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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여우누이뎐, 3D 복수쇼는 해피엔딩일까?

바람을가르다 2010. 8. 24. 09:25







23일 방송된 <구미호여우누이뎐> 15회에선, 뭔가 홀린 듯한 윤두수(장현성)가 안방마님 양부인(김정난)을 칼로 찔렀고, 마지막 숨통은 구미호 구산댁(한은정)이 끊어 버렸다. 복수다운 복수가 마지막회를 앞두고 처음으로 이뤄졌다. 그리고 초옥(서신애)에 의해, 구산댁의 정체가 윤두수에게 발각되고, 두 사람은 피할 수 없는 승부의 마침표를 예약하며 끝이 났다.

15회는 납량특집에 걸맞게 가슴을 졸일 만큼 소름 돋는 장면도 많았지만, 불필요하게 늘어진 느낌도 없지 않았다. 15회의 내용물은 알고 보면 두 가지 뿐이다. 양부인의 죽음과 구산댁의 정체다. 단 두 가지를 제외하곤 이전 흐름의 연장선에 있었다.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혼재한다. 미친존재감 만신(천호진)은 베일을 벗지 않았고, 조현감(윤희석)과 윤두수의 관계도 풀리지 않았다. 천우(서준영)도 뭔가 미지근한 느낌이 없지 않다. 



연기신이 강림한 윤두수가 표정연기 18종 세트를 뽑아낸 건 볼만했다. 그러나 그가 잠시 미쳐서 양부인을 칼로 찌른 '복수의 탱고' 이후, 정신을 차린 타이밍이 너무 길었다. 죽은 연이(김유정)의 '어디까지 왔나'를 줄기차게 듣는 동안, 구산댁도 별다른 액션을 취하지 않았다. 분명 손쉽게 윤두수를 제거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구산댁은 차일피일 미루다, 결국 윤두수의 날선 칼과 맞닥트리게 된 것이다.

만약 방울 노리개를 통해, 연이의 혼을 초옥에게 불어넣기 위한 작업마저 진행하지 않았다면, 구미호가 도대체 어디에 정신이 팔렸는지 알 수 없을 법했다. 그것마저 양부인의 귀환으로 실패로 돌아갔지만 말이다.

 


구미호의 3D 복수쇼는 해피엔딩일까?

15회를 돌아보면, 구미호가 참 만만해졌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장정 서너명은 삽시간에 해치울 명세기 요물 구미호인데. 그녀를 바라보는 인간들의 시선 속엔 두려움이 없다. 분명 놀라기는 하나, 그것도 잠시, '구미호라고 별 거 있나?' 라는 태도로 돌변한다. 양부인과 윤두수는 물론이고, 어린 초옥이까지 구미호를 우습게 대한다. 오히려 죽은 연이의 급성장이 눈에 띤다. 진정한 공포, 그리고 복수는 연이 손에 달린 게 아닐까 싶을 정도.

구미호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그리고 상황을 이렇게 까지 몰고 온 건, 구미호가 3D (Dirty, Dangerous, Difficult) 복수를 택했기 때문이다. 깔아 놓은 밑밥이 많아 복수에 깔끔함이 없고, 기회가 있었음에도 스스로 위험을 자초했을 뿐 아니라, 상당히 어려운 복수의 수순을 밟고 있다. 시청자도 예측하기 힘든 코스.

물론 단편으로 소화할 수 있는 복수가, 16부작으로 늘어나면서 생긴 과정이다. 과정속에 긴장감은 유지됐으나, 3D 복수자체는 늘어지고 시원함은 상대적으로 결여될 수 밖에 없다. 동시에 구미호란 캐릭터의 희생도 피할 수 없었다. 대신 마지막엔 구미호의 자존심을 제대로 세워 주길 기대했다. 추악한 인간의 욕심을 향한 통쾌한 복수가, 다른 누구의 손도 아닌 구미호의 날카로운 손끝에서 매듭지어 졌으면 하는 바램.



예고편에서 알 수 있듯이, 구미호의 복수는 어느 정도 이뤄질 듯하다. 다만 죽은 연이의 도움을 받을 것 같아, 조금은 아쉬운 면이 없지 않다. 구산댁 구미호의 생사여부는 알 수 없으나, 초옥이 눈물속에 아버지를 외치는 걸 보아 윤두수가 죽음을 맞이했을 거란 추측이 가능하다. 오히려 구미호대신 칼에 맞은 흑기사 천우가 과연 죽었을 지, 그리고 만신은 어떤 정체로 구산댁과 마지막을 장식할 지에 초점이 맞춰진다.

마지막까지 긴장을 끈을 놓을 수 없는 '구미호여우누이뎐'. 이제는 만신의 정체보다 해피엔딩이 될 수 있을지가 궁금하다. 다른 이들은 다 죽고, 연이가 돌아올 수 없다 해도, 구미호 구산댁만큼은 살았으면 좋겠다. 복수를 만드느라 고생하고 눈물쏟았던 구미호를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