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vs스타킹, 다이어트가 프로레슬링 이긴 이유?
리얼버라이어티의 강자 <무한도전>이 <스타킹>에 무릎을 꿇었다. 28일 방송된 <무한도전>은 13.5%(이하 AGB닐슨미디어리서치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해, 15.4%를 기록한 강호동의 <스타킹>에 밀려 동시간대 1위 자리를 내준 것이다. 특히 <스타킹>은 지난 주에 비해, 무려 4.5%나 상승했다.
이 결과에는 <스타킹>의 장기프로젝트 '숀리의 다이어트'가 결정적 역할을 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역시 <무한도전>의 장기프로젝트였던 'WM7 프로레슬링 특집'이 기대만큼 시청자에게 어필하지 못한 것은 생각해 볼 문제다. 늘 시청자에게 웃음과 감동을 선사했던 <무한도전>의 아이템으로 과연 프로레슬링이 적절했을까?
다이어트가 프로레슬링 이긴 이유?
'WM7 프로레슬링 특집'은 지난 19일 장충체육관에서, 그간 유재석을 비롯한 멤버들의 땀과 노력의 결실을 수많은 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선보여, 성공적인 피날레를 장식했다고 할 수 있다. 다음 주에 방송될 경기장면은 벌써부터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문제는 프로레슬링은 위험한 종목이란 사실이다. 무한도전 멤버들 뿐 아니라, 일반인이 따라하기엔 엄두조차 낼 수 없다. 이미 연습과정에서 레슬링 코치 손스타는 갈비뼈 부상, 정형돈은 뇌진탕에 걸릴 정도로, 그 아찔함을 안방까지 전달했다. 투혼으로 볼 수 있고,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을 한 그들에게 박수를 쳐줄 수 있다. 그러나 예능이 사람잡는다는 일각의 우려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그들이 위험했던 것처럼, 방송에 노출된 아이들이 흉내내고 따라 한다면 어떤 결과가 발생할까. 물론 여러차례 방송을 통해, 절대 따라하지 말라는 경고성 메세지를 남겼지만, 초등학생이 그 메세지에 얼마만큼 반응할 지 미지수다. 오히려 더 흉내내고 싶고, 더 따라하고 싶은 욕구를 <무한도전>이 제공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유재석, 박명수를 비롯한 스타들은 어린이들의 우상이다. 그리고 <무한도전>을 즐겨본다는 점이다. 아직은 성숙한 판단이 흐린 아이들에게, 프로레슬링은 과연 어떤 긍정의 효과를 줄 수 있을까. 성인들은 그들의 열정에 감동할 지는 몰라도, 아이들은 감동을 행동으로 옮길 여지가 있다. 매트도 없는 곳에서, 친구들과 장난삼아 프로레슬링을 하다 부상이라도 당한다면, 누가 책임질 수 있나.
지난 번 <1박2일>에 이수근이 김종민의 라면을 빼앗아, 트럭밑에서 라면을 먹다가 시청자의 비판에 직면했다. 아이들이 흉내낼지도 모르기 때문에, 매우 위험한 행동이었다. 방송이라면 재미에 앞서 더 신중하고 조심해야 했다. 그리고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주의'조치를 받았다.
프로레슬링은 그야말로 숙련된 프로들이 펼치는 운동종목이다. 물론 <일밤>의 '대단한도전'등에서도 이미 옮겼던 아이템이다. 때문에 <무한도전>에서 다룬다 해도 크게 차이가 없다고 생각할 지 모르나, 아이들에게 주는 인기스타의 영향력과 장기프로젝트인 만큼 실제를 방불케하는 액션이 꾸준히 노출된다는 사실이 우려를 자아낸다. 성인들의 향수를 자극하기 위해, 아이들을 위험에 끌어들이는 양날의 검과 같은 아이템이다.
부모의 입장이라면 아마도 아이와 함께 프로레슬링을 보고 싶진 않을 것이다. 아이가 학교에서 친구들과 재미삼아 흉내라도 낸다면, 걱정이 앞설 수 있기 때문이다. 부상이란 건, 알고 보면 장난에서 시작되는 경우도 많다.
같은 시간에 <스타킹>에선 다이어트 요요현상을 막는 '트리플 원샷 비법'을 전수하고 있었다. '다이어트'가 남녀노소에게나 관심있는 주제이나, 그만큼 많이 노출됐기 때문에 신선함은 크지 않다. 그러나 다이어트 통해 고도비만을 극복하고 건강과 자신감을 찾은 일반인들을 볼 수 있다. 감동과 공감 그리고 자극을 받아 다이어트를 시작하는 시청자도 생겼을 것이다.
다이어트는 긍정의 효과를 부르는 아이템이다. 또한 프로레슬링과 같은 운동이지만, 상반되게도 위험과는 거리가 멀다. 시청자에게 낯설거나 불편함을 주는 요소가 적다. 같은 흉내를 내도, 프로레슬링은 께름칙한 반면, 다이어트는 권장하고 싶은 아이템이다. 결국 스타킹이 무한도전을 이긴 것이 아니라, 다이어트가 프로레슬링을 이긴 것이다.
김태호PD의 취지가 아무리 좋았다해도, 프로레슬링은 '무한도전'의 시청자에겐 좋은 아이템이라고 볼 수 없다. 순간순간의 재미와 마지막의 감동을 뽑기 위해 치뤄할 대가는, 고생하는 무도멤버뿐 아니라 그들이 사랑하는 시청자도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손스타, 정형돈만 다친 것으로 끝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특히 아이들이 노출되어 있다. 아이템 선정에 보다 신중을 기했으면 한다. 무한도전이지, 위험한 도전은 아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