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계가 잡아야 될 인재 '개콘' 안영미 편>
<예능계가 잡아야 될 인재 '개콘' 안영미 편>
최근 <개그콘서트>의 황현희의 <소비자고발>,<분장실의 강선생님>을 통해
집중포커스를 받고 있는 안영미.
사실 그녀의 예사롭지 않은 센스와 연기는 이미 몇 년전 개콘에서 강유미와 호흡을 맞춘
<예술속으로>를 통해 검증된 바 있다.
그런 그녀의 감각에 제대로 물이 올랐다.
이제는 뛰어올라야 할 시기가 온 것이다. 바로 예능판.
지난 번 언급했던 박영진과 더불어 필자가 가장 기대를 품게하는 안영미.
왜 그녀인가?
단순히 지금의 인기를 배경으로 그녀를 추천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안영미만의 스타일을 이전부터 보아왔기 때문이다.
버라이어티에 적응할 수 있다고 믿게 만든 건 무엇이길래...
그녀의 모든 웃음코드에는 공감대를 이끄는 힘이 녹아있다.
일단 안영미의 개그스타일을 들여다 보자.
실생활이 녹아든 유머.
섬세하고 날카로운 인간군상에 대한 분석과 묘사 그리고 그녀만의 해석.
이점은 버라이어티에서 가장 요구되는 항목이기도 하다.
특히나 MC들이 반드시 갖추어야할 자질이다.
출연진에 대한 스타일과 행동, 말투, 상황을 묘사하고 캐취하는 인지능력이
정확하고 빨라야 리액션과 애드립을 효과적으로 구사할 수 있다.
첫째,
연애, 결혼, 사랑, 우정, 이별과 같은 상황에서 벌어지는
인간에 대한 원초적인 감정선을 쫓아가며 짚어내는 능력이 돋보인다.
또한,
성별, 학력, 직업군 등에 따른 우리들안에 내재된 일반화된 편견에 집중시켜
개그로 승화시킴으로서 포괄적인 대상을 압축하는, 접근성이 뛰어나다.
일례로, <소비자고발>을 보라.
그녀가 찾아간 수많은 김모씨들은 여러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로 표현되며,
그들이 처한 특수성을 단순화시켜 개그로 폭발시킨다.
둘째,
유행을 아는 트렌드적 시각과 사건사고와 같은 상황에 대한 묘사능력.
대중문화의 코드를 적절하게 활용할 줄 아는 패러디가 있다.
특히나 강유미와 함께 했던 <예술속으로>는 기존의 패러디가 보여주던
오버의 한계선을 뛰어넘어, 절제의 미학이 스며든 결정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셋째,
표현에서 있어, 핵심을 간파하는 언어감각 메타포.
황현희가 유행시킨 “왜 이래, 아마추어 같이.”가 안영미의 입에서
처음 사용됐다는 얘기는 왠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이 말이 나오게 된 스토리가 더 압권인 건.
라디오방송 게스트로 출연한 안영미가 실수를 하고 나서,
당황하는 담당 DJ에게 오히려 이 한 마디를 날리면서, 순간의 위기를 벗어났다는 것이다.
그녀가 얼마나 센스가 있으며, 상황판단 및 수습과 대처능력이 뛰어난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될 수 있다.
예능에서 요구되는 상황에 따른 판단력 및 순발력과 애드립을 세트로 묶어 보여준 멋진 케이스다.
또한 소비자고발에서 최근에 밀고 있는 “기분 탓이겠죠.”
필자는 처음에 뭐지? 싶었다. 확 와닿는 느낌이 없었다.
예를 들어 안영미의 가슴을 놓고 치는 개그가 있다.
황현희는 "우유를 많이 먹는데 왜 당신은 앞뒤가 바뀐 거 같은가?" 라고 묻자.
안영미는 황현희에게 한마디한다. “기분 탓이겠죠.”
이후에 생각해보니, 두가지 의미를 가졌구나 싶었다.
하나, 황현희 당신 기분이 좋으면 크게 보이는 거고, 당신 기분이 별로면
지금처럼 내 가슴이 작게 보이는 것이다라는 정도로 상대를 꼬집는 말과.
둘, 안영미 자신이 기분이 더럽기 때문에 가슴도 작아져 있는 것이다.
기분이 좋아지면 커질 테니, 걱정말라.
<분장실의 강선생님>에서 유행시킨 “이것들아...”
짧고, 단순하고 명쾌해서 좋다. 후배를 무시하고 깔보는 걸 표현하기에,
너무 와닿는 말 아닌가? 단 네자로 말이다.
예전에 필자가 신봉선의 예능에서 성공 가능성을 그녀의 한마디로 확신했던 적이 있다.
버라이어티에 게스트로 초창기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을 무렵, 일밤의 <동안클럽>에 나왔다.
정형돈이 신봉선의 얼굴을 지적하자. 그녀는 강하게 한마디로 받아친다.
“나나 너나!”
