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어요엄마, '고은미' 전파낭비의 종결자?
스피드 막장극이란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아내의유혹'과 '천사의유혹'을 연달아 히트시킨 김순옥 작가의 sbs주말드라마 <웃어요엄마>. 초반 조복희(이미숙)의 고군분투가 돋보였으나, 시청률로 나타난 효과는 생각보다 미비했다.
여기엔 이미숙의 변화무쌍한 연기를 딸 신달래 역의 강민경이 단조로운 발연기로 응수했기 때문이란 의견이 뒤따른다. 복희와 달래는 의견충돌이 잦다. 그럼에도 둘이 갈등을 빚는 씬의 파괴력이 떨어지고, 팽팽한 긴장감을 끌어내는 데엔 한계에 부딪혔다. 발연기로 폄하할 정도까진 아니더라도, 초짜 강민경이 이미숙과 연기를 펼치기엔 버겁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 점은 21일 방송된 <웃어요엄마> 6회에서도 드러난다. 이미숙을 앞에 두고 같은 악을 쓰는 데도, 강민경과 장미엄마(박준금)의 연기는 크게 차이가 난다. 아빠를 왜 빼돌렸냐며 온몸을 들썩이며 악을 쓰는 강민경의 오버와 "디자이너 불러!"로 긴장감과 재미를 동시에 상승시킨 박준금의 표독스러운 한방.
웃어요엄마, '고은미' 전파낭비의 종결자?
시청자를 붙드는 건, 결국 극을 주도하는 인물의 흡인력이다. '주인공이 무슨 목적을 가지고 있는 걸까, 또는 주인공이 어떻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식의 궁금증과 감정이입을 불러와야 몰입도가 높아지는데, 현재 신달래 모녀에겐 쉽사리 잡히지 않는다. 목적보단 상황에 따라 순간순간 시트콤을 찍는 듯한 느낌. 묵직함이 없고, 가볍게 흘러가는 과정의 연속이다.
때문에 시청자의 시선은 오히려 강신영(윤정희)-신머루(이재황)-황보미(고은미)라인에 쏠리는 듯하다. 그들은 캐릭터에 어울리는 안정된 연기력을 선보이고 있다. 현명한 아내 '강신영'과 찌질한 남편 '신머루'사이에 끼어든 치정녀 황보미.
황보미에게 신머루는 고교시절 첫사랑으로, 머루의 엄마 조복희가 고아인 황보미의 머리채를 잡아 이별했던 상처가 있다. 덕분에 퇴학까지 당했던 보미는 검정고시에 합격해, 현재 국회의원보좌관으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공교롭게도 신머루 역시 국회의원을 꿈꾸는 보좌관.
그리고 그 이면엔 머루와 복희에 대한 보미의 복수가 숨어있다. 이 사실을 모르는 머루는 보미에 대한 죄책감과 애정이 남아 쉽게 흔들린다. 6회에서는 머루가 아내 신영에게 거짓말까지 해가며 사고 당한 보미를 간호했다. 한편 박의원의 아내를 통해 보미의 사고소식을 접한 신영은, 꽃을 사서 보미의 집을 급방문했고, 머루의 위기를 알리며 6회가 끝이 났다.
예고편에선 한술 더 떠, 머루와 보미의 키스신까지 이어졌다. 결국 <웃어요엄마>는 김순옥의 전작 '아내의유혹' 등과 다를 바 없는, 불륜과 치정을 앞세운 복수막장극임을 인증한 셈이다. 어치피 김순옥드라마에서 훈훈한 가족극을 예상한 시청자는 없었을 것이다. 다만 불륜 투하가 시기적으로 빠른 감도 없지 않았다.
이유는 신달래 강민경의 파괴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주인공 신달래에게 흥미를 느끼는 시청자가 낮게 나타났다는 방증이다. 덕분에 황보미 카드를 전면에 내세울 수밖에 없고, 극의 무게중심은 '이미숙-강민경'라인에서, '윤정희-이재황-고은미'라인으로 옮겨갈 것임을 예고했다. 다분히 시청률을 의식한 포석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불륜과 복수로 무장한 삼각관계가 식상하다는 점이다. 일단 황보미(고은미)를 앞세워 신머루(이재황)를 찌질남의 종결자로 만든 뒤, 착한 며느리 현명한 아내 강신영(윤정희)을 밑바닥까지 추락시키는 과정이 예상된다. 그리고 강신영의 또 다른 복수. 그렇다면 '아내의유혹'과 다른 점이 무엇인가.
바로 신달래라는 캐릭터다. 신달래로 한번 더 비틀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신달래 모녀에 대한 시청자 반응이 시큰둥해지면서, '강신영-황보미'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아내의유혹'으로 빠르게 회귀중인 <웃어요엄마>. 결국 신달래는 미끼였고 김순옥작가의 자기복제과정을 지켜봐야 한다면, 전파낭비소리를 면치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