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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버스데이, 우종완-이혜정 '여자화장실논쟁' 문제는?

바람을가르다 2010. 10. 12. 12:20






'이경규-이수근' New 콤비를 앞세워, '출산장려프로젝트'라는 신선한 아이템으로 야심차게 깃발을 올렸던 <해피버스데이>. 그러나 동시간대 방영되는 '유재석-김원희'의 <놀러와>는, <해피버스데이>에겐 높은 산이었다. 이경실과 다산의 여왕 김지선까지 투입하며 반등을 노렸지만, 상대적으로 떨어진 시청률을 만회하긴 버거웠다.

결국 저출산극복의 일환, 행복한 가정만들기를 위한 남자들의 재탄생, 남성의식개선 프로젝트 '해피클리닉'으로 새롭게 옷을 갈아입은 <해피버스데이>. 출산의 고통에서, 남녀가 어떤 점이 다른 지로 포커스를 옮겨, 한층 오락적인 요소를 강화했다고 볼 수 있다. 일단 트렌드가 된 고정패널의 물량공세를 취해, <세바퀴>,<강심장> 못지 않은 게스트 수를 자랑한다.

기획의도와 포맷이 변경되더라도, 근본적으로는 내용과 재미에서 얼마만큼 진화하였는가가 중요하다. '남녀의 성향이 다르다'를 기본 전제로 깔고, 남녀게스트간에 치열한(?) 공방전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쏠쏠한 재미와 공감대를 형성한다. 여기에 미혼과 기혼, 연령대별 게스트가 두루 참여해, 출연진의 경험에 의거한 에피소드가 가미된다.


우종완-이혜정 '여자화장실논쟁' 속 남녀의 차이

사실 '남자가 이렇다.' '여자는 요렇다.' 는 식의 일반화는 새로울 게 없다. 물론 예외의 경우도 생각이상으로 많지만, '보편성'에 의거해,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로 규정된다. 대표적으로 11일 방송분 중에서, 연애심리의 달인 김태훈이 언급한 '이별하면 왜 남자는 짐승이 되고 여자는 사람이 되는가?'에 화두.

왜 남자가 이별하자고 먼저 꺼내면 배신자에 나쁜 놈이 되고, 여자가 이별하자고 하면 남자의 성격 등에 문제가 있는 걸로 낙인찍느냐는 것이다. 그러자 정시아는 여자가 빠른 감정정리가 불가능해서 그렇다고 했다. 근데 그건 여자에게 이별을 통보받는 남자도 마찬가지 아닐까. 반면 이혜정은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는 100에서 시작해서 80, 50으로 줄고, 여자는 50에서 시작해서 100까지 채워 간다고 했다. 이건 연애이론으로 잘 알려졌을 뿐 아니라 신빙성이 있다. 다만 김태훈의 질문에선 빗나간 답변이다. 

김태훈이 던진 질문을 여자게스트들이 이해하지 못했는지, 자꾸 피해가며 엉뚱한 소리를 한다는 점이다. 질문의 속내를 들여다 보면, '여자는 왜 이별을 항상 남자탓으로 돌리느냐?'이다. 물론 김태훈의 질문자체가 틀려 먹었다. 이별을 여자탓으로 돌리는 남자도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즉 본인들 문제때문에 이별했다고 생각하는 건, 여자뿐 아니라 남자도 거의 없다. 다 상대방에게 문제가 있고, 매력이 없다고 느끼면서 이별을 고하는 게 남녀불문하고 다반사.


남녀를 구분하고 이별에 접근해봤자, 사실상 답이 없다. 어차피 이별을 대처하는 개인의 성향에 차이고 문제일 뿐, 여자기 때문에 혹은 남자기 때문에 어떻다는 건, 근본적으로 성립하기 힘들다. 남자가 이별을 먼저 꺼내면 배신자에 나쁜 놈이 되는 것처럼, 여자가 먼저 꺼내도 나쁜 년이 되는 건 마찬가지다. 김태훈의 포장이 돋보이긴 했지만, 알맹이가 없는 질문이었다. 연애컨설턴트답게 김태훈은 남녀의 '심리'를 건드리는 데엔 도사다. 그러나 근본적인 남녀의 차이를 구분짓는 '이성'적인 접근의 질문은 아니었다. 