구차하게 정형돈의 얼굴까지 일일이 들먹이지 않았다.
이 한마디로 상황을 정리하는 신봉선을 보고,
분명 그녀는 예능에서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을 했다.
버라이어티는 빠르다. 여러 사람이 치고 들어오며 핵심을 간단명료하게
전달할 수 있는 자가 편집에서 살아남고, 이미지가 부각된다.
특히, 예능신인들이 처음에 버라이어티에 진입할 땐 멘트가 짧고 강해야 한다.
짧고 강한 멘트로 자신을 부각시키면서 입지를 넓혀가야 한다.
그게 받쳐주지 않으면, 가능성만 묻어둔 채 돌아서야 한다.
누가 신인에게 자기 할 말 다하도록 기회를 주겠는가?
신인이 장황하게 설치는 건 MC도 PD도 싫어한다.
당연히 기회가 줄어든다.
모 프로에 게스트로 출연한 황현희가 안영미를 두고 소비자고발에서 자르겠다고 한다.
안영미는 황현희를 한마디로 정리한다.
"개념이 없어요."
예능도 드라마나 영화와 같다.
주인공이 있고, 조연이 있으며, 신인은 배역이 아주 작다.
그 작은 배역에 짧은 대사에서, 강한 인상을 주는 사람이 다음에 큰 배역을 받는 것이다.
유행어가 있다고해서 예능에서 유리할까?
물론 있으면 유리하다. 다만, 유행어를 이루는 어구가 짧을수록 유리하다.
여기서도 안영미가 강점을 가진다.
안상태의 “뿐이고...”와 같은 긴 대사가 받쳐주는 유행어보단,
신봉선의 “찌증 지대루다!”, 안영미 "이것들아, 뭐야?”와 같은 짧고 임팩트가 강한 단어로
유행어를 제조할 수 있는 자가 예능에서 적응하기가 쉽다는 말이다.
애드립을 짧고 굵게 칠 수 있는 것도 몸에 베어야 잘 나오는 것.
더군다나 이런 유행어까지 겸비하고 있다면 녹화중 상황만 맞다면,
자신의 유행어를 부담없이 쓸 기회가 많아지게 되는 점도 플러스다.
“난 녹화왔고, 녹화를 했을 뿐이고...” 이런 유행어는 예능에서 1회용이다.
MC가 방송 처음 시작할 때, 그를 소개하며 잠깐 보여주고 마는.
그러나 “짜증 지대루다”, “이것들아”, “기분 탓이겟죠.”, “왜 이래, 아마추어같이.” 는
상황만 맞는다면 녹화중에 시도때도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자기가 아닌 다른 출연진에서 터져 나올 수도 있다.
위에 열거한 것들로만 안영미의 예능계 진출이 성공할 수 있다고 확신하나?
최근 그녀가 게스트로 출연한 예능프로에서 보여준 끼는 얼마나 되는가?
이점에서 필자가 내세울 말이 없다.
연말에 <대결, 노래가 좋다>에 딱 한번 봤기 때문이다.
좋았던 건 나대지 않고, 그녀가 불러야 할 노래를 부를 땐,
굉장히 열심히 활기차게 분위기를 띄었다는 점, 그 정도...
그러나 그럼에도 확신한다.
그녀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털털함이기 때문이다.
털털함. 송은이의 형님같은 털털함보단 김원희의 좀 더 세련된 털털함?
그녀가 잡아줬으면 하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그녀에겐 왠지 모를 젠더리스한 느낌도 나고.
최근 예능에 진출한 여자연예인들을 보면,
현영, 김나영, 장영란 스타일로 비호감을 자처하며 나대거나,
솔비, 이시영, 한성주와 같은 개념에서 먼 4차원 캐릭터.
신봉선, 김신영처럼 강한 여성 이미지를 구축한 세 축으로 나뉘어진다.
센스가 돋보이는 털털한 여성스타일의 캐릭터를 접한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안영미가 들어갈 자리가 있다고 본다.
안영미에겐 김원희가 롤모델이 될수 있지 않나 생각해 본다.
절제를 알고. 센스가 돋보이며 <헤이헤이헤이>를 통해 콩트 경험까지 겸비한 김원희.
문득, 이휘재와 콤비를 이룬다면 좋은 그림이 나올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시작은 게스트나 패널로 내공을 쌓아야 겠지만 말이다.
안영미는 재주가 있는 그릇이다.
그릇에 담아야 할 것은 재능이상의 자신감이 아닐까, 사료된다.
그건 강유미가 버라이어티에 녹아들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는 것과 궤를 같이한다.
센스가 있으며 트렌드에 민감함을 잡아낼 수 있는 안영미의 본능.
그녀가 나를 찾아와, “제가 버라이어티 진출해도 되겠습니까?”라고 묻는다면,
“이봐, 그러지말고 당장 두들겨 봐, 맨땅에 헤딩해도 피밖에 더 나겠나?”라고
말해주고 싶다.
차후 안영미씨의 화이팅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