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심형래 포화상태!
당일치기 여행을 떠난 해피선데이 <1박2일> 서울 종로 2편은, 시청자의 호평이 따랐다. 낮잠미션 → 외국인과 함께 한 '몸으로 말해요' 퀴즈 → '야식복불복'으로 이어진 예능 에피소드가 통한 것이다. 그동안 불거졌던 위기설을 일축했다는 진단까지 나왔다. 과연 그럴까?
지난 3부작 '지리산둘레길'과 1부작 '부석사무량수전' 그리고 이전 주에 서울 종로 5군데를 도는 동안 <1박2일>은 다큐모드로 일관했다. 덕분에 '1박2일표' 예능에 목말랐던 시청자는, 이번 방송이 단비일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1박2일>의 미션과 복불복이 식상하다 해도, 결국 예능의 재미를 뽑는 데엔 그만한 아이템도 없다는 걸 재차 확인한 시간이었다.
다만 재미의 순도가 예전만 못하다. 시청자에게 읽힌다. <1박2일> 애청자라면 대강 다음장면을 예상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시청자의 배꼽을 쥐게 했던 반전의 재미가 줄었다. 즉 최근 방송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웃음은 더 있었으나, 명성에 어울릴 정도는 아니었다. 이것은 <1박2일>에 대한 변화의 욕구를 여전히 자극하고, 멤버교체의 필요성을 가시지 않게끔 한다.
1박2일, 심형래 포화상태!
외국인이 참여한 '몸으로말해요' 퀴즈와 '야식복불복'을 비교하면, 더욱 뚜렷하게 문제점이 드러난다. 외부인이 참여하자, 시청자도 예상할 수 없는, 전혀 다른 상황으로 전개가 됐다. '리얼리티'가 정점을 찍었다. 여기에 강호동을 비롯한 예능선수들이 얽히니 재미도 배가된다. 특히 은지원과 이승기가 보였던 센스는 최상급이었다.
반대로 '야식복불복'에선 리얼이 반감되고 콩트가 지배했다. 그들이 정답을 맞추기 위해 애를 쓰는 것 같은 데도, 재미도 기대감도 반감된다. 한두 번 틀리자, 결국은 또 실패로 끝나나 보다. 시청자가 12시에 미리 가 있다. 여기엔 바보캐릭터란 무서운 장벽이 버티고 있다. 5명이 다 바보를 자처한다. 바보지수가 다르고, 바보 스펙트럼이 다를 뿐, 캐릭터는 모두 바보다.
'김종민-이수근'을 바보지수 100으로 볼 때, 강호동 50, 은지원 50, 이승기 10 정도로 나눌 수 있다. 웃음을 주는 데에 바보만한 캐릭터도 없다. 대표적으로 심형래를 꼽을 수 있다. 근데 영구 심형래를 살리기 위해선, 맹구가 아니라 멀쩡한 캐릭터들이 필요하다. 1박2일엔 김C가 떠난 후, 그 멀쩡한 캐릭터가 사라졌다. 때문에 이승기가 '허당'캐릭터를 버렸고, 나영석PD가 자주 카메라에 얼굴을 내비친다.
심형래가 다섯이면 포화상태다. 그리고 '야식복불복'은 심형래의 수를 줄여야 한다는 걸 여실하게 보여 줬다. 멤버들은 돌아가면서 심형래가 된 격이지만, 결국 시청자의 눈엔 전부 심형래로 보이니, 미션 성공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진다. 균형을 잡아 줄 새멤버가 절실하게 느껴진다. 동시에 절대 바보 이수근 앞에, 어리버리 김종민은 여전히 잉여캐릭터로 보일 뿐이다. 그렇다고 캐릭터를 이겨낼 센스도 김종민에겐 보이지 않는다.
콩트가 아닌 리얼버라이어티의 경우, 돌발상황에서 재미를 뽑는 게 절대적이다. '몸으로 말해요' 퀴즈에서 은지원과 이승기가 보였던 기막힌 센스는, 기존에 바보캐릭터를 깬 것이다. 그 상황에 맞게끔 캐릭터를 부수는 순간적인 센스가 나왔다. 예능이 움직이는 생물이라면, 캐릭터도 마찬가지다. 주변환경에 따라 능동적으로 색깔을 바꿀 줄 아는 센스. 그리고 하나의 상황이 종료되면, 탄성처럼 본인의 캐릭터로 돌아가는 재주.
같은 바보캐릭터라도 센스가 있으면, 상황에 따라 천재(은지원)도 앞잡이(이수근)도 협상가(강호동)도 될 수 있다. 근데 센스가 부족한 김종민의 경우, '어리버리' 바보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때문에 김종민이 전면에 나설 경우, 다음 수순이 시청자에게 읽히고 만다. 효율성이 떨어지는 바보 하나를 더 안고 가기 보단, 김C스타일의 보통사람 캐릭터가 <1박2일>에선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
캐릭터가 바보라도 실제로는 영리하고 눈치코치가 빨라야 한다. 그래야 과정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본인 뿐 아니라 다른 멤버들의 액션과 리액션이 편하다. 현재 제작진과 멤버들이 숟가락으로 떠 먹여 주지 않는 한, 김종민 스스로 돌파구를 찾지 못한다. 논란의 중심에서 <1박2일>을 식상하게 만드는 페달이 되고 있다. 사람 수는 줄어서 화면의 산만함은 해소된 반면, 심형래가 더 부각되니 재미를 뽑는 과정이 산만해지고 시청의 집중력도 떨어진다.
캐릭터의 스펙트럼이 넓어도 바보 안에 갇히면 내용물은 뻔할 수 밖에 없다. 덜 바보 더 바보가 아니라, 결국 '바보' 한 세트로 보일 뿐이다. 5인이니 6인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센스가 필요하고 캐릭터가 다양해야 한다. 서로 다른 캐릭터가 맞물리고 부딪혀야, 반응도 크고 새롭게 나타난다.
'몸으로 말해요' 게임자체는 식상하다. 그러나 사고도 성별도 다른 외국인이 게임에 참여하자, 멤버들의 반응도 달라졌고 재미의 신선도도 유지할 수 있었다. 반면 '야식복불복' 에선 식상하다는 느낌이 재미를 앞질렀다. 심형래 오형제가 순간의 재미는 주었을 지 몰라도, 앞으로 이뤄질 복불복에 대한 기대감을 누르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새로운 멤버는 기존 멤버에게 새로운 옷을 입혀 주는 효과를 가져온다. A라는 한 명이 들어와서 반응하는 경우의 수는, 네가지 다섯가지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의 캐릭터를 바탕으로 다른 멤버들의 조합에 따라 상황에 따라 기대이상으로 늘어난다. 때문에 멤버영입은 신중해야 한다. 다만 MC몽의 대체자뿐 아니라, 김종민의 하차도 반드시 체크해야 한다. 충분히 100%의 재미를 줄 수 있음에도, 시청자에게 '보수적 잣대'를 운운하며 50%의 재미만 줘도 된다고 생각한다면 제작진의 태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