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의여왕, '채정안-하유미' 메이크업에 무리수?
흔히들 여자의 무기는 눈물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눈물에 여자, 남자가 따로 있겠나. 눈물 그 자체가 강하기 때문이다. 드라마로 살짝 옮겨, <역전의여왕>이 시청자에게 어필하고 반격에 시동을 걸 수 있었던 것도 눈물이었다.
희망퇴직을 반강제로 권고하는 구조조정본부장 구용식(박시후)을 붙잡고, 직장은 가족을 먹여 살리는 밥줄이라며 매달렸던 봉준수(정준호)의 눈물과 몰래 훔쳐 들었던 아내 황태희(김남주)의 눈물이 터닝포인트였다. 그리고 준수는 회사에 사표를 내고는, 아내앞에서 자신이 쓰레기가 된 것 같다며 또 다시 눈물을 흘렸다. 남편의 눈물은 아내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황태희는 공모전을 통해, 자신과 남편을 버렸던 회사에 재입사할 기회를 얻게 된다. 그러나 5년 전에 그녀를 내쫓았던 한송이(하유미)상무는, 프리젠테이션을 하기 위해 나타난 황태희를 보자 '제대로 개망신을 주겠다'며 집으로 돌아가라는 협박성 멘트를 날렸다. 어차피 재입사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며, 뭉개진 자존심이나마 챙겨 가겠다는 태희를 강하게 붙잡는 용식.
"포기도 습관이야."라는 적절한 멘트로, 태희의 염장을 지르는 것 같으면서도 살살 달래는 용식의 변화구에 말린 태희. '슬램덩크'의 정대만이 강림한 듯, 졸지에 '포기를 모르는 여자'가 된 태희는, 당당하게 프리젠테이션을 소화하고 역전의 여왕이 될 불씨를 살렸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이 주인공에겐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찬스를 쉽게 내주지 않는다. 극 초반엔 절룩거릴 수 밖에 없는 황태희는, 결국 특별기획팀이란 부서에서 정리해고대상자들과 한솥밥을 먹게 된다. 그나마 다행인 건 회장님의 아들 용식이가 팀장이란 사실이다. 왕년의 에이스였으나 현재는 퇴물취급을 받는 태희와 풋내기 감독 용식이가 어떤 식으로 팀을 정상에 올려 놓느냐가, 이제 7회로 넘어가는 <역전의여왕>의 관전포인트.
그렇다면 태희와 용식이가 넘어야 할 상대는 누구인가. 친아들이 아닌 용식이를 눈에 가시처럼 여기는 장숙정(김혜정)여사와 겁없이 덤비는 태희를 밟으려는 한송이상무, 그리고 봉준수와 구용식에게 바쁘게 추파를 던질 백여진(채정안)이다. 주인공을 향해 주저없이 빈볼을 뿌리는 이들 악녀 계투조는 불패신화를 이어 가다가, 황태희에게 빗맞은 안타를 내준 꼴이다.
'채정안-하유미' 왜 메이크업에 무리수를 두었을까?
그러나 드라마속 악녀는 눈물보다 강하다. 적어도 9회말 투아웃까지는. 지금은 악녀에게 보다 강속구를 주문할 타이밍이다. 주인공을 괴롭히는 악녀가 살아야 드라마가 흥하기 때문이다.
5, 6회의 백여진은 악녀치곤 패전처리용에 가까웠다. 아파트주민이 봉준수와 백여진을 과대망상으로 엮어, 황태희에게 소비자고발을 한 게 위안이랄까. 다만 여진이 병상에서 삶의 경계선을 오가는 엄마를 핑계로, 마음 약한 준수를 흔들 예정이라 분명 태희에겐 빨간신호등이다. 여진이 준수를 어느 정도까지 요리하느냐에 따라, 태희의 분노 수위도 조절될 전망이다.
남편 간수하기도 바쁜 황태희에게 또 다른 적수 한송이상무. 사내의 비밀과 루머가 난무하는 여자화장실에서 맞대결을 펼친 한송이와 황태희. 태희는 한 때 우상이었던 한상무의 폼을 닮고 싶었던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라며, 골드미스로 평생 살다 죽을 당신보단 내가 더 행복하다는 듯 승리의 미소를 남겼다. 부들부들 떨리는 한송이의 입술에서 쌍시옷 나올 뻔했던 터라, 앞으로 중상모략에 휘말릴 태희의 고행이 예상되는 순간이다.
근데 악녀 투톱을 보고 있으면, 백여진(채정안)의 뿔난 아이라인과 한송이(하유미)의 쥐잡아 먹은 듯한 입술이 눈에 띤다. 화장이 강렬해서 인지, 악녀 티는 두드러진다. 마치 애니메이션의 악녀를 보는 듯 하다. 다만 과했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멘트만으로도 얄미움이 줄줄 흐르는 장옥정과도 대비되기에 때문에 더욱 그렇다. 뿐만 아니라 전체 화면을 봐야 하는데, 채정안의 눈과 하유미의 입에 불필요한 시선이 자꾸 쏠리게 된다는 게 아킬레스다.
그렇다면 채정안과 하유미는 왜 메이크업에 무리수를 두었을까. 악녀 포스를 제대로 내고 싶어서? 일리가 있다. 더군다나 그녀들의 메이크업 상태를 보면, 더욱 밉상으로 느껴진다. 메이크업이 악녀의 무기가 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론 각자 자신의 외모에서 눈빛연기와 입술연기가 자신이 있었기에, 메이크업에서 포인트를 준 것이 아닐까란 생각도 든다.
검은 아이라인 덕에 채정안의 치켜 뜬 악녀표 눈빛연기를, 빨간 립스틱 덕에 하유미의 부르르 떠는 악녀표 입술연기에 디테일을 감상할 수 있었다. 바로 그녀들의 거슬리는 아이라인과 입술에 집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연기의 디테일을 보는 것에 앞서, 지나친 설정이 부른 화장이 시청에 거부감을 줄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녀들의 메이크업이 양날의 검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