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불꽃, 시청률이 낳은 패륜!
3일 방송된 MBC새주말드라마 <욕망의불꽃> 2회는, 도를 넘은 막장수위로 논란을 예고했다. 특히 주인공 윤나영(신은경)은 '이것이 패륜의 정석이다!'를 보여 주었다. 언니 정숙(김희정)을 강간하도록 준구(조진웅)에 바람을 넣었을 뿐 아니라, 아버지 상훈(이호재)을 강간의 현장으로 인도하는 친절한 안내양을 자처했다.
만일 나영이 준구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면, 사실상 일어나지 않을 상황이었다. 동시에 아버지를 사건 현장으로 데려 가지만 않았더라도, 심장마비로 인한 아버지의 죽음은 초래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돈(재벌가의 며느리)에 눈이 먼 나영은, 언니도 아버지도 버렸다. 싸이코도 이런 싸이코가 없다.
최소한 사람이라면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하는 태도를 잠시라도 견지해야 했다. 그러나 나영은 인간이길 포기한 듯 하다. 장례식에서 한다는 소리가, 언니를 강간한 준구에게 언니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형부라는 호칭을 마다 않고, 아버지는 원래 다혈질에 심장이 약했다며 자책할 필요없다고 당부한다. 눈물로 실신해도 아쉬울 판에, 아버지의 죽음에 직간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딸의 입에서 나올 소린가.
욕망의 불꽃, 시청률이 낳은 패륜!
악녀가 욕심을 부릴 때 부리더라도 시간차를 둬야 했다. 아무리 드라마상의 캐릭터지만, 장례식에서까지 인간말종 수준의 뻔뻔함을 고수했다는 건, 막장드라마의 가이드라인마저 넘은 것이다. 나영이는 극을 이끌어 가는 주인공이다. 나영이란 캐릭터에 대해, 최소한의 이해는 품고 시청할 수 있게끔, 장례식과정에서는 캐릭터를 엷게나마 포장하는 단계라도 있어야 했다.
그러나 제작진은 오직 시청률에 눈이 멀었는지, 나영이를 드라마사상 최악의 여주인공으로 등극시켰다. 아무리 극 후반에 나영이가 피눈물을 흘리고 개과천선한다고 해도, 일말에 동정심도 아까운 캐릭터로 만든 건 문제가 심각하다. 단지 돈, 부자로 살고픈 욕망때문에 언니 인생을 망치고, 아버지의 생명을 집에서 키운 똥개 죽은 것마냥 생각하는 것도 모자라 아버지의 죽음을 악용하는 패륜아가, 주말 밤을 책임진다는 게 몹시 불쾌하다.
물론 드라마는 허구다. 그러나 현실을 비추는 거울 역할을 하기도 한다. 우리 사회에 싸이코패스가 존재하더라도, 그런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포커스를 맞추는 드라마의 현실을 보면 한심하다. 막장드라마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라고 해도, 수용가능한 범위가 있고 정도가 있다. <욕망의불꽃>은 막장의 마지노선을 훌쩍 넘은 케이스다. 더 웃기는 건 이 드라마의 시청등급이 '15세이상' 이란 사실이다.
이런 드라마를 만드는 제작사도, 버젓이 편성한 방송국도 반성해야 한다. 표현의 자유를 악용하고, 시청률 만능주의를 앞세운 범죄 홍보물이 안방에 기생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생각할수록 기획의도가 기가 차다. 가족의 의미? 인간의 참모습을 찾겠다고? 굳이 냄새가 고약한 쓰레기통에서 찾을 필요가 있었을까. 다음 주 예고를 보니 살인이 등장한다. 가족을 위해 살인도 마다 않겠다는 건가. 이유를 만드는 꼴이 가관이다.
음식이나 물건이 불량하면 고발이 잇따르는 데, 드라마만큼은 관대한 시청자도 생각해 볼 대목이다. <욕망의불꽃>처럼 시청률이 낳은 패륜드라마는 시청률로 죽여야 한다. 아무리 배우의 연기가 뛰어나고 몰입도가 높다해도, 내용이 해로우면 시청자도 외면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막장드라마라고 욕을 해도, 결국 수요가 있으면 공급을 막을 수 없다. 시청률을 올리고자 눈하나 깜짝 않고 패륜을 저지른다. 이 추잡한 고리를 시청자가 아니면 누가 끊을 수 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