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의여왕, '채정안-하유미' 강렬한 마사지토크?
'내조의여왕'으로 연말 최우수상을 받았던 김남주가, 은장도를 품은 심정으로 '역전의여왕'이 되어 돌아왔다. MBC새월화드라마 <역전의여왕> 1,2회를 통해 설명할 수 있는 건, '역시 김남주였다.'로 요약될 정도니까. 드라마에서 만큼은 실망감을 준 적이 거의 없는 몇 안 되는 여배우 김남주는, 신뢰의 브랜드답게 평범한 드라마를 특별하게 만드는 재주를 선보였다.
<내조의여왕>은 특별했다. 천지애를 필두로 남편을 내조하는 사모님라인은 소재만으로도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골드미스로 시작한 <역전의여왕> 1,2회는, '클리셰'덩어리로 봐도 무방할 정도다. 어디선 본듯한 장면들의 연속. '염정아-봉태규' 주연의 <워킹맘>에 <내조의여왕>을 더하면, 아마도 <역전의여왕>이 완성될 것 같은 느낌마저 준다.
그럼에도 재미가 있다. 재기 넘치는 대사만으로도 신선도를 담보하고, 황태희(김남주)-한송이(하유미)-백여진(채정안)을 비롯한 캐릭터들이, 한 번 보면 뚜렷하게 각인될 정도로 밀도가 높다. 간결하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1,2회 동안 황태희를 롤러코스터 태운 <역전의여왕>은 홈런까지 아니어도 깨끗한 안타를 날렸다고 할까.
특히 2회의 마지막, 황태희가 백여진의 얼굴에 날린 사직서를 보며 이보다 더 통쾌할 수 밖에 없는 건, 그만큼 기초공사가 잘 됐다는 얘기다. 뺨까지 올려 부쳤다면 금상첨화로 느껴질 정도로, 시청자를 황태희안으로 끌어들이는 김남주의 내공과 악녀 채정안의 밉상연기가 제대로 빛을 본 케이스. <자이언트>와 <성균관스캔들>사이에 쏘아 올린 신호탄으로 손색이 없다.
'채정안-하유미' 베드신보다 강렬한 마사지토크?
'드라마 시작할 때 베드신없으면 드라마 아니잖아요? 그냥 다큐지.'라는 말이 드라마전도사에게 나올 정도로, 요즘 드라마의 초반은 내용 못지 않게 비쥬얼(?)을 상당히 중요시 한다. 주요 배역중에 누군가는 노출을 감행해야 어느 정도 홍보가 되는 현실.
<역전의여왕>도 다를 바 없다. 팬티 하나 걸친 구용식(박시후)의 첫등장은 침대 위. 옆에는 꿈나라를 헤매는 대학총장 딸. 원나잇스탠드였음을 알리는 일련의 과정. 제 2의 태봉이로 거듭날 망나니 재벌 2세 구용식의 캐릭터를 설명하기엔 적절했지만, 굉장히 상투적이라 별다른 감흥이 없다. 물론 박시후의 탄탄한 몸매는 봐줄 만 했지만, 묻히기 좋게 심심했던 베드신.
오히려 '한송이-백여진'의 마시지토크가 인상적이다. 상투적인 건 마찬가지다. 황태희에 대한 뒷담화가 은밀하게 이뤄진 피부관리실. 그러나 뒷태가 아닌 앞태를 마사지하는 장면이라 농도가 짙었고, 숨은 글래머 채정안의 가슴라인이 돋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강렬한 건 하유미의 여유였다. '마사지 자주 받았나 보네?'라는 느낌이 전해질 정도로, 그렇게 자연스러울 수가 없다. 다소 경직된 채정안에 비해, 촬영중이라고 느끼지 않을 정도로 피부관리사와 혼연일체(?)가 된 하유미. 때와 장소를 구분하지 않는 명품 연기.
<내조의여왕>에 '나영희-이혜영'이 있었다면, <역전의여왕>엔 '하유미-채정안'라인이 있다. 덕분에 김남주가 짐을 덜 수 있다. 특히 하유미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쌍시옷' 포스를 작렬했던 <내남자의여자>이후, 한송이 상무로 제대로 옷을 갈아 입은 느낌이랄까. 극중에서 백여진은 이유불문하고 미운 반면, 한송이는 사적인 감정으로 황태희를 추락시켰음에도 이상하게 밉지가 않다. 김남주와 더불어 캐릭터의 씽크로율이 가장 높기 때문인 것 같다.
가족도 친구도 없고 일과 야망에만 목숨 건 한송이 상무. '일과 사랑 두마리 토끼는 잡을 수 없다!' 며 황태희를 내친 그녀에게도 사랑이 올까. 봉준수(정준호)보다 악조건의 남자를 만나, 사랑앞에 무너지는 골드미스 한송이를 볼 수 있을지 사뭇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