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기회의 테트리스?
19일 방송된 해피선데이 <1박2일>은 '한국의 미(美)'를 찾아 떠났다. 제작진이 낸 단계별 힌트를 듣고, 멤버들이 장소를 찾아가는 미션이 주어진 것. 결과에 따라 다음 여행이, '당일치기' 혹은 '2박3일'이 된다. 꽤 흥미로운 발상이다.
멤버들은 스마트폰의 위력을 맘껏 활용했다. 이승기가 강추한 경북 안동에 위치한 봉정사 극락전. 제작진의 힌트와도 얼추 맞아 떨어진다. 그러나 정답은 천년의 역사를 품고 있는 한국의 대표적인 목조건물 부석사 무량수전. 다행히 안동과 같은 방향인 영주였고, '배흘림기둥'이란 힌트에서, 무량수전으로 코스를 변경한 멤버들은 미션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소박하지만 천년을 인내한 힘이 느껴지는 부석사 무량수전. 아름다운 절경속에, 소백산과 태백산의 정기가 충만하게 느껴지는 곳. 가을이면 단풍으로 더욱 많은 이들을 유혹할 장소에, <1박2일>이 먼저 찾아가 충실한 여행가이드로 제 몫을 한 셈이다.
그 뿐인가. 'MC몽-이수근' 짜리몽땅, '이승기-김종민' 모도당, '강호동-은지원' 죄송함당. 총 세팀으로 나눠 고스톱이 아닌 윷놀이를 통해, 잠자리를 정한 복불복도 재미가 넘쳤다. 특히 '죄송함당'의 도와 백도의 퍼레이드는 배꼽잡게 하는 웃음이 있었다.
또한 <1박2일>을 즐겨 보는 할머니 한 분께서, 손수 감사의 편지를 적어 보내, 이수근의 코 끝을 찡하게 만든 장면도 있었다. <1박2일> 보는 게 유일한 즐거움이 됐다는 말씀이 구구절절 느껴지는 감동의 편지 한통. 바로 '1박2일'의 또 다른 아름다움이다.
1박2일, 기회의 테트리스?
좋은 걸 찾는다면, 300회 특집 속에 상당히 많은 것들이 담겨 있다. 그러나 방송이 끝난 직후부터 쏟아진 기사는, 온통 MC몽 타령이었다. 편집당해서 제대로 나오지도 않은, MC몽 관련된 이야기가 다수를 이룬다. 여기에 김종민 병풍론은 그치지 않았고, 이 모두를 주관한 제작진에 대해 질타하는 목소리가 얹어졌다.
편집을 왜 그렇게 했냐는 식이다. 이건 너무 나간다 싶었다. 지난 주 방송에선 편집을 잘못해 MC몽이 등장하는 게 불만. 이번엔 제대로 나오지 않아서 불만이 된 셈이다. 상황에 대한 이해를 하지 않고, 무조건 비판하려 드는 시각이 왜 난무할까.
이번 MC몽의 편집은 불가피했다. 제작진으로선 시청자가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최선의 편집을 한 것으로 봐줘야 한다. 그럼에도 <라디오스타> 신정환 통편집까지 거론하며 비교에 들어간다. 진정 그 통편집이 매끄러웠다고 생각하는 걸까. 만약 <라디오스타>의 신정환처럼 MC몽을 통편집했다면, 또 다른 비판의 날을 세우진 않았을까.
이렇듯 도를 넘어 선듯한 비판이 무차별로 쏟아지는 건, 'MC몽-김종민'사태를 접근하는 제작진의 태도에, 불만이 쌓인 시청자가 많아졌다는 방증이다. 눈앞에 시청률을 고집하면, 가장 중요한 시청자의 신뢰를 잃는다. 신뢰를 잃으면 의심과 불만이 쌓이고, 좋은 것은 쉽게 잊으며, 작은 흠조차 눈알사탕처럼 크게 보인다. 결국 믿었던 시청률도 점차 하락할 수 밖에 없다.
김종민 병풍논란이후, MC몽 파동까지 겪고 있는 <1박2일>. 다행히 MC몽이 다음주부턴 등장하지 않아, 논란의 짐을 하나 덜은 셈이다. 다만 5인체제로 진행되기 때문에, 이에 따라 파생되는 비판과 맞서야 한다. 5인 체제는 불균형을 의미하고, 빈틈이 쉽게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김종민에 대한 불만도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현재의 <1박2일>은 마치 테트리스게임을 보는 듯 하다. 제작진을 향해 여러 형태의 블록(의견 혹은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그 단계가 김종민과 MC몽을 거치면서, 내려오는 블록의 양도 늘고,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제작진은 블록의 위치를 제대로 쌓아야 게임을 이어갈 수 있다. 지금까지 나름대로 잘 쌓아왔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제작진이 기다리는 빨갛고 긴 막대기(신뢰)가 나오지 않아, 블록(불만)의 높이는 높아지고, 쌓이고 있는 위치는 삐뚤빼뚤이다. 점점 쌓여진 블록의 모양새는, 전체의 그림을 흉하게 만든다. 제작진도 불안하지만, 즐겨 보는 시청자도 마찬가지다. 막상 빨간 막대기를 기다리다, 낭패를 볼 수도 있는 시점까지 왔다. 그렇다면 제작진은 빨간 막대기를 기다려야 할까.
아니다. 모양이 전혀 다른 여섯명을 잘 끼워 맞췄던 것처럼, 현재 제작진에게 내려오는 블록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불만의 요소들을 키울 것이 아니라, 잘 맞추고 끼워서 없앨 수 있어야 한다. 분명 블록중에도 도움이 되는 것들이 있다. 외면이 능사가 아니라, 지금처럼 관심이 증가할 때, 지혜롭게 풀어 가는 능력을 보여 준다면 <1박2일>에 대한 신뢰는 자연스럽게 생성될 것이다. 빨간 막대기 한방에 블록이 사라질 수 있다.
무관심보단 관심이다. 위기가 아니라 기회의 테트리스가 될 수 있다. 제작진이 믿어야 할 것은, 본인들의 능력에 앞서, <1박2일>을 사랑하는 시청자의 목소리다. <1박2일>내부에 믿음만큼이나 중요한 건, <1박2일>과 시청자간에 믿음이다. 그 믿음은 단단해 보이지만 깨지기도 쉬운 유리같은 것이다. 때문에 모양만 보지 말고, 투명한 것은 취할 줄 아는 제작진이 되었으면 한다. 마찬가지로 언론과 시청자도 눈을 감고 제각각의 블록을 쏟아내기 보단, <1박2일>이 소화할 수 있는 모양새를 갖춰 나갔으면 한다. 이점에서 나부터 '죄송함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