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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만재도를 빛낸 미친존재감?

바람을가르다 2010. 10. 25. 08:15






24일 방송된 해피선데이 <1박2일>은, 대한민국에서 뱃길로 가장 긴 시간이 걸린다는 전남 신안 만재도를 찾았다. 목포항에서도 6시간이 넘는 거리를 배타고 이동해야 도달할 수 있는 섬이라, 강호동을 비롯한 멤버들은 난색을 표했지만 "거리와 경치는 정비례한다."는 나영석PD의 말에 공감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미지의 아름다움을 발견한 1박지기들은, 만재도의 아름다운 자연과 마을주민의 인심속에 멋지게 녹아들었다.

가거도를 거쳐, 만재도에 도착한 멤버들. 저녁식사는 복불복대신 '자급자족'을 통해 해결하라는 제작진의 요구에, 강호동은 거북손을, 은지원은 배말을 땄다. 김종민은 바다로 나가 볼락을 잡았고, 이승기와 이수근은 해녀분들을 도와 다시마 말리기에 힘을 쏟았다. 덕분에 어느 때보다 싱싱하고 넉넉한 저녁밥상을 차린 그들. 특별한 요리솜씨는 없었지만, 특별한 재료가 특별한 맛을 내고, 특별한 즐거움으로 가득한 최고의 밥상으로 손색없었다.




만재도를 빛낸 미친존재감 BEST4

이번 만재도 여행은 자연이 중심이었다. 섬의 크기는 작지만, 위대한 경치가 빚은 아름다움을 둘러보는 재미. 때묻지 않은 자연속에서 발견한 배말, 거북손, 다시마와 같은 식재료. 그리고 아름다움을 지켜 온 주민들과 <1박2일>멤버들의 자연스러운 만남.

그럼에도 <1박2일>은 다큐가 아니라 예능이란 사실을 염두해야 한다. 숨은 자연을 소개하는 것도 좋지만, 그와중에 웃음이란 감초도 놓칠 수 없다. 그리고 재미의 수축과 이완이 자연스러운 <1박2일>의 강점은, 만재도 여행에서도 빛이 났고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았다. 여기엔 멋진 조연, 만재도에 '미친존재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1. 김종민을 살린 선장님


<1박2일>에서 가장 미지한 존재감을 보이는 김종민. 이를 만회하려는 듯, 그는 또 다시 배를 타고 우럭잡기에 나섰다. 낚싯줄에 미끼를 다는 와중, 제작진은 선장님에게 김종민을 아냐고 물었다. 선장님은 TV에서 많이 봤다며, 한승헌이 아니냐고 답했다. 그러자 성이 김씨라는 힌트를 다시 주었고, 이번엔 "김태수?"라고 대답한 선장님.

한승헌에서 김태수까지 막 던지는 선장님덕분에, 김종민 분량이 확실히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결정타는, 김종민이 낚시는 서두르면 안 된다면서 정교하게 인내심을 갖고 미끼를 꿰어야 한다고 중얼거리자, "빨리 끼워, 고기 잡으려면!"이라고 적절한 버럭응수를 해 준 선장님은 대박 웃음을 만든 주인공이었다. 김종민이 파트너는 제대로 만난 격이다.




2. 은지원의 구세주, 야생녀 막내작가?

5인체제로 전환한 뒤, 나영석PD를 비롯한 스태프의 모습이 자주 잡힌다. 제작진도 십시일반 분량을 뽑겠다는 자세. 그리고 만재도에선 막내작가가 나섰다. 은지원의 배말캐는 작업을 돕기 위해 나선 것. 그리고 어설픈 은지원에 비해, 능숙한 손놀림을 보인 야생녀 막내작가.

느닷없이 나타나 배말을 캐고는 소리없이 사라진 막내작가. 별 멘트도 없었다. 그래서 특이하다. 또한 다른 멤버들이 있을 때는 안 나타난다. 유독 은지원이 혼자 헤매고 있을 때 나타나, 잠깐씩 활약하는 독특한 캐릭터. 은지원의 구세주같은 역할을 담당한다. 다음 번엔 어떤 모습으로 은지원을 도와줄 지 은근히 기대가 된다. 




3. 춤바람을 일으킨 만재도주민들


<1박2일>의 최대 강점 중에 하나는, 주민과의 소통이다. 어울림이 상당히 자연스럽다. 여타 프로그램과 비교할 때 확실히 비교우위에 있다. 멤버들이 주민들에게 다가가는 것도 매끄럽지만, 그들을 받아 주는 주민들도 격이 없다는 점이다. 국민예능으로 꼽히는 또 다른 이유다.

이 날도 음식을 조리하기 위해 필요한 재료를 주민들에게 구하는 과정에서, 만재도에 춤바람을 일으켰다. 받는 게 있으면 주는 게 있는 것이 우리네 사는 모습이다. '이승기-은지원-김종민'트리오는 재료를 얻는 대신, 노래와 춤으로 즐거움을 선사할 줄 알았다. 주민들의 즐거움이 다시금 <1박2일>로 돌아오는 선순환.




4. 강호동의 똥고집을 부른 파리채

아궁이에 불을 때던 강호동은 파리채를 발견했다. 원시와 야생을 강조하며, 마른 장작과 볏짚없이도 불을 지필 수 있다고 고집을 피운 강호동. 언뜻 보면 비호감을 부르는 행동. 그러나 강호동은 복불복이 없는 상황에서 예능을 생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나치게 편하게 흘러가는 저녁식사 과정에 대한 일종의 브레이크.

그는 나영석PD를 비롯, 멤버들의 비아냥을 들으면서도 파리채를 놓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 마른 장작의 힘을 빌리고는, 파리채를 집어 던진 뒤 흘린 한마디가 압권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게 똥고집같애." 진지한 표정으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는 강호동의 행동에서 웃음이 터질 수 밖에 없다.


만재도 여행이 인상깊은 것은, 이렇듯 여행이 주는 재미의 모든 공식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자연이 아름답고, 인심이 후하다고 해서 시청자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은 아니다. 예능답게 웃음을 사이사이에 스며들게 만들고는 비로소 완성되는 <1박2일>. '여행=자연+사람=재미'로 풀 수 있는 그들만의 특별한 공식이다.

만가지 보물을 품었다는 만재도. 비록 그들이 1박2일 동안 찾을 수 있는 것은, 몇 가지에 머무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이 찾은 즐거움을 여러 사람과 나눈다면 수만가지로 늘어나는 것처럼, 이번 여행이 가져 온 <1박2일>만의 특별한 공식을 자주 접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