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연예

‘이경규가 간다’ 독자브랜드로 런칭하나?

바람을가르다 2009. 7. 2. 08:18


월드컵하면 떠오르는 연예인은 누가 있을까요?


대표적으로 축구감독 박종환의 오랜 지기였던 故 이주일.

초창기 붉은악마 응원의 선봉장 김흥국.

오! 필승코리아 윤도현.


그리고, <이경규가 간다>의 이경규.


지난 98년 프랑스 월드컵 당시,

히딩크가 이끄는 오렌지군단 네덜란드전에서 0:5 참패의 수모를 겪던 날,

일밤 <이경규가 간다>를 통해, 현장을 찾아가 눈물을 흘리며 말을 잇지 못했던 사람.

4년 뒤에는 반드시 웃을 수 있기를 갈망하며, 울먹이던 그의 목소리.


그리고 2002년 월드컵과 함께 이경규는 돌아왔습니다.

변두리해설가 조형기씨를 대동하고 운동장을 곳곳을 누비며 생생한 현장소식과

그라운드 뒤에 가려진 이야기를 쫓아다니며,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해줍니다.

숨은 MVP를 통해, 작지만 아름다운 동기부여를 하는 모습도 보기 좋았습니다.

월드컵 4강이라는 역사의 현장에서 <이경규가 간다>는 화려하게 부활합니다.


또 다시 4년 뒤, 독일월드컵에선 김용만과 짝을 이루고, 후에 조형기도 합세합니다.

한편, 일밤 <이경규가 간다>를 모방한 타방송 예능프로도 생겨납니다.

월드컵의 특수를 놓칠 리 없는 방송국이 동시간대에 닮은 꼴 프로를 선보인 거죠.

그러나, 원조만이 발휘할 수 있는 노하우란 것을 무시할 순 없었습니다.

<이경규가 간다>는 찰스를 토고에 보내는 신선한 아이디어로 재미를 톡톡히 봅니다.

아쉽게도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대표팀은 쓸쓸한 귀국을 맞았지만,

이경규는 월드컵을 통해, 잠시나마 또 다시 존재감을 확인하는 계기를 만들죠.

월드컵은 역시 <이경규가 간다>의 이경규가 가줘야 제맛이라는.


재밌는 건 내년 월드컵도 이경규가 가야되는 데, 일밤엔 이경규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올 초,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MBC<일밤>의 옷을 벗고,

경쟁프로인 KBS<해피선데이>에 자리를 튼 이경규가 다시 <일밤>으로 돌아갈까요?


단순히 코너 하나를 선보이기 위해 <일밤>을 떠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애착 그 이상인, 자신의 역사와도 같은 <일밤>을 떠나 경쟁프로에 입성했을 땐,

이미 그는 <해피선데이>를 통해 <이경규가 간다>를 부활시키고자 했던 게 아닐까요?

<남자의 자격>의 성공여부를 떠나, 꾸준히 다른 코너들을 선보이면서 말이죠.

월드컵뿐이 아닌, 월드컵이후까지 고려한 선택이 <해피선데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언젠가는 고향같은 <일밤>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그러나 내년 월드컵에서 <이경규가 간다>를 일밤에서 보긴 힘들지 않을까요.


만약 이경규를 놓친다면, 마땅한 카드가 없는 <일밤>의 타격은 적지 않을 것입니다.

브랜드가 빠진 채, 기술력만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부담감만 커집니다.

일밤의 터줏대감 김용만, 조형기카드를 내세운다해도 땜빵 느낌을 지워낼 수 없습니다.


일밤은 <무한도전>팀을 비롯한, 여러 카드를 놓고 고민할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유재석이 <패밀리가 떴다>로 동시간대 경쟁프로에 출연중인 사실입니다.

유재석이 겹치기 출연을 허락할까요?

절대 아니라고 봅니다.

누구보다 프로정신이 뛰어난 유재석이 무리수를 둘 리 만무합니다.

물론 <일밤>이 아닌, <무한도전>이란 토요일 프로그램을 통해 떠날 순 있겠죠.

그것도 SBS<패떴>팀이 남아공으로 떠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서 말입니다.


반면 <해피선데이>의 경우,

월드컵을 찾아갈 수 있는 <1박2일>이란 대체 카드가 있기 때문에 여유가 있습니다.

이경규가 월드컵까지 가 준다면, <해피선데이>는 대박을 기대할 수 있겠죠.

더군다나 월드컵의 열기가 무르익는 내년 초부터는,

평가전부터 <이경규가 간다>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효과는 그 이상입니다.


일밤이 아닌, 해피선데이에서 <이경규가 간다>를 본다?

분명 이경규에겐 모험이라기 보단, 기회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경규가 간다>를 더 이상 <일밤>이란 브랜드를 통해서가 아닌,

‘이경규’라는 독자적인 브랜드로 승부를 거는 것입니다.

프로그램에 묶여있던 하나의 코너가 완전하게 독립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물론 <이경규가 간다>는 이경규와 일밤의 합작품이며,

만일 <이경규가 간다>라는 간판을 사용하지 못할 경우, 이경규에겐 부담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이란 단기간의 이벤트적인 특수성을 고려해 볼 때,

이해관계가 얽혀 있지 않는 한, 굳이 일밤에서 <이경규가 간다>를 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번 남아공월드컵에서,
해피선데이를 통한 <이경규가 간다>가 성공할 경우,

이경규는 월드컵시즌마다, 각방송사로부터 러브콜을 받게됩니다.

그만큼 이경규라는 브랜드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버팀목이 됩니다.


당사자인 이경규는 어떤 생각을 그리고 있을까요.

일밤이 아닌, 해피선데이에서 방송한다고 시청자가 줄어들까요?

오히려, <1박2일>과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진 않을까요?

프로그램의 성패는 방송사가 아닌, 재미에서 갈린다는 평범한 진리를 떠올릴 때,

변화에 민감한 승부사 이경규라면,

해피선데이 <이경규가 간다>의 런칭을 준비하지 않을까를 생각케 하는 대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