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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제작진의 제식구 감싸기?

바람을가르다 2010. 8. 23. 08:50

 

 

최근 해피선데이 <1박2일>을 보면, 2%가 아닌 2,30% 부족한 느낌이 든다. 그 부족함을 신뢰와 의리로 시청자가 채워 주는 형국이다. 여전히 시청률에선 30%를 웃도는 예능의 절대강자로 흔들림이 없다. 그러나 분명 재미는 과거에 비해 줄어든 게 사실이다. 

여기서 '재미'는 단순히 웃음을 의미하진 않는다. 물론 <1박2일>의 모토인 복불복을 빼놓을 수 없다. 멤버들과 제작진간에 이뤄지는 예측불허의 미션과 복불복. 그 치열함이 선봉에 있으나, 그에 앞서 바탕이 되는 여행. 그 속에서 만난 사람들. 그리고 함께 만들어 간 추억도 재미안에 스며든다. 아름다운 풍경속에, 웃음도 있고 감동도 있다. 이것이 모여 시너지를 냈고 <1박2일>의 힘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지금의 <1박2일>은 다르다. 여행을 떠나도 주위엔 사람이 없고, 풍경은 주마간산(走馬看山)처럼 훑고 간다. 그렇다면 복불복에서라도 재미를 뽑아야 하건만, 그것마저 녹록치 않다. 이유는 간단한다. 바로 시청자에게 읽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강호동의 '가위바위보'과 같은 상황이다.



1박2일, 제작진의 제식구 감싸기?

강호동은 가위바위보에서 절대 승률을 자랑한다. 주먹을 내겠다고 선전포고를 한 뒤, 상대방이 무엇을 낼 지 계산을 한다. 그리고 상대방의 심리를 읽어 내는 강호동의 계산법은, 언제나 그에게 승리를 안겨 주었고, 승부사라는 칭호가 따라붙었다.

같은 선상에서, <1박2일>은 시청자와 가위바위보를 한 셈이다. 그들은 가장 알기 쉬운 코스로 시청자를 인도하는 대신, 시청자가 놀랄 만한 재미를 안겨 주었다. 그러나 4년이 넘게 시청자를 쥐락펴락했던 그들의 가위바위보는, 현재 시청자의 눈에 읽혀 버렸고, 승리를 장담하기 힘든 상황에 노출됐다. 쉽게 말해 <1박2일>이 시청자를 읽는 데 한계에 부딪혔다.

최근 불거진 사자성어 오답논란, 오프로드 조작논란은, 그들이 실제로 리얼을 무시하고 조작을 한 것이 아니라, 시청자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시청자가 예측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니, 작위적으로 비칠 수 있었다. 가위바위보를 하는 재미가 없다.

이것은 철저히 제작진의 탓이다. 제작진이 판을 제대로 깔아 주지 못했기 때문에, 멤버들이 취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급격히 줄어든다. 당연히 시청자도 예상 가능한 수준에서, 웃음을 뽑는 비효율을 낳는 것이다. 때문에 강호동, 이수근, 이승기 등 개개인의 의존도가 커질 수 밖에 없다. 22일 방송은 MC몽의 개인기로 기인이 되는 현상까지 벌어졌다.



더군다나 저녁식사복불복도 건너 뛰었다. 그러고 보면, 최근 잇따라 저녁식사복불복을 하지 않았다. 또한 그 지방을 특산물을 맛보는 시간도 사라졌다. 여행의 또 다른 재미 맛을 잃어버리고 택한 잠자리 복불복.

'팔뚝에 혀닫기'나 '다리를 머리위로 올리기'는 왜 넣었나? 그것은 최근 병역면제의혹 논란에 휩싸인 MC몽 살리기에 불과한 종목이다. '머리로 물구나무 서기'도 병풍 김종민 살리기였다. 이런 불평등한 미션을 준비한 것은, 과거 제작진의 원칙과 상반된다.

나영석PD는 늘 공정한 게임을 추구했다. 멤버 모두가 할 수 있는 종목인 탁구, 배드민턴, 제기차기 등이 그렇다. 그 밖에도 기인들이나 할 수 있는 종목을 채택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그리고 자막으로 열심히 멤버들을 칭찬한다. 특히 MC몽에게 저걸 해내다니 대단하며 해외토픽을 운운한다. 위기에 빠진 '제식구 감싸기'로 보일 정도다. 
  
화면은 또 얼마나 산만한가. 시청의 집중력을 떨어뜨린다. 결국 불필요하고 의미없는 갖은 생고생을 멤버들에게 시키고, 재미와 시간은 날려 먹는 역효과. 멤버보다 중요한 건 시청자다. 시청자를 위한 게임을 준비하지 못한 제작진이 실망스럽다.



MC몽과 김종민을 살리고 싶으면 기인열전을 할 것이 아니라, 제작진이 더 크고 짜임새있는 밑그림을 준비해야 한다. 멤버들이 마음껏 즐기고 뽑아낼 수 있는 재미의 판. 그렇지 못하면, 오히려 두사람 때문에 <1박2일>의 재미가 죽는다는 반발을 부르기 쉽다.

멤버교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이유는 MC몽과 김종민에게 미운 털이 박혔기 때문만은 아니다. 멤버들간에 익숙함에서 오는 리액션의 문제다. 서로를 너무 잘 알면, 본능적으로 아는 그림을 쫓는다. 물론 매끄럽게 전개될 수는 있으나, 시청자도 그들을 너무 잘 안다는 단점을 부른다. 그래서 예능감이 필요하다. 시청자와의 가위바위보에서 이길 수 있는 예능감.

다만 그 예능감마저 이기는 비호감이 있다면, 메스를 대는 것도 필요하다. 물론 새로운 멤버가 들어온다고 해서 성공을 보장하진 않는다. 그러나 기존 멤버들과 부딪힐 때 나는 소리와는 분명 다를 것이다. 재미의 또 다른 포인트 '신선함'이 담보된다.

현재 <1박2일>의 아킬레스는 제작진에 있다. 시청자를 읽는 시야가 상당히 좁아졌다. 덕분에 멤버들이 수난을 겪고 있다. 개개인의 예능감은 좋은데, 하나로 뭉쳐 주는 구심점이 빈약하니, 결국 식상함에 노출된다. 제작진이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멤버들이 아니라 시청자다. 시청자와 두뇌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밑그림을 멤버들에게 제공한다면, 그들이 알아서 새롭게 내놓을 것이다. 반대로 멤버들이 잘 하는 밑그림을 건네주면, 그들에게 익숙한 시청자는 식상의 함정을 빠져 나올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