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아시안게임, 최고의 병역브로커는?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호성적을 거두며 승승장구중인 대한민국선수단. 20일에도 골프 전종목을 석권하는 등 태극전사의 메달사냥은 계속됐다. 비록 북한에 연장 접전끝에 패하긴 했으나, 지소연을 앞세운 한국여자축구대표팀의 선전은 강한 인상을 남긴 드라마에 가까웠다.
이렇듯 승패를 떠나 최선을 다하는 대한민국 선수들의 활약상은 국민에게 진한 감동과 즐거움을 선사한다. 덕분에 아시안게임과 같은 국제경기는 여러 스타를 배출하는 산실이 되기도 한다. 네티즌을 중심으로 발굴되는 스타에겐 재미난 문구가 따라붙는데, 남자의 경우 병역면제혜택이 주어지는 금메달리스트에겐 ‘병역브로커’ 라는 별명이 그러하다.
개인종목의 경우 스스로 병역문제를 해결하는 셀프브로커가 되는 셈이나, 단체전과 같이 팀을 이룰 경우 혼자만 잘 해서는 해결되지 않는다. 한 팀을 이룬 브로커(?)의 헌신적인 도움을 받아야,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다. 현재 야구대표팀 11명의 병역면제를 불러 온 일등공신 추신수를 일컬어 병역브로커라는 별칭이 새겨진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광저우아시안게임, 최고의 병역브로커는?
1. 야구, 류현진-윤석민
메이저리거답게 기복없는 활약을 펼친 추신수나 대만전에서 홈런 두방으로 쐐기를 박았던 강정호가 눈에 띄는 건 사실이지만, 오히려 정근우-김현수 등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로 이미 병역면제를 받았던 주축선수들의 공을 무시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류현진-윤석민의 마운드를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비록 3실점을 했으나 6-3의 리드를 지키고 내려 온 류현진. 5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 막은 윤석민. 금메달을 사수하고 동료들의 병역문제를 해결해 준, 베이징올림픽의 영웅들이 실질적인 병역브로커가 아니었을까.
2. 바둑, 이창호-이세돌
이번 광저우아시안게임에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바둑. 만일 올림픽에도 바둑이 있었다면, 양궁이나 태권도와 마찬가지로, 바둑은 한국의 메달밭이 되었을 것이다. 조훈현-이창호-이세돌로 이어진 천재기사들의 등장은, 한국바둑을 20년이 넘게 세계최강의 자리에 군림케 하였다.
물론 구리나 콩지에 등을 앞세운 중국의 도전이 만만치 않으나, 국보급 기사 이창호와 실질적인 세계 1인자 이세돌 투톱의 존재감만으로도, 메달에 금칠을 마쳤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이들은 국제경기에 매우 강해, 이번 남자단체전에서도 후배기사들에게 금메달과 병역면제혜택을 동시에 안겨줄 천재브로커가 될 전망이다.
3. 배드민턴, 이효정
20일 배드민턴 혼합복식에서 중국팀을 꺽고 결승에 오른 ‘이효정-신백철’. 짜릿한 승리 후에 감격의 포옹이 네티즌에게 이슈가 되었다. 마치 핸드폰광고를 떠올리게 하는 폴더세레모니가 결승전에서도 이어지길 바라며, 현재 환상의 복식조를 향한 응원메세지가 쇄도하고 있다.
특히 베이징올림픽의 이용대에 이어 신백철을 파트너로 맞은 이효정의 경우, 결승전이 끝나기도 전에 ‘면제의 여왕’ 이란 찬사가 끊이질 않는다. 그만큼 승부사이자 신뢰의 브랜드로 자리잡은 이효정. 런던올림픽에선 꽃미남후배 이용대와 신백철 또는 제3의 남자선수가 이효정을 놓고, ‘누난 내 여자(?)’라며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구기종목의 경우, 아시아에선 대한민국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축구, 배구, 농구, 핸드볼, 하키 등에서 금메달이 유력하다. 덕분에 병역면제자와 병역브로커가 다수 나타날 전망이다. 그러나 본인의 병역문제와는 관계가 없음에도, 동료에게 병역면제의 기회를 제공하는 선수들이야 말로, 기쁨주고 사랑받는 최고의 병역브로커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