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박성호-김지수', KBS의 기막힌 타이밍?
<개그콘서트>의 출연중인 개그맨 박성호가 28일 오전 음주운전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박성호는 동료들과 술을 마신 뒤, 본인의 승용차를 몰고 가던 중, 서울 종로구 청운동 근처에서 경찰에 적발됐다. 박성호는 경찰조사에서 음주사실은 시인했으나, 현장에선 3차례에 걸친 음주측정을 모두 거부했으며, 벌금형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웃음이 아닌 실망만 안긴 박성호 측은,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만큼, 당분간 방송을 쉬며 자숙하겠다는 입장을 표했다. <개그콘서트>측은 그의 의견에 동조하듯 자숙할 시간을 주겠다며, 다행히 그가 출연했던 '최효종의 눈'은 지난 24일 방송을 끝으로 폐지가 됐다고 덧붙였다.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하차가 이뤄진 셈이며,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비춰질 지경이다.
음주운전 '박성호-김지수', KBS의 기막힌 타이밍?
한편으론 '최효종의 눈'에 대한 시청자의 반응이 시원치 않아 폐지했다는 <개그콘서트>측의 빠르고 간결한 입장표명에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과연 '최효종의 눈'이 다른 코너에 비해 재미가 없었을까. 만약 박성호의 음주운전이 문제라면, 그를 제외하고 다른 출연자로 교체 투입을 고려할 수 있었다. 과거 김준호가 불법도박으로 '씁쓸한 인생' 코너에서 빠진 뒤, 김대희가 바통을 이어받았던 것처럼 말이다.
동시에 오버랩되는 건, 바로 11월 6일 첫방송을 타는 감우성, 김지수 주연의 KBS대하사극 <근초고왕>이다. 김지수는 지난 5일 음주뺑소니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당시 그녀를 드라마에서 하차시켜야 한다는 네티즌 의견이 쏟아졌지만, 제작진은 사회적 물의를 연기로 보답하겠다는 김지수의 발언에 힘을 보태며, 하차는 없다고 일축했다.
자숙이고 뭐고 없는 뻔뻔함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같은 혐의를 안고도 SBS드라마 <대물>에 출연중인 권상우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극중 하도야 검사로 활약중인 권상우는, 캐릭터를 잘 만난 덕에 연기호평까지 등에 업고 승승장구하고 있다. 별다른 자숙의 시간없이 감행한, 그의 방송활동에 대한 비판은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다. 음주뺑소니를 연기로 보답하겠다는 김지수의 발언이 완전 헛소리는 아닌 셈이 된 것이다.
이유야 어쨌든 권상우 덕에 한숨 돌릴 찰나, <개그콘서트>에 출연중인 박성호가 음주사건을 일으켰으니, KBS와 <근초고왕> 제작진이 얼마나 당황했을까 싶다. 야심차게 준비한 대하사극 <근초고왕>이 또 다시 김지수 캐스팅을 놓고, 논란 속에 출발을 앞두게 됐으니 말이다. 혹여 박성호의 불똥이, 김지수와 드라마에게 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지 않았겠나 싶다.
만일 '최효종의 눈'을 폐지하지 않고, 물의를 빚은 박성호만 코너에서 하차시켰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까. 아마도 <근초고왕>에 출연하는 김지수를 놓고, 음주운전 연예인을 대하는 KBS의 이중잣대가 도마위에 올랐을 것이다. '배우는 되고 개그맨은 안 되고?' 식으로 말이다. 그러나 기막힌 타이밍(?)처럼 '최효종의 눈'은 폐지됐고, 이번 주부턴 녹화가 없다고 개콘측이 밝혔다. 정말 폐지한 이유가 김지수와 근초고왕 살리기가 아닌, 시청자의 반응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믿고 싶을 뿐이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는 연예인이 하루가 멀다 하고 나타나지만, 결국 한목소리로 자숙을 얘기한다. 그러나 대중의 눈에는 그들이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는 지 알 수가 없다. '자숙'이란 두 글자로는 신뢰하기 힘들만큼, 거짓말과 사건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때문에 방송사마다 물의를 빚은 연예인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되는 자숙이란 허울뿐인 단어로 인해, 연예계에 도덕불감증 수위는 날로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