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호걸, '아이유-홍수아' 막장개그가 정답?
개편을 통해 유재석의 <런닝맨>과 함께 새롭게 선보인, '일요일이좋다'의 <영웅호걸>. 비록 한자리수에 불과한 시청률이나, 동시간대 <1박2일>에 맞서 나름(?) 선전중이다. 정준호-신현준을 투입해 반전을 노렸던 '일밤' <오늘을 즐겨라>에 비하면 더욱 그러하다.
<영웅호걸>의 장점은 남자들이 장악한 일요일 저녁 예능에, 유일하게 여성멤버들을 주축으로 한 버라이어티란 사실이다. 왕언니 노사연을 필두로 정가은, 서인영에서 막내 아이유 티아라의 지연으로 이어진 열두명의 라인업은 충분한 경쟁력을 담보한다. 아쉽다면 MC이휘재와 노홍철이 버틴다해도, 타 예능의 남자들만큼 예능감이 따라 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때문에 제작진의 역할이 중요하다. 블루오션을 개척만 한다고 성공을 보장받을 수 없다. 시장(프로그램)안에서 물건(재미)을 팔아야 한다. 인재들의 장점을 캐치하고, 영업과 마케팅을 기획하는 제작진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게 아쉬운 대목이다.
영웅호걸, '아이유-홍수아', 막장개그가 정답?
지난 14일 방송분을 보면, 더욱 그러한 점이 눈에 띤다. 시작은 담당PD의 은근한(?) <1박2일> 디스로 문을 열었다. 6개월 후에 인기투표를 통해, 실력이 모자란 멤버를 퇴출할 구상을 내놓았다. 그리고 2기 멤버를 투입하겠다는 강수. 열두명의 멤버들은 즉각 반발했지만, 결국 PD에 의견에 수긍한 듯 잠잠해진다.
멤버들(MC몽,김종민)이 퇴출논란에 휩싸인 <1박2일>이 오버랩된다. 특히 김종민 다큐를 찍으며 끝까지 품에 안고 가겠다는 '1박2일' 제작진을 겨냥한 듯한, 일종의 디스로 보일 정도다. <영웅호걸>은 능력이 안 되면 퇴출이란 카드를 내밀었다.
문제는 6개월 이후에 <영웅호걸>이 살아남느냐가 관건이다. 멤버퇴출이 아니라 프로그램 퇴출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다만 현재 <영웅호걸>을 대체할 별다른 기획안이 '일요일이좋다'에 나올 것 같지도 않다는 게 위안이랄까. <런닝맨>이라도 치고 나가면 모를까. 일단 <영웅호걸>로 지지고 볶아야 할 상황으로 보여진다.
재밌는 건 무능력 멤버퇴출이란 카드로 '1박2일'과 차별화를 두고는, 결국 영웅호걸도 <1박2일>의 컨셉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다. 미션에 따라 승자와 패자구도를 만들고, 음식으로 벌칙을 구현하는 게 '1박2일' 복불복의 판박이다. 컨셉이 어느 정도 닮은 건 이해할 수 있다. 예능의 컨셉은 어차피 오십보백보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미션의 내용이다. 한마디로 식상하다. 잘팀과 못팀으로 나눈 뒤, <아내의 유혹>과 <제빵왕김탁구>를 토대로 강호동의 '99초 광고'를 찍은 느낌. 어떻게든 살려서 재미를 주면 좋은데, 그것마저 힘겨워 보인다.
사건을 만들려면 뚜렷한 캐릭터가 존재해야 한다. '노홍철-홍수아-유인나'로 결성된 3인조 사기단. 캐릭터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 플러스를 주고 싶다. 홍수아를 '앞잡이 이수근만들기'로 작정한 듯한데, 문제는 지나치게 작위적이라 연출-대본 티가 강하게 진동했다는 것. 빵집에서 세명이 시트콤을 찍은 셈이다. 너무 보이니까 낯뜨겁다. '좀 매끄럽게 안 되겠니?'
그나마 이 날 방송에서 웃음이 터진 건, 아이유와 홍수아의 막장개그였다. 버스안에서 아이유는 포동포동한 사람이 사는 곳을 '개포동'. 피카츄가 담배필 때 하는 얘기. '피까?' 옆에 있던 피구왕 통키가 말하길 '피구왕'. 내용은 별 거 없는데, 혼자서 낄낄대는 아이유의 리액션이 귀여워서 용서되는 개그다.
반면 리액션은 별로인데 내용이 알찬 홍수아의 막장개그. 야한 농담이 재밌냐고 묻자, 노사연은 "재미있어?"라며 어설프게 대답했다. 그러자 홍수아는 "잼은 냉장고 있지."하고 혼자서 자지러진다. 뭔가 어설픈데 재미있다.
사실 '아이유-홍수아'의 막장개그속에 <영웅호걸>의 답이 있다. 바로 어설프지만 자연스러움. 여자이기때문에 먹히는 개그. 같은 애교도 남자와 여자는 다르다. <영웅호걸>은 <1박2일>의 남자들을 흉내낼 것이 아니라, 여성의 색깔과 장점을 끄집어내야 한다.
특히 <영웅호걸> 멤버들은 대다수가 예능프로들이 아니라, 가수나 연기자출신이다. 그녀들에게 시청자가 바라는 건, 어설프지만 멤버간에 어울리며 자연스러운 웃음을 줄 수 있느냐에 대한 기대치이다. 대신 멤버들은 어설플 수 있되, 제작진이 준비해야 할 몫은 완벽해야 한다.
다음주는 생일을 맞은 서인영 몰래카메라. 보기도 전에 식상함이 밀려온다. 재활용한 아이템이 자주 눈에 띤다. <영웅호걸>엔 멤버빼곤 딱히 새로운 게 없다. 시청자의 눈을 확 사로잡을 만한 새로움. 바겐세일하듯 멤버들의 민낯을 공개하고 맨얼굴로 일반인앞에 나타난 것이, 지금껏 <영웅호걸>이 보여 준 유일한 신선함이다.
문제는 민낯은 포장지에 불과하다는 것. 내용물이 좋아야 한다. 미션의 내용이 신선하고 재밌어야 한다. '무엇을'도 좋고, '어떻게'도 좋다. 목적달성에 앞서, 과정에서 재미를 줄 수 있느냐가 결국 프로그램의 성패를 좌우한다. 멤버가 블루오션이기 때문에 성공하는 게 아니라, 물건이 블루오션이어야 한다. 파는 건 멤버들의 역량이지만, 일단 제대로 된 물건을 쥐어 줘야 파는 사람도 장사할 맛이 나지 않겠나. 제작진의 분발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