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연예

남자의 자격과 오빠밴드가 붙는다면?

바람을가르다 2009. 6. 29. 06:25

 

일요일저녁을 돌아볼 때,

최근 눈에 띠는 프로는 해피선데이의 <남자의 자격>와 일밤의 <오빠밴드>이다.

각각 예능의 최강자 <패밀리가 떴다> <12>과 붙어야 하는 시간대라,

시청률 면에선 여전히 고전을 피할 수 없겠지만, 재미면에선 충분히 값어치가 있다.

 

해피선데이 <남자의 자격>


멤버들의 캐릭터가 확실하게 굳어지며
, 그 안에서 뿜어지는 입담은 A급이다
.

특히, 김성민, 김태원카드가 먹혀 들면서, 김국진이 리딩에 전념할 수 있어 한결 매끄럽다.   

또한 자신을 낮춰가는 이경규, 약골대신 박사이미지에 깐죽이를 자처하는 이윤석,

적극적인 동참의지를 보이는 이정진은 짜임새가 어느 정도 갖춰진 듯하다.

단지 아직은 소극적인 윤형빈에게 독려와 함께, 활동 폭을 넓혀줄 필요가 있다.

주목할 것은 <눈물>편 이후, 눈에 띄게 좋아진 팀플레이가 돋보인다.

 

일밤 <오빠밴드>

 

1,2회를 걸쳐 충분한 화제거리를 던지며, 기대 이상의 효과를 보였다.

재미면에서도 부족할 것이 없었지만,

밴드라는 고정되고 단순한, 쉬운 패턴이 시청의 몰입도를 높여준다.

예상가능한 시나리오가 그려지지만, 그것이 장점이며 지루함보다는 기대감이 앞선다.

단순히 제목에서 보듯,

남성적인 색깔이 강한 <남자의 자격>과 오빠라는 은근한 여성색을 깔아놓은 <오빠밴드>.

시청자층이 갈리기 쉽고, 박빙의 승부를 예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전개도 생각해본다.

 


<
남자의 자격>은 분명 재미면은 나무랄 데가 없었으나, 여전히 미래가 불투명하다.

매회 달라질 수 밖에 없는 단발성 소재와 일관성이 결여된 패턴,

아직도 그들이 뭘 보여주려는 지, 시청자에게 확실하게 각인시켜주지 못한다는 것.

일종의 중년무한도전이라면, <무한도전>의 그늘을 벗겨내는 것도 부담스럽다.

 

리마인드웨딩, 금연, 눈물, ()과 같은 신선한 시도가 연타로 나와줘야 한다.

틀이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이슈가 단발로 그치면,

그들의 얘기는 미궁속으로 빠지고, 매회 낯설음으로 다가온다.

풍선에 바람을 넣고 빼고 반복하면, 결국 원형만 망가지고 시청자는 떠나게 된다.

소모적인 리얼버라이어티의 소재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제작진의 고민이 매회 뒤따른다.

 

물론, 잘 잡힌 캐릭터들은 진행과정에 있어, 재미를 주는 플러스요인으로 작용하나,

소재가 되는 내용물이 좋아야 포장지인 캐릭터도 빛나는 것이다.

더군다나 불분명한 컨셉과 패턴이 존재하는 한, 캐릭터만으론 승부를 낼 수가 없다.

 



반면, <오빠밴드>는 웃음이나 캐릭터 측면에선 <남자의 자격>보다 한 수 아래다

그러나 단순한 컨셉과 패턴을 잡아, 이해와 접근이 쉽다.

발전가능성만 따져볼 때, 현재의 <남자의 자격>보단 <오빠밴드>가 희망적으로 보인다.

밴드라는 소재, 컨셉과 목표가 뚜렷한 만큼 풀어가기 쉽고, 탄력을 받기 용이하다.

 

<무한도전>에서 하나마나송으로 투어를 다닌 곳들을 떠올리면 찾아갈 곳도 많다.

거창하고 대단한 장소와 무대가 아니라, 찜질방, 양로원, 대학캠퍼스 등등.

오천명이 아니라, 오백명, 오십명을 불러모아 안대를 벗는 게릴라 콘서트를 열 수도 있다.  

물론 양날의 검처럼, 쉽게 지루해질 수 있고 식상하다는 편견과의 싸움이 내재돼 있다.

동시에 초반에 터져주지 않으면, 흐지부지하게 막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긍정의 신호는 바로 시청자층, 연령대가 폭넓다는 것이다.

 

굉장히 아이러니 한 사실은,

<남자의 자격>이경규, 김국진, 김태원 등이 포함되어 평균 연령대가 높으면서도

그들의 이야기를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연령대의 폭이 좁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멤버들의 평균연령이 낮지만 몰입이 쉬운 <오빠밴드>의 시청자층이 두터울 수 있다.

바로 시청의 연속성을 담보하는 패턴의 차이다.

쉽게 풀어서 가볍게 내놓는 것과 어렵게 풀어서 묵직하게 내놓는 차이랄까.

 

사실 메이저프로그램이자, 여행이 주가 되는 <12> <패밀리가 떴다>가 붙고

시청률상 마이너이자, 중년버라이어티 <남자의 자격> <오빠밴드>가 붙어야 체급이 맞다.

프로모터인 방송사가 12일과 패떴의 빅매치를 주저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선택의 키는 몰락한 일밤의 새로운 카드 <오빠밴드>가 쥐고 있다.

 

그러나 진짜 보고싶은 본게임은 바로 <12><패밀리가 떴다>의 진검 승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