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연예

1박2일 김종민, 10개월의 학습효과?

바람을가르다 2010. 11. 2. 10:33







해피선데이 <1박2일>이 찾았던 전남 신안 만재도편은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 특별하다는 느낌보단 가장 1박2일다운 방송이었기 때문이랄까. 여행을 통해 자연과 인심 그리고 재미를 낚아, 안방까지 배송하는 '1박2일' 특유의 서비스정신이 그대로 묻어 나온다.

패턴도 크게 다르지 않다. 1탄에서 만재도의 자연을 소개하고 주민들과 소통하며 훈훈함에 할애했다면, 2탄은 멤버들을 중심으로 복불복을 통해 재미를 쫓았다. 2주에 걸쳐 두마리 토끼를 잡는 1박2일의 공식이다. 단순히 1탄만 보고 웃음이 약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한 시청자는, 2탄을 보면서 부족했던 재미를 채울 수 있는 패턴.

여기서 <1박2일>의 역량을 재차 실감할 수 있다. 특히 MC몽이 하차한 후 5인체제로 돌입했지만 그의 공백은 없었고, 판타스틱4 '강호동-이수근-은지원-이승기'의 존재감만으로도 흔들림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문제는 1박2일의 고민거리 김종민이다. 제작진은 만재도편을 또 다시 김종민특집으로 꾸몄지만, 결국 전천후로 활약한 이승기가 만재도의 주인공이 되었다.



1박2일 김종민, 10개월의 학습효과?

김종민을 위해 예능과 상극이라는 낚시아이템을 동원하고, 미사여구가 담긴 자막으로 '김종민띄우기'에 열을 올렸던 제작진의 바램과 달리, 이승기와 뚜렷하게 대비되는 김종민은 또 다시 시청자에게 실망을 안긴 꼴이다.

또한 김종민을 앞세운 낚시는 재미가 떨어진 반면, 김종민이 병풍으로 전락한 앞잡이게임은 포복 절도할 재미를 선사했다는 사실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종민을 통해서가 아니라, 김종민이 없어야 생기는 이상한 시너지 효과다. '4>5' 인 상황이다.

현재 5인체제로 개개인의 분량이 늘고, 김종민도 욕만 먹을 수는 없다. 환자가 있으면 돌보는 게 순서다. 때문에 제작진과 멤버들도 김종민위주로 플레이를 전개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김종민도 준비를 해야 한다. 눈치껏 받아 먹을 수 있어야 하고, 앞장서서 도발을 감행할 줄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여전히 엉덩이를 깐 채, 누군가가 주사를 놔주길 기다리는 모양새다.



김종민이 합류한 10개월 동안 끊임없이 제기된 논란의 끝이 보이질 않는다. 김종민에게 시선은 집중되는 데, 보여 주는 건 그의 매니저보다 못한 예능감과 진부한 캐릭터뿐이다. 더 큰 딜레마는 김종민이 깨고 나와야 할, 지난 10개월의 학습효과를 시청자도 품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김종민 나서지 않으면 '병풍논란', 김종민이 나서면 '김종민특집'이란 비아냥.

리얼예능의 핵심은 캐릭터와 리액션이다. 김종민과 나영석PD가 넘어야 할 벽은, 병풍논란에 앞서, 지난 10개월의 학습효과에 있다. 현재 예능감이 떨어지는 김종민을 살리려 들수록 재미가 반감된다. 김종민이 나서면 예능이 아니라, 다큐가 되고 인간극장이 된다. 

뿐만 아니라 멤버들이 캐릭터에 어울리는 리액션을 하는 게 아니라, 수시로 김종민을 위한 인위적인 리액션을 하느라 캐릭터가 정체성을 잃고 혼란을 겪는다. 다른 멤버들의 매력은 물론, 진정성까지 의심받게 한다. 덕분에 시청자는 집중력이 떨어지고 거부감마저 느낄 수 있다.

스스로 상황을 만들지 못하는 김종민에게, 열심히 하라는 충고는 상당히 막연하다. 그렇다고 사라진 예능감이 손오공의 여의봉처럼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때문에 열심히만 하면 김종민을 끝까지 품고 가겠다는 나PD의 말은, 시청자와의 소통보단 <1박2일>내에 의리가 중요하다는 말처럼 들릴 수 밖에 없고, 일정부분 반발을 피할 수 없다. 



논란이 김종민으로 끝나지 않고, 다른 멤버들의 매력과 프로그램의 진정성까지 갉아먹을 수 있음을 나영석PD는 생각해야 한다. 제작진이 지켜야 할 대상은, 김종민이 아니라 <1박2일>이기 때문이다. 제작진이 나서서 김종민특집을 만들면 곤란하다. 만재도에서 강호동이나 이승기가 분량을 뽑았던 것처럼, 김종민 스스로가 방법을 구해야 한다.

김종민이 자체경쟁력을 도모할 수 없다면, 지금처럼 '병풍'과 '특집'사이를 오가며 논란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지난 '10개월의 학습효과'를 통해 알 수 있는 건, 김종민이 변해서 멤버들의 리액션을 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김종민은 그대로인데 멤버들이 김종민에게 맞추고 변해 왔다는 것이다.

김종민 한 사람의 놓고 이해득실을 따진다면, 그를 둘러싼 논란은 시청률 30%를 위협하는 빙산의 일각일 지 모른다. 그러나 제작진이 김종민을 품는 동안, 무엇을 잃고 있는 지에 대한 정확한 계산이 나와야 한다. 단순히 '열심히 하면 된다'라는 막연한 접근은, '1박2일'내 김종민 딜레마를 해결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