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제라블 ’1박2일’의 백번째 편지
언제 시작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언제부터 ‘1박2일’을 시청했는지도 기억나질 않는다.
그리고 일요일저녁을 책임지던 그들이 100회를 맞았다.
방송전에 '100회' 라는 예고를 띄웠다면, 분명 시청자들의 관심은 더 커졌을 테고, 시청률에 보다 긍정적인 효과를 낳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그 사실을 숨긴 채 방송을 시작했고, 저녁식사 복불복을 마친 방송 중간무렵, 담당PD의 입을 통해 요란하지 않은 어찌보면 너무나도 초라한 케잌 하나에 100회를 자축한다.
그들을 100회로 이끈 힘은 무엇일까?
‘1박2일’이란 프로그램이 지난 2년간 한 주의 프라임타임이라 볼 수 있는 일요일 저녁시간에, 예능의 최고 자리에 우뚝 설 수 있던 배경은 무엇일까.
어제 방영한 100회를 들여다보면, 답이 있는 것도 같다.
그들은 굉장히 흔한 것, 사소한 것을 가지고, 크게 부풀릴 줄 아는 힘을 가졌다.
레미제라블이 된 김C.
우리에겐 장발장으로 잘 알려진 소설 <레미제라블>.
생계를 위해 빵 한조각을 훔친 장발장은, 그 사소한 죄목으로 징역을 살고 출소후에도 자코뱅이란 형사의 추적을 받게 된다.
생계야생로드버라이어티를 표방하는 <1박2일>
프로그램은 전국 각지를 돌며, 마치 하룻밤의 생계를 위해 <1박2일> 멤버들은 장발장이 되고, 악역 자코뱅을 자처하는 제작진을 통해 멤버간에 치열한 복불복게임을 벌인다.
지난 100회에는
어차피 들통은 나게 되있다. 들통이 나기 위해 만들어지는 에피소드이니까.
‘권선징악(勸善懲惡)’으로 마무리 될 것이 뻔함에도, 그 뻔한 것을 가지고 맛좋게 부풀려서, 재미와 웃음을 만들 줄 아는 노련함을 통해 버라이어티의 정신을 실천하는 멤버들.
결국 빵집주인인 YB팀은 OB팀 범죄의 실체를 밝혀내고, 장발장이 된 OB팀을 법정에 올린다.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하는 제작진도 탁월하다. 벌칙으로 ‘197번의 입수’를 택할 수 밖에 없게 만든 뒤, 김C가 낙점받은 죄형을 다음날 멤버들 모두가 십시일반 나누게 될 것임을 우리는 예상할 수 있다.
훈훈하게 마무리를 지을 줄 아는 멤버들을 통해, 시청자는 또 한 권의 <레미제라블> 마지막 페이지를 잔잔한 웃음속에 덮을 수 있게 된다.
그들은 매번 빵 한조각의 사소함으로 갈등을 일으키고,
그 빵 한조각을 통해 웃음과 따뜻함을 나눌 수 있는 놀라운 팀웍을 가졌다.
저녁식사 복볼복, 잠자리 복불복, 기상 미션.
단, 세가지 패턴으로 <1박2일>은 100회라는 긴 시간를 달려왔다.
이 세가지를 수행함에 있어, 굉장히 간소하고 쉬운 아이템으로 승부를 낸다.
그들에겐 복불복게임을 위해, 거대하고 화려한 세트장이 필요없다.
간장과 콜라, 까나리와 주스만 있으면 된다.
눈치게임, 신발던지기, 묵찌빠, 구구단, 홀짝, 참참참, 꿍꿍따, 3점내기 탁구, 배드민턴 등등.
제작진은 누구나 알고 있고,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는 게임만을 선정한다.
세대를 초월하는 간단한 룰을 가지고, 최고의 긴장감을 불어넣을 줄 아는 힘.
바로 <1박2일>의 힘이다.
벌칙은 어떤가? 따로 벌칙세트장이 필요하지 않다. 그들 주위에 펼쳐진 배경을 이용할 줄 안다. 산과 들, 강과 바다, 계곡과 벌교 등의 자연 그대로를 활용할 줄 안다.
흔한 것, 사소한 것으로, 절대 흔하지 않고 사소하지 않은 웃음을 만들 줄 아는 <1박2일>.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사소함으로 시청자를 부르고, 시청자를 웃고 울릴 줄 알던 <1박2일>
100회의 기쁨을 누릴 자격이 그들에겐 충분히 있다.
그리고 101회를 준비하고, 그럴 리 없겠지만 설사 102회에 마지막 방송을 하더라도 그들을 응원해 줄 수 있는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앞으로도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따뜻한 웃음을 전할 수 있고, 또 사랑받을 수 있는 '즐거운 편지'를 배달하는 <1박2일>로 나아가길 바란다.
그들의 100회를 진심으로 축하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