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명사특집 이만기, 일부러 진 진짜 이유?
20년만에 펼쳐진 모래위에 두 거성 '강호동vs이만기'의 빅매치가 해피선데이 <1박2일>을 통해 이뤄졌다. 시간을 초월하듯 팽팽한 긴장감은 여전했고, 경기는 2:1 선배 이만기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누가 이길까?' 경기에 집중했던 시간이 흐른 뒤, 진정한 승부는 그들만의 뒷얘기에서 마침표를 찍었다. 시청자를 놀라게 한 최고의 반전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강호동 특기 들배지기로 둘째 판을 쉽게 승리했을 때, 상대적으로 젊은 강호동이 이만기보다 강하다는 인상을 시청자에게 심었다. 셋째판에서 이만기의 선공에 중심이 무너졌던 강호동이, 모래판에 10초가량 버틸 수 있었던 것도, 패자인 강호동이 힘에서 만큼은 이만기를 오히려 앞선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예의 바른 강호동이 선배 이만기에 대한 예우차원에서, 결국 져 준 게 아닐까란 생각을 갖게 한다.
그러나 강호동의 입을 통해, 이만기가 둘째 판을 일부러 져 주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것은 이만기의 부정하지 않는 미소를 통해서도 알 수 있었다. 그럼에도 경기중에 강호동은 둘째판을 이기고 과거 모래판의 악동처럼 환호했다. 마음만 먹으면 이만기 선배는 모래판에 메다 꽂을 수 있음을 시청자에게 각인시키듯 말이다.
1박2일 명사특집, 이만기가 일부러 진 이유?
진정한 승부는 사실상 첫판에서 갈렸다. 이만기는 화려한 기술을 구사하지 못한 채 둔탁하게 강호동을 쓰러뜨린 격이지만, 긴 호흡속에 팽팽한 긴장감과 치열함이 뜨겁게 느껴졌다. 반면 둘째, 셋째판은 전광석화처럼 초반에 승부가 갈렸고 멋진 기술을 선보였다. 씨름은 단순히 힘으로 겨루는 게 아닌, 기술과 정신력이 더 해질 때 완성된다. 그들은 승부보다는 씨름의 묘미를 시청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둘째판과 셋째판을 만들어 냈다고 볼 수 있다.
승부는 두 사람이 겨뤘지만, 그들은 방송을 알았고 시청자와 함께 즐겨야 한다는 걸 알았다. 그들은 민속씨름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영원한 씨름인이었기 때문이다. 씨름이 줄 수 있는 최대한 재미를 시청자가 느낄 수 있도록, 1:1을 만들고,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그 속엔 씨름에 대한 향수와 침체된 민속씨름에, 다시 한 번 뜨거운 관심과 성원을 부탁하는 무언의 메세지가 담겨 있다. 물론 강호동이 후배이기 때문에 기를 살려 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겠지만, 그보단 씨름에 대한 애정이 더 컸다고 볼 수 있다.
경기가 끝나고 베이스캠프에서 강호동과 이만기가 나누었던 대화는, 지난 날 모래판에 쏟았던 열정과 추억이었다. 거기엔 두 사람 뿐 아니라, 민속씨름을 사랑했던 시청자도 함께 빠져 들게 하는 힘이 있었다. 그 시절의 민속씨름은 최고의 인기 스포츠 중 하나였기 때문에, 시청자도 그들의 추억을 공유할 수 있었고 진한 향수와 감동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 씨름에 대한 관심은 이만기-이봉걸-강호동 등의 스타급 선수들이 즐비하던 시절과 비교할 때 턱없이 부족하다. 심지어 최홍만, 이태현 등은 씨름을 등지고, 이종격투기 무대로 빠져 나갔다. 모래판을 지키지 못한 최홍만 등을 욕할 순 없다. 씨름판에 등을 돌린 건, 국민들의 관심이 먼저였기 때문이다.
이만기와 강호동은 단순히 자신들의 화려했던 경력을 뽐내고 싶어서, <1박2일>에서 20년 만에 씨름 경기를 펼치고 지난 시절을 회상했던 건 아닐 것이다. 사라져 가는 씨름에 대한 관심을 시청자에게 불어넣기 위해서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강호동과 스파링을 했던 대학생 선수, 이수근-이승기-은지원-김종민과 대결을 펼쳤던 초등학생 씨름부원들을 생각하는 선배들의 마음이다. 씨름의 미래인 그들에게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는 심정이, 지난 시절 추억을 얘기하는 와중에 소리없이 녹아 있다.
패배한 강호동이 160인분의 삼겹살을 씨름부원들에게 쏘았을 때, 이만기가 중요한 말을 했다. 강호동이 사 줬기 때문에, 후배들에게 더 기억에 남고 동기부여가 된다는 사실이다. 현재는 예능판에 국민MC로 더 명성이 알려졌지만, 강호동은 천하장사를 5회나 거머 쥔 모래판에 슈퍼스타였다는 사실도 부인할 수 없다. 씨름을 하는 후배들에겐, 닮고 싶은 MC가 아닌 닮고 싶은 씨름선수이기도 하니까.
이번 명사특집은 잠자리 복불복을 통편집할 정도로, 강호동과 이만기에 집중된 씨름특집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1박2일>이기 때문에 가능한 특집이었다. 추억으로 가는 것도 여행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1박2일 시청자투어에서 강호동이 한 말이 기억난다. 여행은 사람으로 기억된다는 말. 이만기를 찾아가 1박2일 동안 씨름이란 여행을 떠난 셈이다. <1박2일>이 찾았던 장소에는 명소와 명물이 있고 늘 여행객이 넘친다. 이만기 명사특집을 통해, 그의 바램대로 한국 고유의 스포츠 씨름이 다시금 국민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