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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팍도사 최일구, 그가 떡시루 앵커인 이유?

바람을가르다 2010. 11. 4. 08:45






3일 방송된 황금어장 <무릎팍도사>에 최일구 앵커가 출연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주말 뉴스데스크에 새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MBC뉴스데스크가 40년만에, 주말 메인 뉴스시간대를 8시로 옮기는 초강수를 두었고, 최일구가 앵커로 복귀하기 때문이다. 자사 인기 예능 <무릎팍도사>를 통해, 자사 뉴스 홍보차원에서 출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강호동은 가수나 연기자가 음반이나 영화 등을 홍보하기 위해 찾아온 경우는 있었지만, 뉴스를 홍보하러 온 케이스는 처음이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최일구 앵커는 살짝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40년만에 변화를 택한 것이라 보도국사이에도 갑론을박이 치열했고, 자신이 앵커로 나서는 터라 책임감에 따르는 스트레스가 적잖음을 토로했다.



그러자 강호동은 왜 뉴스데스크의 주말 시간대를 옮겼냐고 물었다. 변화를 통해 <뉴스데스크>가 시청자에게 더 많은 사랑 받기를 원하며, 방송은 많이 봐주셨을 때 뉴스를 만드는 입장에서도 보람과 긍지를 느낄 수 있다고, 여전히 예능이 낯선 최일구는 긴장한 표정으로 답했다. 이 짧은 오프닝속에 <뉴스데스크>의 홍보는 끝이 났다. 그러나 뉴스의 꽃은 앵커다.

최일구는 자신의 인생스토리로 접어들자 펄펄 날았다. 그에게 더 이상 긴장감은 찾을 수 없었고, '강호동-유세윤-올밴' 도사트리오에 맞서, 보란 듯이 숨겨진 예능감을 선보였다. 앵커인지 개그맨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재미와 여유가 넘쳤고, 고생했던 어린시절과 부모님을 생각하며 울컥 눈물을 쏟을 땐 가슴 찡한 감동까지 밀려왔다. 



무릎팍도사 최일구, 그가 떡시루 앵커인 이유?

성수대교 붕괴사건이후, 당산철교 부실공사를 취재했던 최일구기자. 특별한 느낌이 없다. 그러나 그가 부실공사의 대명사 와우아파트에 살았기 때문에 신선하고 특별했다. 부실공사 취재라면 그의 말처럼 눈을 까뒤집고 찾았다는 이유에 설득력이 느껴졌다.(怒)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면서 신문지편지를 얘기하며 눈물을 쏟았다가,(哀) 사춘기시절 이성과 펜팔을 하기 위해 자신의 꿈과 취미를 부풀렸던 이야기가 얹혀지자 폭소탄으로 돌변했다.(喜) 편지하나의 소재로, 눈물과 웃음을 넘나드는 그의 에피소드에 점점 빠지게 만드는 힘.

또한 스스로를 보컬그룹 '떡시루'라고 거창하게 소개하며, 자작곡 '로케트를 녹여라'를 즉석에서 열창했다.(樂) 퍼니송의 대표주자 UV 유세윤과 올밴이 반할 정도로 매력적이었던 '로케트를 녹여라.'를, 디지털싱글앨범으로 발매한 배경을 소개하며, 컬러링으로 다운받은 유일한 사람이 자신이라고 밝혔다. 디지털싱글은 망했지만, 에피소드가 낳은 웃음은 대박이었다. 



이렇듯 방송을 통해 드러난 최일구의 에피소드속엔 희로애락이 숨어 있었다. 특히 감정표현이 가감없는 그의 매력은, 기존 앵커들에게서 느낄 수 없던 신선함이었다. 이 버라이어티한 앵커는 폼을 잡지도 않고 스스로를 포장하지도 않는, 참 솔직하고 인간미가 넘치는 사람이다. 또한 <무릎팍도사>를 최일구의 독무대로 만들어 준 강호동의 진행도 명불허전.

아직 <무릎팍도사> 최일구 2편이 남아 있지만, 이쯤에서 그의 고민을 다시금 되짚어 본다. 뉴스데스크에 새바람을 넣고 싶다는 마음. 어쩌면 뉴스를 의식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뉴스데스크를 홍보하려고 하자 경직되던 초반과 달리, 자신의 인생스토리에 집중할 땐 기쁨, 노여움, 슬픔, 즐거움이 사심없이 드러난다. 평범한 이야기도 최일구를 통하니, 조금은 더 특별해지는 느낌을 주었던 것.



뉴스라는 것이 사실관계에 근거한 소식을 전하는 것이라, 기본적으로 딱딱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그 딱딱함을 유연하게 풀어서 내놓을 순 있다고 생각한다. 전하는 앵커의 표현에서, 말투에서, 표정에서. 바로 앵커가 시청자에게 줄 수 있는 '느낌'이다.

과거 <뉴스데스크> 앵커 시절의 최일구를 돌아보면, 시청자와 소통하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뉴스 말미가 아니라, 소식을 전하는 중간중간에 시청자에게 질문을 던지는 듯한 멘트와 표현을 종종 구사했기 때문이다. 물론 가볍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여타 앵커들과 차별된 느낌을 주었고, 그것은 또 다른 호감으로 이어졌다.

그가 한 시간 앞당긴 주말 8시 <뉴스데스크> 앵커로 돌아온다. <무릎팍도사>에서 보여 준 인간미 넘치는 모습을 뉴스안에 적절하게 녹여 낸다면, 시간대와 관계없이 많은 시청자의 사랑을 받는 앵커로 자리잡을 거라 의심치 않는다. 떡을 찌는 떡시루처럼, 딱딱한 뉴스를 쫄깃하게 뽑아낼 것 같은 그의 활약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