이상은은 여신이라 불릴 만큼 빼어난 외모에도 불구하고, 보이시한 매력으로 그녀만의 영역을 구축한다.
이후, <사랑할꺼야>, <사랑해 사랑해>, <언젠가는>과 같은 곡들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은 그녀.
비록 <사랑할꺼야>는 쿠와타 케이스케의 ‘Just a man in love’를 표절했다는 의혹을 사지만, 서정적인 발라드 <언젠가는>은 불후의 명곡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큼 뛰어나다.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
하지만 이제 뒤 돌아보니
우린 젊고 서로 사랑을 했구나...
여담이지만, 90년도 중반 무렵, 실제로 대학로 어느 신호등앞에서 그녀를 직접 본 적이 있다.
평소 브라운관에서 보던 모습과 전혀 틀리지 않았다. 훤칠한 키에 운동화, 보이시한 옷차림이 영락없이 남자같았다. 하마터면 형이라고 부를 뻔했다. 노을이 내려앉은 신호등앞에는 까까머리의 나와 내친구, 그리고 그녀 단 세명뿐이었다. 나와 친구는 서로 말 좀 붙여보라며 티격태격하다가, 내가 조심스럽게, “저기...” 하고 가볍게 목례를 했다. 연습장과 사인펜을 준비 못한 나는 더 이상 할말이 없었다. 그녀는 씨익 웃어주고는 신호등이 바뀌자마자, 말없이 가 버렸다. She’s gone...
짧은 순간이었지만, 뭔가 알 수 없는 대인배 포스와 뒤태를 작렬하고 사라진 그녀.
아이돌의 입을 통해 후크송이 붐을 이어가는 현재의 가요계.
후크송이란 것도 모른 체 탬버린을 흔들며 ‘담다디’를 부르던 이상은은,
그녀를 데뷔시키고 폐지되버린 강변가요제처럼 자취를 알 수 없는 기억속에 가수로 남아있다.
모든 것에는 시작이 있다.
한번쯤은 시작을 떠올리며, 추억할 수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