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연예

'1박2일' 멤버들도 '데쓰노트'는 못살린다

바람을가르다 2009. 7. 4. 14:14


어제 방송된 <절친노트>는 1박2일 멤버 MC몽편이었습니다.

새로 절친노트에 MC로 가세한 은지원과 게스트로 이수근이 출연해 화제가 되었죠.
물론 <1박2일>의 강호동, 이승기, 김C는 없어 반쪽짜리에 그친 모임이었으나,
<1박2일>통해 만난 세사람의 진솔한 얘기와 폭로아닌 폭로를 통해,
시청자에게 다시금 우정을 각인케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패키지 게스트를 싫어합니다.
이슈가 되는 프로그램의 멤버들을 오락프로 이곳저곳에 투입하는 걸 반기지 않습니다.
지나친 소비는 원형에 흠집을 내고, 자칫 그들의 무용담을 과시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예능에 물이 오른 MC몽과 이수근, 은지원 이 세사람의 재기넘치는 입담속엔
솔직담백하고, 층분히 재미와 즐거움을 선사할 줄 아는 감각이 있었습니다.

강호동의 카리스마 넘치는 리딩이 없어도,

여섯명이 화음을 내지 않아도, 단 세마디로 웃음의 옥타브를 찾아가는 솜씨가 뛰어났습니다.

물론 <1박2일> 멤버들이 모두 함께일 때와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요.

수위를 조절할 줄 아는 멤버간의 적당한 폭로전은
절친노트가 아닌 데쓰노트라해도 귀엽게 봐줄 수 있었습니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중간에 이수근이 사라지고,
원투, 데프콘, H유진이 빈자리를 채우면서 반쪽이 아닌 반의 반쪽이 되버린 <1박2일>멤버들.
은지원씨의 입답은 현저하게 줄었으며,
MC몽과 그의 친구들에게 카메라가 쏠리며, 예능을 위한 가쉽성 폭로의 잔치였죠.

대단한 폭로도 아닙니다.
친한 친구들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소소한 얘기들이랄까요.
재미는 어느정도 있더군요. 

그러나, 이수근씨가 있을 때, 
그들이 나누었던 1박2일에 대한 멤버들의 뒷얘기와는 사뭇 맛이 달랐습니다.
멸치로 국물을 우려낸 된장찌개같은 맛은 사라지고,
뒤늦게 합류한 게스트들의 입담엔 조미료가 뿌려진 듯해 개운치 않았습니다.
MC몽과 절친의 만남을 위해서가 아닌, 단지 방송을 위해 급조된 게스트로 느껴졌으니까요.


<사진출처 : SBS 절친노트>  


더 큰 문제는 <절친노트>라는 프로그램이 안고 있습니다.

이경규, 김구라씨의 진행은 프로그램의 컨셉에 맞게 물흐르듯 자연스러웠습니다.

그러나 컨셉자체가 진부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왜 일까? 

굳이 <절친노트>라는 타이틀이 예전처럼 필요하지 않습니다.
예전엔 연예계사이에 앙숙을 이어주는 가교의 컨셉으로 호응을 얻었죠. 
개인적으로 이 아이템을 좋아하지 않았으나 신선함은 있었습니다.
그러나, 연예계의 앙숙은 많겠지만, 섭외가 힘들다는 고충을 안고 있는 아이템입니다.
그래서인지, 시즌2로 바뀐 포맷은 친한 사람은 더욱 친하게 만들어주는 프로그램로 설정합니다.
 
지금의 절친노트는 <놀러와>나 <야심만만>, <해피투게더>, <샴페인>과 같은 기존의 토크쇼나
폐지된 <명랑히어로>와 비교해서 차이점이 없습니다.
꼭 <절친노트>에서만 가쉽성 폭로를 하고, 우정을 확인하는 건 아니니까요.
여느 토크쇼에서나 볼 수 있는 그림입니다.

<절친노트>만이 새로운 기획과 컨셉으로 승부하라고 한다고 가혹합니다.

그러나 기존의 <절친하우스>와 같은 신선한 아이템을 왜 죽여버렸는 지, 알 수 없습니다.
광법위한 연예인들 사이에, 새로운 선후배 및 친구를 만들어 주는 신선한 시도였는데요.  

같은 직종이면서도 다른 분야에서 일하느라, 안면을 트지 못한 연예인들 사이에
처음엔 낯설지만 프로그램이 끝나갈 때쯤엔, 훗날 인사라도 나눌 수 있는 우정을 심어주는 코너를 말이죠.
친한 사람끼리간의 이야기는 여느 토크쇼에서나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안 친한 사람끼리, 한 집에서 만나 에피소드를 만드는 건 다른 프로에서 흔히 볼 수는 없습니다.

개편을 통해 <절친하우스>라는 코너를 좀 더 가다듬고, 새롭게 버무렸으면 어땠을까 합니다.

선정과 가쉽성 폭로보단, 낯설음에서 오는 자연스런 웃음이 <절친노트>의 간판이 될 순 없었을까.  
지금의 <절친노트>로는, 1박2일 멤버들도, 또는 그 이상의 이슈가 되는 게스트를 불러와서 
제 아무리 '데쓰노트'를 쓴다해도 결국 프로그램만 죽어나가는 건
아닐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