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오프로드, '강한 의혹' 특집된 이유?
15일 방송된 해피선데이 <1박2일>은, 경북 봉화울진을 찾아 오프로드 여행을 떠났다. '강한 남자' 특집으로 기획된 이번 여행에선, 제작진이 멤버전원을 산속에 낙오시킨 뒤, 지도만으로 베이스캠프를 찾아오라는 기발한 미션을 준비했다. 덕분에 NEW OB팀 '강호동-이수근-김종민' vs 섭섭당 '은지원-MC몽-이승기'로 나뉘어 펼친 두뇌싸움은, 역전에 재역전을 끊임없이 속출하며 반전드라마의 피크를 찍었다.
그럼에도 정작 중요한 재미는 없었다. 그 많았던 반전을 거치고도 긴장감을 도출하긴 커녕, 식상하고 작위적인 장면들이 재미를 잡아먹고 전체를 지배한 꼴이 돼버렸다. 분명 오프로드 여행속엔 <1박2일>의 모토인 리얼도 있고, 야생, 로드가 숨쉬고 있다. 문제는 이음새다. 완벽한 그림을 쫓다가, 자연스러움을 잃어버렸다. 모든 상황이 그들 생각대로 움직인 듯 보여, 결국 '강한 남자'특집이 아닌, '강한 의혹'특집을 낳았다.
무리한 반전이 망친 특집
1. 의혹을 부르는 첫단추
시작은 좋았다. 갑자기 튀어 나온 산속 멧돼지 두마리의 등장은 <1박2일>의 리얼도우미로 빛나는 활약을 해주었다. 그러나 제작진과 멤버들의 첫단추는 최악에 가까웠다. 도시락을 던져 주고, 그 많은 스태프가 근거리에서 차량을 타고 떠나는 데, 멤버중에 아무도 눈길을 보내지 않았다. 휑한 자리에 멤버 모두 몰랐다는 듯 황당한 표정.
제작진이 굳이 몰래 도망치듯 떠날 필요가 있었을까. 덕분에 시청자에 따라 멤버들이 연기한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었고, 그들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 자충수가 됐다. 첫인상은 강렬하다. 초반에 신뢰가 떨어지면, 중반과 종반에 아무리 활약이 빛나도, 초반에 품은 의혹이 재미의 발목을 잡는다. 나영석PD가 멤버들에게 지도를 건네주고 알아서 찾아오라는 미션을 알린 뒤, 당당하게 차를 타고 떠났다면 어땠을까. 어차피 낙오의 결과는 같다. 그럼에도 무리해서 도망을 쳤다. 불필요한 반전을 꿈꾼 역효과의 시작이었다.
2. MC몽-강호동, 재미보다 불편한 민폐의 덫
MC몽은 지도를 핸드폰으로 촬영한 후, 저장했다. 그리고 그 중요한 핸드폰을 잃어버린 실수를 한다. 강호동의 손에 들어간 MC몽의 핸드폰은, 단순히 잃어버린 반쪽의 지도를 찾는 것 뿐 아니라, 미션의 승패와 직결되는 키를 쥐게 된다.
눈앞에서 지도를 잃어버린 강호동과 핸드폰을 OB팀 차량에 놓고 내린 MC몽. 단순한 실수라고 보기엔 개운치 않다. 덕분에 서로간에 꾸준히 소통하며 분량확보엔 성공했지만, 정작 지도를 찢고 앞잡이 노릇을 한 MC몽과 그의 핸드폰을 미끼로 협상하고 여유를 부린 강호동은, 재미에 앞서 불편함을 동반하는 민폐의 덫에 걸리고 만다.
3. 제작진의 강박증?
핸드폰을 두고 비밀번호 등을 운운하며 대화를 나눈 뉴OB팀과 섭섭당을 꾸준히 교차편집한 제작진도 매끄럽지 못했다. 여섯명이 3:3으로 나뉘어 떨어져 있음에도, 마치 옆에 있는 듯 실시간 같은 생각을 공유하는 것처럼 보였다는 게, 오히려 자연스러움을 실종시켰다.
섭섭당이 A를 얘기할 때 OB팀도 A를 얘기하고, B를 얘기할 땐 역시 같은 B를 얘기한다. 물론 필요한 이음새다. 그러나 많은 촬영분량에도 불구하고, 마치 강박증에 걸린 듯, 말로써 모든 상황을 설명하고 편집에서 지나치게 정확한 수순을 밟아 작위적으로 비춰졌다. 결국 그들이 말하는 반전도, 시청자에게 미리 읽히고 긴장감이 주는 재미도 매몰됐다.
리얼 반전이라 할 수 있는 타이어 펑크. 한 시민의 도움으로 섭섭당은 위험한 주행을 피할 수 있었다. 또한 돌발상황에 직면해, 리얼버라이어티가 줄 수 있는 또 다른 재미를 뽑는 계기를 맞는다. 단적으로 이승기의 히치하이킹이 번번이 실패한 장면을 꼽을 수 있다. 이 돌발상황을 잘 살리면 <1박2일> 최고 하이라이트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제작진의 도움으로 좋은 소재를 날린다. 덕분에 섭섭당은 식상한 반전을 위해 스태프의 차를 바꿔 타고 달렸다.
리더 강호동도 이에 뒤질세라(?), 이수근과 김종민을 이끌고 계곡에서 수박을 먹는 여유를 즐겼다. '토끼와 거북이'는 완성되지만, 늘 강호동이 토끼를 자처하면, 중도에 동화책을 덮는 사람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 과유불급. 희생이 반드시 빛나는 건 아니다. 이 날 강호동에게 필요한 건 희생보단 최선이었다. 본인에게 반전이 필요한 타이밍에, 그는 또 다시 희생을 택했다.
반전 많다고 해서 좋은 영화가 완성되진 않는다. 반전을 컨셉으로 잡은, 절대 다수의 영화가 실패했기 때문이다. 전개가 아무리 치밀해도, 작위적이거나 식상할 정도의 반전은, 대중의 시선을 붙들지 못한다. 예능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웃음의 코드가 '반전'에 치우쳐 있다해도, 남발되면 '리얼'이 죽는 역효과가 발생한다.
<1박2일> '오프로드'는 길만 잃은 것이 아니었다. 예능감도, 시청자의 눈높이도 잃어버린 듯 했다. '위기'라는 말에 당황했는지, 마음이 앞선 제작진도 멤버들도 전체적으로 급해 보인다. 조직적인 플레이로 재미를 주는 것에 앞서, 자연스러움을 방해하는 요소부터 제거하는 게 수순이다. 시청자가 <1박2일>에 바라는 초심은, 재미를 위한 무리수가 아니라, 서투르고 부족해도 활기차고 자신감에 넘쳤던 '버라이어티정신'임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