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연예

1박2일 범죄의 재구성-반전을 가능케 한 건?

바람을가르다 2010. 11. 22. 08:40







21일 방송된 해피선데이 <1박2일>에선 이수근의 기막힌 센스가, 예능의 뛰어넘는 한편의 영화같은 엔딩을 장식하며, 안방을 충격과 웃음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놀라운 재미를 뽑아낸 과정을 돌아보면 허술한 듯 보였지만, 반전을 부른 결과가 과정의 재미를 곱씹게 한다.




1박2일, 반전을 가능케 한 것은? 

1. ‘강호동-이수근’ 악연의 시작

전남 장흥으로 떠난 식도락여행에서, 나영석PD는 멤버들에게 바지락회무침을 내놓았다. 그리고 강호동이 비빈 밥 한숟가락을 놓고, 멤버들을 가위바위보를 했다. 승리한 이수근과 강호동이 차례로 맛을 봤다. 그리고 이들은 바지락회무침을 반드시 먹어야 할 이유가 생겼다.

그러나 맛을 보지 못한 ‘은지원-이승기-김종민’은 더욱 간절할 수밖에 없었다. 황제 이승기는 밥상에 떨어진 바지락비빔밥 한 덩어리를 손으로 집어먹는 초강수를 뒀다. 마치 굶주린 흥부마냥. 그나마 김종민이 가위바위보를 이승기에게 제안하지 않았다면, 정말 모양빠질 뻔했다.




2. 은초딩은 깃발을 두 개가 아니라, 왜 세 개를 가져갔을까?

바지락회무침을 먹기 위해선, 제작진이 천관산 연대봉에 꽂은 깃발을 가져와야 한다. 그리고 꼴지를 제외한 모두에게 아침식사가 제공된다. 개인대결로 미션성공확률 80%. 어느정도 여유가 동반된다.

꼴지 예상가능 0순위는 강호동이다. 이유는 강호동이 음식을 탐하는 캐릭터이긴 하나, <1박2일>이 다큐로 가는 것을 가장 경계하는 멤버가 바로 맏형 강호동이다. 강호동은 예능분량을 뽑는 게, 깃발을 뽑는 것보다 우선인 멤버다. 다행히 이수근을 발견한 강호동은 그와 동맹을 맺으며 시간을 벌었다. 먹어도 같이 먹고 못먹어도 같이 먹지 말자는 빈말까지 세팅하는 여유. 그러나 강호동의 말은 이수근의 앞잡이 근성을 깨우고 있었다.

한편 1등으로 천관산 연대봉에 오른 은지원은, 깃발 다섯 개를 보자 세 개를 가져가 다른 멤버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꼴지만 밥을 먹을 수 없음에도 은지원은 두 개가 아니라, 세 개를 가져갔다. 왜? 어차피 꼴지는 깃발이 있거나 없거나 관계가 없다. 4등과 5등의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선 최소한 깃발 두 개가 필요했다. 때문에 자신의 깃발을 포함, 세 개를 가지고 달아났다. 은지원은 쉽게 놓칠 수 있는 부분까지 계산에 넣었다. 은초딩과 은천재를 오가는 선택이었.




3. 이수근, 승부의 마침표는 완벽한 몸개그!

강호동과 이수근은 사라진 깃발을 발견하고 은지원의 희생양이 됐음을 확인했다. 이미 강호동-이수근의 동맹은 끝난 상황. 막판레이스에 불이 붙었다. 은지원은 대주작가의 도움을 받아 배위에 깃발 두 개를 꽂았다. 덕분에 뒤늦게 도착한 강호동과 이수근의 몸개그가 시작됐다.

특히 강호동은 연신 물에 빠져 허우적대며 입수의 달인이 되었다. 역시 입수는 덩치 큰 강호동이 빠져야 제맛이다. 그 틈을 타 선상위에 오른 이수근. 이제 강호동을 피해 깃발을 꼽는 일만 남았다. 천하장사를 피해가야 하는 이수근도 난감하지만, 강호동 역시 이수근을 잡아도 반칙으로 악역이 되는 애매모호한 포지션에 직면했다. 자칫하면 최악의 장면이 될 뻔한 위기. 

이 때 이수근의 재치가 빛났다. 강호동앞에서 일부러 자빠지는 몸개그를 작렬한 것. 이수근의 미끼를 덥썩 문 강호동. 그리고 등 뒤에 감췄던 깃발을 꺼낸 이수근의 통렬한 반전이 이뤄졌다. 모두가 입을 다물 수 없는 기발하고 멋진 피니쉬. 예상못한 결과를 만들어 낸 이수근의 결정력은, <1박2일>의 힘을 보여준다.




이러한 반전드라마를 가능케 한 것은, 멤버들의 캐릭터가 초심으로 돌아간 게 컸다. 깃발을 세 개나 뽑아간 은지원의 초딩스런 발상속에 천재적인 예능감. 언뜻 승부욕이 지나친 듯 보이지만, 알고 보면 늘 예능을 먼저 생각하고 여유를 즐기는 강호동. 손바닥 뒤집듯이 상황에 따라 변신을 감행하는 이수근의 앞잡이스런 본능. 황제와 허당을 오가는 이승기.

동맹 그리고 반칙과 배신. 그리고 빛나는 반전. 캐릭터가 부르는 돌발상황은 시청자의 몰입을 가능케하고 리얼예능의 재미를 극대화시킨다. 만일 김종민만 어리버리를 벗고 <1박2일>에서 새로운 캐릭터를 갖추게 된다면, 새멤버의 영입과 관계없이 최고의 팀웍을 유지할 수 있음을 보여준 멋진 에피소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