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연예

1박2일 당일치기, 서울콤플렉스?

바람을가르다 2010. 9. 28. 10:38






26일 방송된 해피선데이 <1박2일>은, 지난 부석사 무량수전 미션 결과에 따라, 당일치기여행을 하게 됐다. 장소는 경기도 근처가 될 거란 예상을 깨고, 서울의 중심에 위치한 종로구. 600년 도읍의 역사가 숨쉬는 곳을 찾아, 서울의 과거와 현재를 한눈에 볼 수 있었던 시간.

방송이 끝난 직후, 대체적으로 호평이 따랐다. MC몽 빠진 5인 체제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지만, 그의 공백은 사실상 없었다. 또한 '예능인가 다큐인가' 라는 재미의 측면에서 접근하는 시각도 눈에 띤다. 강호동과 이수근을 비롯한 5명이 5군데의 명소를 소개하고, 1:59분이라는 긴박하고 짜릿한 미션수행에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다큐라는 지적이 나왔던 이유가 뭘까.

여기저기 찾아간 것 같긴 한데, 기억에 뚜렷이 남는 장소가 별로 없다. 바로 수박겉핥기식의 소개에 있다. 반대로 하나의 장소를 찾아서 1시간의 분량을 뽑았다면 어땠을까. 은지원이 찾았던 부암동 백사실 계곡. 바로 그 부암동 동네만 걸어도 볼거리가 충만하다. 부암동은 안평대군의 무계정사길, 소설가 현진건이 집터와 같은 역사가 숨쉬고 있고, 미술관같은 문화공간도 있다. 드라마 <커피프린스1호점> 최한성(이선균)의 집으로 나온 까페도 찾을 수 있다.  

다섯명이 함께 부암동 동네를 훑고 백사실 계곡을 찾았다해도, 충분히 '1박2일'의 재미를 뽑을 수 있었다. 김종민이 찾았던 가회동과 계동으로 이어진 북촌한옥마을과 창덕궁을 비롯한 주변도 마찬가지다. 여유를 가지고 멤버들이 서로 엉키며 웃음을 뽑고 진행할 수 있음에도, 5군데를 뿔뿔이 흩어져 이동시간을 포함한 3시간을 테마에 맞는 일부만 보여주고 만 셈이다. 때문에 다큐가 전체를 지배하고, 그나마 광장시장에서 사람들과 어울린 강호동이 특유의 친화력으로 예능의 재미를 뽑아 어렵사리 균형추를 맞춘 것이다.



1박2일 당일치기, 서울콤플렉스?

<1박2일>의 서울콤플렉스를 재차 확인했다. 서울은 여행장소가 아니라는 편견을 깨기 위한 기획이었다. <1박2일>을 통해 떠나는 주체가, 바로 서울에 사는 그들이기 때문에, 차든, 기차든, 비행기든 타서 어디론가 이동을 하고 고생을 해야, 그것도 가급적 멀리 떠나야 여행이 시작된다는 고정관념. 그들뿐 아니라, 시청자도 무의식적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1박2일>이 여행장소를 소개하는 가이드입장이라면 생각해 볼 문제다. 지방에서도 <1박2일>을 시청한다. 서울의 명소를 보여 주는 것도, 충분히 컨셉과 일치한다. 어떤 도시와 견주어도 손색없을 만큼, 서울에는 가볼 만한 숨겨진 명소가 많다. 또한 바쁘다, 귀찮다는 핑계로 늘 오가는 곳만 아는 서울 사람도 적잖다. 서울촌놈이란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제작진은 조심스러웠다. 600년 도읍의 과거와 현재를 거론하며, 전통이라 말할 수 있는 한옥을 중심으로 참신한 테마를 짜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당일치기란 시간의 압박도 종로여행을 거든 셈이다. 그러나 지방에 사는 시청자를 감안한다면, 서울도 그리 나쁜 베이스캠프가 아니며, 서울이 배제된다면 오히려 역차별이다.



그래서 서울특집은 특별할 수 있었다. 여행이 갖는 고정관념에서 조금은 벗어났기 때문이다. 다만 지리산둘레길이 아니었기에, 접근에 보다 세심할 필요는 있었다. 둘레길은 풍경자체가 그림이다. 그러나 도심은 다르다. 백사실 계곡의 주변의 경치는 고사하고 개구리와 사투를 벌이는 데 시간을 소비한 은지원이 아쉬웠던 이유다. 반면 이화마을을 찾아가 천사가 된 이승기가 소박한 주변환경을 잘 포장해 내놓은 케이스로 볼 수 있다. 

이번 서울특집은 절반의 성공이다. 테마에 맞게 여러가지를 보여 주었지만, 그에 따랐던 산만함이, 서울의 도시적인 이미지를 재전송한 느낌도 일부 주었기 때문이다. 또한 1박2일이 아니라, 무한도전에서도 볼 수 있는 그림이었다. 서울 사람에겐 데이트코스, 나들이코스로 비춰질 수 있었지만, 정작 지방에서 서울로 여행 올 사람에겐, 시간을 투자해서 갈만한 곳이라는 인상을 주기엔 2% 부족한 느낌도 없지 않았다.

파랑새는 멀리서 혹은 아주 가까이서도 찾을 수 있다. 언젠가 다시 서울을 소개할 기회가 오겠지만, 그 때는 서울콤플렉스에서 완전히 벗어났으면 한다. 서울을 소개하는 것이 잘못도 아니고, 그들이 편하기 위해 택한다는 자격지심을 가질 이유도 없다. 굳이 멤버들을 떨구고, 600년 도읍을 동원해가며 거창하게 기획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도 탈피해야 한다. 서울의 명소를 찾아 충분히 즐기고 재미를 찾을 수 있다는 걸, 1박2일 동안 시청자와 공유한다면, 그들의 여행공식에서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