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연예

고현정-엄태웅, 불편했던 알까기?

바람을가르다 2010. 8. 30. 06:55







29일 방송된 MBC예능프로그램 <꿀단지>의 메인코너 최양락-홍진영의 '알까기제왕전'에, <선덕여왕> 미실 고현정과 김유신 엄태웅이 출연했다. 특히 지난 해 황금어장 <무릎팍도사>이후, 예능에서 만나기 힘들었던 고현정을, <일요일일요일밤에>나 <무한도전>이 아닌 <꿀단지>에서 만날 수 있었다는 건 상당히 의외였다.

<꿀단지> 제작진의 섭외력을 높이 평가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나, 프로그램의 경중을 따지지 않고, 출연을 허락한 고현정의 대인배 포스를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최근의 근황을 알리는 토크가 아닌, 순수하게 바둑판에 알을 깜으로써, 시청자를 위한 웃음의 소재가 되겠다는 그녀의 선택은 성격처럼 쿨하다. 단지 고현정과 엄태웅이란 특급게스트를 요리하는 요리사 최양락의 실력이 기대이하였다는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고현정-엄태웅, 불편했던 알까기?

톱스타를 섭외했다고 해서, '알까기제왕전'의 기존 포맷과 취지를 바꿀 순 없다. 아무리 고현정과 엄태웅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해도, 최양락이 진행하는 '알까기제왕전'의 스타일을 버릴 수 없다. 그러나 재미와 웃음에 앞서, 시청자에게 불쾌감을 준다면 곤란하다. 그리고 재미를 위한 멘트의 수위는 진행자인 최양락의 몫이다.

고현정의 출연에 몹시 들떠 보인 최양락. 본인의 코너가 <일밤>수준으로 격상된 느낌까지 받았을 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초반 최양락은 애써 의연하게 첫단추를 잘 꿴 편이다. 고현정과 엄태웅의 프로필을 소개하며, '모래알시계'와 같은 웃음코드로, 게스트의 긴장감을 풀어 주는 데 성공했다. 40세의 피부로 믿기지 않는 '절대동안' 고현정에 대한 찬사도 잊지 않았다.

문제는 알까기가 시작된 이후부터다. 고현정에 대한 칭찬과 엄태웅에 대한 비난으로 시종일관 중계를 한 최양락. 어느정도 편파중계는 개그코드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엄태웅을 향한 인신공격성 멘트는, 아무리 웃음을 유발할 수 있다해도 거북한 게 사실이었다. 그에 대한 꾸준한 피부지적과 개태웅 발언 등은, 3류 코미디에서나 나올 법한 개그다. 좋은 게스트 불러다가 질 나쁜 개그용도로 사용한 셈이다.



잔소리와 비난으로 얼룩진 최양락의 멘트에 웃음은 사라진다. 순간순간 얼굴이 붉어지긴 했으나, 미소를 잃지 않은 엄태웅이 대단해 보일 정도다. 일방적인 수모를 겪는 엄태웅뿐 아니라, 마주한 고현정도 불편하긴 마찬가지 아니었을까. 고현정의 웃음도 최양락의 멘트보단, 엄태웅이 실수를 하고 쑥스러워 하는 표정에서 대부분 나왔을 뿐이다.

고현정의 승리로 끝난 알까기. 분위기를 다운시킨 최양락의 마지막 질문이, 그의 진행수준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미 알까기 도중에 고현정에게 여자보단 남자연예인과 친분이 남다르다는 지적을 했음에도, 알까기가 끝난 후에 재차 거론한다.

"친한 여자연예인은 없고 죄다 남자연예인만 친해요?"

그러자 고현정도 "네, 남자가 좋습니다."라며 응수했다. 고현정의 솔직함을 떠나서, 마지막 질문으로 적당한가. 도대체 무슨 답변을 원했던 것인지,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질문. 차라리 최근 근황이나 향후 활동계획을 간략하게 물어보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방송활동으로 보면 최양락이 두 사람에 비해 한참 선배다. 그러나 <꿀단지>에선,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시종일관 불편함을 참아 낸 고현정과 엄태웅이 프로였다면, 미숙한 진행을 선보인 최양락은 아마추어였다. 

'알까기제왕전'을 통해 남은 건, 나이를 뛰어넘은 고현정의 매끈한 피부와 최양락의 비난세례에도 웃음을 잃지 않던 엄태웅의 방송태도였다. 반면 한물간 아이템 '알까기'로 돌아온 최양락. 그가 왜 리얼버라이어티에 적응하지 못하고, <야심만만>과 <샴폐인>등에서 하차할 수 밖에 없었는가. 바로 게스트에 대한 적응력과 소비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최양락은 개그본능에 앞서, 게스트를 배려할 줄 아는 멘트의 수위를 찾는 게 필요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