오히려 우종완이 꺼낸 질문이 현실적으로 남녀의 차이를 명확하게 보여 준다. '왜 여자화장실은 더러운가?' 남자화장실에 비해 더러운 이유를 대면 된다. 바로 남자보다 여자가 휴지를 더 많이 쓰기 때문이다. 화장 등에 용도로 사용하는 횟수가 많기 때문에 매번 휴지통이 넘친다.

일단 휴지통이나 세면대 주변 등이 더러워지면, 도덕적으로 해이해지기 마련이다. 어차피 더러워진 곳에는 침을 뱉어도 거리낌이 덜 하다. 이러한 연쇄적인 해이함이 여자화장실 전체를 더럽게 만든다. 마치 책상을 한 번 안 치우기 시작하면 계속 안 치우고, 오히려 무의식적으로 이것저것 아무렇게나 막 올려 놓고 점점 지저분하게 만드는 것도 같은 선상에 있다. 


근데 여기서 여자게스트들은 변명을 늘어놓는다. 결국 '청소부가 게으른 탓이다.' 에 도달한다. 이혜정은 한술 더 떠, 악취는 남자화장실이 더 난다는 관련없는 소리를 또 작렬한다. 이에 격분한 우종완은, 남자는 여자처럼 변기에 앉아서 볼 일을 보고 물을 내리는 게 아니라 서서 일을 본다. 소변기 물이 제대로 안 내려가면 고이기 마련이고, 냄새가 더 나는 것 뿐이라며 흥분했다. 남자가 여자보다 더 냄새나는 동물이 아니라는 도발을 가미한 역정.

우종완의 멘트에 출연진들은 배꼽을 잡았다. 본인 역시 얼마나 웃었는지 모르겠다. 예능의 새로운 늦둥이 탄생을 알렸다. 하지만 웃음속에 놓친 게 있다면, 바로 대화에서 여자의 본능적 태도다. 보편적으로 여자는 남자보다 어휘력이 풍부하고 의사표현력이 뛰어나다. 이것은 분명 장점이다. 그러나 장점 뒤에 가려진 단점이 있다. 표현을 잘하기 때문에 변명거리도 쉽고 빠르게 생산한다는 사실이다. 질문에 본질을 훼손하는 경향이 남자보다 강하게 나타난다.

여자화장실이 왜 더러운가? 남자보다 휴지의 사용량이 많아서. 그 사실을 모른다면 이해가 안 된다. 잘 모르겠다고 대답하면 된다. 그런데 이혜정처럼 뜬금없이 남자화장실은 악취가 더 많이 난다는 변명거리를 앞세워, 질문의 본질을 훼손하고 문제를 키운다. 남녀간 이뤄지는 대화에서의 마찰은, 대부분 본질에 대한 접근에 있다.


남자는 단순해서, 문제와 관련된 핵심만 접근해 근거를 제시한다. 반면 세심하게 볼 줄 아는 여자는, 문제와 비슷한 선상에 놓인 자료가 있다면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도 연계시켜 반론으로 내놓는다. 그것이 남녀대화에서 마찰을 부추기고, 또 다른 싸움으로 번지는 계기가 된다.

우종완과 이혜정의 화장실논쟁은 웃음을 터트리는 데엔 부족함이 없었다. 특히 "여자화장실이 더 더럽잖아요!" 라며, 한맺힌 듯 독설을 작렬한 우종완은, 여자들에겐 매너없고 쪼잔한 나쁜남자로 찍혔지만, 거기에는 사실 보통남자의 모습이 있었다. 일반적으로 1:1 대화로는 언사구사력이 뛰어난 여자를 이길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처음 가졌던 논리의 뿌리가 흔들리고 스스로 폭발하고 마는 남자. 반면 자신이 불리하다고 느낄 때면 문제의 핵심을 피해가며, 남자의 심기를 건드리는 이혜정의 모습속에도 보통여자가 있다. 

색상에 비유하자면, 남자가 '빨노파' 여자는 '빨주노초파남보'다. 섬세함의 차이다. 그러나 어차피 색깔을 섞으면 검정색으로 똑같다. 결국 사람은 다 똑같은 처럼. 다만 남녀의 고유한 색깔자체는 인정해야 한다. 남자는 여자의 다양한 칼라를 인정하고, 여자는 남자에 맞게 색깔을 줄여가면서 대화를 이어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굳이 남녀에 갇힐 필요도 없고, 나와 상대방의 틀린 점을 쫓기보단, 같은 점을 찾아가며 대화하는 기술과 마인드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여자화장실논쟁'을 통해 재차 실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