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한국축구 8강전, 순둥이 ‘김정우’ 분노의 주먹?

바람을가르다 2010. 11. 20. 10:24






19일에도 대한민국의 금빛레이스는 계속됐다. 특히 역도의 장미란, 펜싱의 남현희 등, 마린보이 박태환에 버금가는 인기와 실력을 보유한 한국이 낳은 슈퍼스타를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금메달보다 값지게 다가온 하루였다.

또한 태권도 신동으로 불리며, 고교생신분임에도 불구하고 한차원 다른 기술을 선보였던 이대훈도 이번 아시안게임이 낳은 차세대 스타로 손색이 없었다. 이밖에도 태권도 노은실, 펜싱 사브르에 구본길 등이, 홈팀 중국의 텃세에도 한국의 종합성적 2위수성에 힘을 실어주었다.

구기종목에서도 값진 성과를 거두었다. 야구대표팀은 메이저리거 추신수와 에이스 윤석민을 앞세워 대만을 9:3으로 완파하고 베이징올림픽의 감동을 재현했고, 축구대표팀은 모나코의 왕자 박주영과 김보경의 릴레이골로 연장전 끝에 우즈베키스탄을 누르고 준결승에 진출했다.




순둥이 ‘김정우’ 분노의 주먹?

비교적 손쉽게 금메달을 따낸 야구대표팀과 비교해, 축구대표팀은 금메달을 위해 보완할 점이 눈에 띠기도 했다. 안정적인 경기운영능력은 칭찬할 만한 하나, 수비지역에서의 불필요한 드리블을 하다 빼앗겨, 상대에게 동점골을 내준 장면은 두고두고 복기할 대목이다.

동점골은 우즈베키스탄의 전력을 얕봤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실수였다. 위험지역에서는 가급적 볼처리를 빠르게 할 필요가 있다. 역습상황에선 아무리 팀전력이 헐거워도 개인의 능력치로 골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종목이 축구이기 때문이다. 4강전 상대 UAE도 선수비 후역습 전술로 나온다는 가정하에, 우즈베키스탄전에 실수는 쓰지만 좋은 보약이 되었다고 본다.

대표팀이 금메달을 위해 가장 경계할 부분은 사실 내부에 있다. 우즈베키스탄전에서 가장 아찔한 장면을 꼽으라면, 동점골을 내준 상황보다 미드필더 김정우의 분노의 주먹이었다. 순둥이로 소문난 대표팀의 맏형 김정우가 왜 그라운드위에서 주먹을 보였을까.




상대방의 거친 발길질에 순간적으로 화를 참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정우의 태클로 반칙이 선언된 상황에서, 상대선수가 김정우의 가슴팍을 양발로 가격했다. 이에 격분한 김정우는 주먹을 쥐어 상대를 가격할 자세를 취했다. 하마터면 제2의 을용타가 재현될 뻔한 긴박한 장면이었다. 그러나 국제경기 경험이 많은 김정우는, 금새 이성을 찾고 주먹을 내려놓는 현실을 택했다. 이후 상대의 고의적인 태클에도 인내하는 성숙함을 잃지 않았다.

박주영과 함께 와일드카드로 뽑힌 김정우는, 구자철과 든든한 허리라인을 구축중인 대표팀의 핵심선수다. 비록 김정우가 주먹을 휘두르진 않았으나, 과격한 모션만으로도 경고 혹은 퇴장까지 주어질 수 있었다. 만약 김정우가 빠진다면 대표팀전력에 커다란 구멍이 생기는 셈이다.

상대방의 비매너로 가슴을 가격당한 김정우의 심정을 이해못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경기중에는 냉정을 잃지 말아야 한다. 결승전까지는 아직 두 경기가 남았다. 반칙이나 경기지연 등 불필요한 행동은 금물이다. 홍명보감독이 박주영을 교체해 준 것도, 체력안배차원도 있었겠지만, 이미 경고 한장을 받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경고가 누적되면 다음 경기에 뛸 수가 없다.




전력이 약한 팀들은 거친 행동으로 강팀을 자극한다. 우즈베키스탄선수들은 시종일관 더티한 경기매너로 한국선수들을 괴롭혔다. 4강전 상대 UAE도 우즈베키스탄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한 팀이 아니다. 중동축구가 매번 그래왔듯이, 오히려 지능적인 반칙과 헐리우드액션으로 우리선수들을 자극할 게 분명하다.

그러나 상대의 반칙에 발끈하는 행동은 참아야 한다. 결승전 상대가 유력한 일본을 염두한다면 경고나 퇴장으로 인한 전력누수가 없어야, 대표팀이 원하는 금메달도 목에 걸 수 있다. 혈기왕성한 23세이하 선수들이 대부분이라, 상대방의 거친 행동에 순간적으로 욱할 수 있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카드가 될 것이고, 팀을 위기에 빠뜨릴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병역면제혜택이 주어진다. 그래서인지 여느 때보다 긴장한 대표팀을 읽을 수 있다. 때문에 아직 실력의 반도 보여주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부담감만 털어낼 수 있다면, 축구대표팀의 금메달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대표팀이 가장 경계해야 할 적은 마음에 있다. 마음만 다스릴 수 있다면, 상대가 UAE든 일본이든 우리 팀에 적수가 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