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및 드라마

욕망의불꽃, '유승호-서우' 캐스팅도 막장?

바람을가르다 2010. 10. 3. 10:23





간만에 정통 막장드라마가 안방에 찾아왔다. 바로 <김수로> 후속 MBC주말드라마 <욕망의불꽃>. 제목부터 욕망에다 불꽃까지, 강한 막장냄새가 진동한다. 아니나 다를까. 1회부터 막장으로 칠갑을 한 인물들의 설정과 주요 장면들. 시작부터 대국민 막장선언.

3류배우 인기(서우)를 사랑하는 민재(유승호). 그런 민재를 인기에게서 떨어뜨리려 말리는 엄마 나영(신은경). 그러나 아들 민재는 나영을 뿌리치고 인기에게 간다. 마치 교통사고라도 낼 듯이, 위험한 주행을 마다 않는 민재. 한편 좌절하는 나영에게 남편 영민(조민기)이 말한다.
 
영민 : 민재를 내버려 둬. 당신하고 피한방울 안 섞인 애야.
나영 : 그런 당신은?

여기서 막장드라마가 사랑하는 출생의 비밀이 나오는데, 민재는 영민과 나영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 아니다. 동시에 나영의 대답에서 알 수 있듯이, 영민도 그의 아버지 김태진(이순재)과 강금화(이효춘)사이에서 태어난 자식이 아니란 걸 직감할 수 있다.   



그리고 나영은 부랴부랴 인기를 찾아간다. 나영은 인기에게 민재를 포기하면 스타로 만들어 줄 수도 있고, 원하는 만큼 돈을 줄 수도 있다고 한다. 원하는 걸 말해 달라고 하자, 인기는 나영에게 "난 아줌마가 죽었으면 좋겠어."라고 답한다. 그리고 미리 먹었던 약이, 인기를 생사의 갈림길로 인도한다.

사실 인기는 나영이 낳은 딸이다. 아버지가 누군지도 정확히 모르는 딸이며, 나영은 언니 정숙(김희정)에 의해, 인기가 태어나자마자 죽었다고 생각한 딸. 그 딸이 엄마에 대한 복수를 결심하고 나타난 것이며, 의도적으로 민재를 사귀었다고 볼 수 있다.

드라마의 주요 미스터리를 1회에 모두 풀어서 내놓은 것이다. 우리 드라마는 아주 독한 막장드라마니까, 관심있는 시청자는 채널고정 해주세요. 지금부터 1회에 나온 결과물을, 차근차근 자세하게 설명해 드릴 테니까.


욕망의 불꽃, 왜 막장인가

<욕망의불꽃>은 뻔한 스토리라인을 품고 있는 드라마다. 뻔해서 쉽다. 눈에 너무 익기 때문에 3중, 4중으로 인물관계도를 비틀고 엮어도 시청자 손바닥 안에 있다. 여기에 중독성 강한 말초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시청자를 유혹하는 전형적인 막장드라마.

기획의도를 보면 거창해서 낯뜨거울 정도다. '가족'의 화두는 용서이며, 이 세상의 모든 가치를 뛰어넘는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기획한 드라마라고 한다. 가족의 의미를 막 갖다 쓴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이런저런 미사여구로 포장을 해도 막장을 벗어날 수 없는 설정이다.

시청률 40%의 <수상한삼형제>가 가족을 앞세웠지만, 결국 막장드라마의 오명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수상한삼형제'가 소시민의 막장사라면, '욕망의불꽃'은 재벌가를 배경이란 것 외에는 크게 차이도 없다. 오히려 강도 높은 막장요소를 겸비한 '욕불'과 비교하면, '수삼'이 착한드라마로 보일 정도다.



'유승호-서우' 캐스팅도 막장?

막장드라마는 배우들의 연기력이 중요하다. 뻔한 드라마에서 배우의 연기마저 바닥이면, 몰입에 방해를 받고 욕을 두 배로 먹는다. 드라마도 막장인데, 연기력도 막장이면 시청자도 두손두발 다 들기 마련이다.

다행히 출연진을 보면 연기평에선 자유로울 듯 싶다. 특히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선보인 악녀 나영 신은경의 경우, <욕망의불꽃> 최대수혜자 0순위가 될 가능성이 높다. 1회만 보면 MBC연기대상의 반은 신은경이 쥐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니까.
 
문제는 의외의 곳에 있었다. 바로 신세대 연기자로 주목받는 유승호와 서우. 흡인력이 생각보다 떨어진다. <선덕여왕>의 유승호, <탐나는도다>의 서우가 맞나 싶다. 여기엔 그들이 뱉은 대사나 몸짓이 워낙 경직스럽고, 막장틱한 것도 한몫 거들었다고 볼 수 있다.

민재(유승호)가 천사표 부잣집 도련님이라 그런지, 반항도 매우 조심스럽다. 팜므파탈 인기(서우)도 나영에 대한 냉소와 멸시가 2% 부족했다. '유승호-서우' 커플이 <욕망의불꽃>을 만나서 연기력이 한 단계 퇴보한 느낌이다. 물론 이제 드라마가 시작했다는 점에서, 연기력을 운운하기엔 시기상조이나, 분명 캐릭터에 어울릴 만한 연기력은 아니었다.

차세대 연기자로 손꼽히는 '유승호-서우' 가 막장드라마에 모습을 비췄다는 자체가 의외였지만, 맡은 배역은 충분히 소화할 재능있는 배우이라는 데엔 이견이 없다. 다만 유승호의 경우, 지나치게 이른 시점에 성인연기를 시작한 건 아닐까. 아무리 모델이 좋아도 사이즈가 안 맞으면 멋이 나질 않는다. 연기에 앞서 민재라는 캐릭터가 유승호에게 무거워 보인 게 사실이다.

만일 제작진이 배역간에 시너지효과는 무시한 채, 단지 유승호의 인기를 등에 업으려 했다면. 드라마뿐 아니라 캐스팅도 막장이란 소릴 피할 수 없다. 1회만 놓고 볼 때, 제작진은 차후 유승호와 서우의 캐릭터를 보다 세심하게 다룰 필요가 있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