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연예

오빠밴드, ‘1박2일’아닌 ‘패떴’을 노려라

바람을가르다 2009. 7. 11. 14:02


현재 예능의 최고봉은 평균시청률 30%를 자랑하는 <1박2일>이다.
이것은 사실이며, 당분간 그들은 최고의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을 것이다. 언제, 어느 순간에 내리막을 달릴 지 아무도 모른다. 제 아무리 잘 나가는 <패밀리가 떴다>라고 해도, <1박2일>과 붙는다면 금새 나가 떨어지고 말것이다. <1박2일>의 힘은, 프로그램 자체가 아닌 언제부터인가 시청자의 힘이 되버렸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의 메인은 뒷자리에 위치한다. 
마지막은 다음프로그램을 연결하는 힘을 가졌다. 메인을 보기 위해 처음부터 채널을 고정하는 사람도 많다. <패밀리가 떴다>는 <일요일이 좋다>의 간판이며, SBS의 메인이라 볼 수 있는 <8시뉴스>를 위해 당연히 <골드미스가 간다>대신 뒤에 배치해야 함에도 겁을 낼 수밖에 없다. 섣불리 <1박2일>과 붙는 강수를 두었다가 본전도 못뽑을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워낙 동시간대 코너들이 경량급이라 게임이 안 되서 그렇지. 미들급 <패떴>이, 헤비급인 <1박2일>을 때려 눕힐 확률은 적다. 되레 카운터 펀치만 얻어맞고 비틀대면, 있던 시청자만 빠져 나가고, 떠난 시청자는 돌아오지 않는다.



<해피선데이>,<일요일은 좋다>,<일밤>과 같이 두개 이상의 코너를 선보이는 일요일 저녁 프로그램은 주로 새코너를 런칭할 때 앞부분에 배치한다. 시청자가 처음부터 봐줘야 프로그램의 스타일을 홍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간에 배치하면 다른 채널에서 앞코너를 보고 채널이 돌아온다해도, 중간에 끼어드는 시청을 하게 되면 낯설음에 다시 채널이 돌아가기 쉽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시청자에게 코너에 대한 각인을 마치면 유연하게 자리배치가 가능하다. 그러나 지금의 <일밤>은 어느 코너하나 제대로 각인 시켜주지 못하고 있다.

<일밤>의 착각은 이것저것 다 살리려는 무리수에서 시작된다.

지금은 호평을 받기 시작한 <오빠밴드>라도 살려놓고, 다음을 기약해야 맞다.
그나마 숨 좀 쉬려는 <오빠밴드>를 <1박2일>과 동시간대에 붙여 놓아선 가망이 없다.

지금의 <오빠밴드>는 <패밀리가 떴다>가 끝나는 시청자층을 노린다. <1박2일>을 처음부터 보지 못한 시청자와 <골미다>로 유입되는 시청자층을 잡으려는 것 같다. 완전히 틀린 계산이라고 볼 순 없다. 더군다나 <오빠밴드>의 컨셉이나 음악이 주는 색깔자체가 5시 30분보단 7시가 어울리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전 포스트에 언급했듯이 여름을 노려야 한다. 여름이란 소재를 바닥까지 긁어내서 써 먹어야 한다. 1+1=2 가 아닌 3,4,5를 만들 수 있는 기회다.  경포대든 해운대든 바닷가로 달려가, 꽃남방 입고 기타를 튕기며 노래를 불러야 한다.

문제는 여름에선 <1박2일>도 절대 뒤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은 해변가를 찾을 것이며, 시청자와 만날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오빠밴드>는 여름을 가지고 해수욕장에 가서 아무리 노래하고 춤을 쳐도 <1박2일>을 잡을 수가 없다. 음악 하나의 차별가지고는 <1박2일>에 꽂힌 시청자의 시선을 돌릴 수 없다.



그러나 <패밀리가 떴다>는 상황이 다르다.
생각보다 약점이 많다. 그들은 시청자와 호흡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연예인들인 그들만의 잔치속에서 잔재미를 추구한다. 리얼보단 캐릭터와 대본빨에 의존하는 시트콤으로 평가절하 받기도 하는데다, 멤버의 교체로 또 다른 기회이자 고비의 상황을 동시에 맞고 있다. <1박2일>의 스타일을 쫓는다는 느낌도 <패떴>의 약점으로 노출된다.

<오빠밴드>가 <패떴>에 맞선다면?

<오빠밴드>는 여름과 바닷가, 연주와 노래로 이슈를 만들고, 승부를 걸어야 한다.
<패떴>보다 열린 공간으로 가야 한다. <패떴>이 냇가에 물장구치며 그네들의 러브라인을 만들고 있을 때, <오빠밴드>는 드넓은 바닷가 백사장 싼티나는 무대위에서, 불특정 다수의 열린 사람들과 만나야 한다. 시원한 배경과 음악을 바탕으로 피서객과 시청자의 흥을 돋구워야 한다. 재미와 훈훈함을 겸비한 <1박2일>과 같은 배경에선 계산서가 떨어지지 않지만, <패떴>과는 다른 배경, 다른 소재와 스타일로 승부가 가능하다.

<패밀리가 떴다>와는 차별된 재미를 줄 수 있다.
<패떴>은 <1박2일>처럼 일반인들과 어울리지도 않지만, 막상 어울린다해도 놀 수 있는 수단도, 노하우도 갖추지 못했다. <오빠밴드>가 가진 밴드의 위력이 먹히는 타이밍이다.


굳이 바닷가에 놀러 온 일반인들과 게임을 하거나 수다를 떨 필요도 없다. 그냥 신나게 공연을 보여주면 된다. 롤링스톤즈나 레드제플린을 찾을 필요도 없다. 조용필의 <여행을 떠나요>, 키보이스의 <해변으로 가요>. 하다못해 박명수의 '바다의 왕자'도 통하게 되있다. 그러고보니 객원보컬로 깜짝게스트 박명수를 영입하면 재밌을 거 같기도 하다. 아무튼 그들의 공연에 박수치고 즐거워 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지켜보는 시청자들도 재미와 더불어, 오빠밴드가 더 친근하게 다가올테고.



일요일 저녁을 양분해버린 <1박2일>과 <패떴>.
틈사이에 낀 채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예능이란 전쟁터에 라이언일병이 되버린 <일밤>.

사즉생 (死則生)의 각오로, 다른 코너를 죽이더라고 <오빠밴드>를 살려야 한다.

리얼버라이어티가 대세인 상황에, 철 지난 공익이나 인포를 살리려면 아이템이 신선해야 한다.
어디서 본 듯한 짜깁기프로 <힘내라 힘>이나 <몸몸몸>정도로는 어디다 내놔도 승부가 안 된다. 덧붙여 <우결>이든 새프로그램이든 하나를 죽여놓고, 하루빨리 <일밤>을 이원화해야한다.
 
어차피 매니아프로로 굳어가는 <골미다>나 <남자의 자격>에서 빼올 파이는 크지 않다. 
<일밤>이 살려면 <1박2일>이나 <패떴>에서 파이를 떼올 수 있어야 한다. 일밤이 그나마 꺼내들 수 있는 카드가 오빠밴드라면, <1박2일>이 아닌 
<패떴>을 노려야 한다. 추락한 일밤이 잡아야하는 유일한 돌파구이다.

일단 <오빠밴드>부터 <1박2일>에서 구출해, <패떴>과 붙여놓고 차별화된 여름사냥에 나서는 게, 그나마 <일밤>에 대망이 아닌 시청률 두자리로 가는 한가닥의 희망을 심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