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연예

남자의자격, 합창단의 미친존재감?

바람을가르다 2010. 9. 1. 15:00







해피선데이 <남자의자격> 합창단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29일 방송에선 소프라노 솔로를 두고, 배다해와 선우의 대결이 흥미진진하게 펼쳐 졌다. 서로 다른 스타일과 음색을 지닌 두 사람 모두, 시청자에게 짜릿한 전율을 안겨 줬기에, 누가 더 낫다는 표현보단 최고라는 찬사를 사이좋게 나누어도 좋을 듯 싶다.

그러나 시청자는 누가 '넬라판타지아'의 소프라노 솔로가 될 지 궁금하기 마련이다. 듀엣이 아닌 솔로이기 때문에, 결국은 한 사람이 선택받게 돼 있다. 행복한 고민에 빠진 박칼린 음악감독. 두 사람 모두 솔로의 자격을 갖춘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으나, <남자의자격> 합창단에 어울리는 목소리는 찾는다면 해답은 쉽게 나올 듯 싶다. 



지난 방송에서 박칼린감독은 서인국에게 발라드가수의 창법을 버리라고 주문했다. 합창단속에선 기교보단 기본에 충실한 목소리. 자신의 목소리로 인해, 다른 단원의 목소리를 잡아먹지 않는 균형감을 강조했다. 성악의 힘을 바탕으로 묵직하고 풍부한 성량이 유감없이 뽐낸 선우도 훌륭하지만, 상대적으로 수채화 톤의 맑고 깨끗한 목소리의 배다해가, '남자의자격 합창단'에서 만큼은 소프라노 솔로로 더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을까.

솔로없이 남격합창단에서 시청자에게 처음 선보인 '넬라판타지아'의 완곡을 들어보면, 하모니를 이룬 전체적인 음색이 옅은 느낌이 강해, 더욱 이러한 접근이 가능하다. 다만 선우가 소프라노 솔로로 낙점되어도, 합창단에 맞출 충분한 역량을 갖췄기에 문제는 없겠지만...



남자의자격, 합창단의 미친존재감?

이렇듯 지난 31일 방송은, 합창단을 지휘한 박칼린 음악감독과 멋진 대결로 소름 돋게 한 배다해와 선우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반면 <남자의자격>에 주인공인 일곱 남자(이경규,김국진,김태원,이윤석,김성민,이정진,윤형빈)는 상대적으로 빛이 바랬던 게 사실이다. 그나마 합창단의 구멍으로 꼽힌 이경규가 주연다운 존재감을, 김국진과 김태원이 면피급 활약을 했어도 말이다.

박칼린감독은 외부인사지만 아마추어 합창단의 리더이자 중심이다. 당연히 존재감이 주연으로 부각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배다해는 <남자의자격>에 복병으로, 박칼린감독과 함께 최고의 이슈메이커로 자리매김 했다. 여기에 선우가 가세하면서, 어느새 남자격 멤버들은 알파걸에게 주도권을 내준 셈이다.  

그럼에도 <남자의자격>에 일곱 명이 빛나는 건, 굳이 주연을 고집하기 보단, 아이템에 맞게끔 자신을 낮추고 합창단원들과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합창단이 빛날수록 <남자의자격>도 빛남을 알고 있다. 박칼린, 배다해, 선우 등이 화제가 되면, <남자의자격>이란 브랜드도 동반상승한다. 전체를 위해 때때로 주연자리를 내어 줄 수 있는 것. 그것이 합창단이란 소재, 하모니란 컨셉이 쥐고 있는 키다.



짧은 분량에도 자신의 역할을 120%로 소화하는 이들을 가리켜 흔히 '미친존재감'이라 일컫는다. 남자격 합창단에도 미친존재감이 눈에 띈다. 사실상 합창단원 모두가 미친존재감이지만, 굳이 꼽자면 <남자의자격>의 일곱 남자들을 외면하기 힘들다. 지난 주 방송에서 주연이 조연으로 강등되고 분량은 예전에 비해 현저하게 줄었지만, 그들이 있었기에 다큐모드로 휩쓸리기 쉬운 합창단은 웃음과 활기가 넘칠 수 있었다. 또한 완벽을 방해하는 요소로 치부되나, 그들이 있기에 발전과 성장이 더 눈에 띠고, 다음 방송을 기대케 한다.

합창단의 중심은 박칼린감독이 잡아 주었으나, 예능의 색깔을 잃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 준 건, 이경규와 김국진을 비롯한 남자격 멤버들이다. 감동 혹은 웃음 하나만으로 한 시간을 달릴 수는 없다. 배다해와 선우가 빛나기에 앞서 이경규와 같은 구멍도 필요하고, 반대로 진지한 태도로 최선을 다하는 박칼린과 최재민 그리고 단원들이 있었기에, 어설프고 모자람에도 당당하게 딴죽을 걸 수 있는 남자격 멤버들이 빛이 난다. 절묘한 예능의 하모니.

합창대회가 끝나고 나면, 박칼린감독과 배다해만 기억될 지도 모른다. 그러나 <남자의자격>이 얻은 것은 그 이상이다. 그들 스스로 성장한 또 하나의 계기였을 뿐 아니라,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는 방법을 멤버들이 아닌, 낯선 사람들과 방송을 통해 배우고 채웠기 때문이다. <남자의자격>이 언제 어디서 누구와 어울려도, 매끄럽게 풀어 갈 노하우를 쌓은 것만으로도, 앞으로 그들만의 색깔과 재미를 만들어 가는 데 든든한 자산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