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의여왕, 이혼은 빠를수록 좋다?
25일 방송된 <역전의여왕> 3회에서는, 백여진(채정안)의 얼굴을 향해 사표를 던지고 나온 커리어우먼 황태희(김남주)가, 동종업계에 미리 손을 써놓은 한송이(하유미)상무로 인해 재취업에 실패한다. 그리고 5년 뒤 평범한 주부로 살아가며, 남편 봉준수(정준호)를 내조하는 일상이 그려졌다.
그러나 매번 승진에서 누락되는 무능한 남편을 보며, 신세타령에 들어가는 황태희. 결혼만 안 했어도, 자신의 인생이 이렇게 볼품없게 전락하진 않았을 거라며 눈물을 글썽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아내에 대한 미안함과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 느껴지는 준수의 한마디에, 태희안에 쌓였던 불만은 봄눈 녹듯이 녹아 버린다.
부부관계는 다시 원만하게 돌아가지만, 구조조정대상에 오른 준수는 눈앞이 캄캄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군시절 못살게 했던 후임병 구용식(박시후)이, 회장님 아들이자 구조조정본부장이 되어 나타난 것. 새로운 갈등을 예고한다.
'황태희-봉준수' 이혼은 빠를수록 좋다?
<역전의여왕> 3회를 보면 가볍다. 그 가벼움이 잔재미를 선사하지만, 묵직한 한방이 없으니 큰 재미가 없다. 무엇보다 시청자를 두근거리게 만드는 시한폭탄이 보이질 않는다. 생각보다 갈등은 쉽게 불거지는 데 임팩트는 없고, 그만큼 쉽게 봉합되는 단발성에 그치고 있다.
특히 주인공 황태희를 보면 이 사실을 금방 캐치할 수 있다. 그녀가 불행하다고 느껴지질 않는다. 평범한 주부로 살아가는 태희는 무능력한 남편을 보며, 어제는 후회를 하지만 오늘은 웃고 있다. 마트에서 만난 백여진앞에 초라해진 자신을 발견하지만, 시청자의 눈엔 아무거나 대충 걸친 주부 김남주가 커리어우먼 채정안보다 예뻐 보일 정도다.
가장 큰 문제는 남편이 구조조정대상에 올라 회사에서 짤린 뒤 전업주부가 된다해도. 황태희가 걱정되질 않는다는 것이다. 바로 천지애(김남주)의 흑기사였던 태봉(윤상현)이가, 구용식(박시후)으로 부활해 황태희를 지켜줄 것이란, 눈에 보이는 예감때문이다.
회를 거듭할수록 <내조의여왕>에 수렴해가는 <역전의여왕>을 만난다면, 시청자의 기대감은 반감될 수 밖에 없다. 출연진이 바뀌었지만, 캐릭터와 설정이 지나치게 닮은 두 드라마. 아무리 속편이지만 어느 정도 다른 맛을 낼 수 있어야 하는데, 같은 맛으로 승부하려 든다.
현시점에서 제작진이 가장 중점을 둬야 할 캐릭터는 구용식이 아니라, 황태희와 봉준수다. 구용식은 태봉이 코스를 똑같이 밟아도 나쁠 게 없다. 그러나 황태희와 봉준수는 어떤 루트를 통하든 <내조의여왕>의 벽을 허물 수 있어야 한다.
로맨틱코미디에서 삼각이든 사각이든 사랑은 섞이고 엇갈려야 맛이다. 다만 '구용식-황태희-봉준수'의 삼각관계를, 내조의여왕 때보다 오픈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황태희를 유부녀에 가두고 내조의여왕 코스를 밟는다면, 과연 얼마나 새로운 매력과 기대감을 자아낼 수 있을까.
차라리 황태희와 봉준수가 이혼을 감행한다면? 황태희는 감정변화에 따라 봉준수와 구용식을 자유자재로 넘나들 수 있고, 찌질했던 봉준수도 와신상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물론 이혼이란 설정이 식상하긴 하지만, 황태희와 봉준수의 캐릭터를 역동적이고 입체적으로 발전시킬 기회가 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역전의 여왕이 살기 위해선, 황태희가 롤러코스터를 타야 한다. 대다수의 시청자가 황태희와 함께 움직이기 때문이다. 아파하던 사랑하던 황태희에게 최대한의 선택권을 부여한 후, 그 선택이 가져 올 파도속에 황태희를 풍덩 빠뜨릴 수 있느냐가 앞으로의 과제로 보여진다.
이혼이든 별거든, 아니면 그 어떤 것이 되더라도 황태희를 일단 최악의 코스로 몰아넣어야 한다. 현재 황태희는 너무나 한가하다. 때문에 시청자는 편하게 시청할 수 있으나 긴장감을 느낄 수 없고, <내조의여왕>을 닮았다는 이유만으로도 궁금증과 기대감은 추락하고 있다. 시청자의 눈에 확 들어오는, 화력 센 폭탄이 터져줘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