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팍도사 서경덕, X파일 본 기분?
내가 황금어장 <무릎팍도사>를 즐겨 보는 건, 교양과 예능을 초월하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인터뷰라는 일종의 딱딱한 교양프로그램을, 강호동, 유세윤, 올라이즈밴드라는 연예인들이 예능으로 풀어내는 솜씨가 탁월하다. 때문에 인터뷰속에 불필요한 각을 잡지 않는다. 웃음이 있고, 재미가 있다. 때때로 감동도 얹혀진다. 여느 토크쇼와 달리, 지루할 틈이 없다.
특히 비연예인이 출연했을 때엔, <무릎팍도사>의 가치가 더욱 두드러진다. 사실 <무릎팍도사>가 아닌 다른 교양프로그램에서, 같은 비연예인을 인터뷰한다면 채널을 고정하는 시청자가 얼마나 될까. 관심을 떠나 재미는 또 얼마나 담보할 수 있을까. 방송이 끝난 뒤, 게스트를 검색하는 네티즌이 과연 얼마나 될 것이며,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순위에 나타나기나 할까.
11일 방송에는 한국홍보대사 서경덕교수가 출연했다. 그는 이미 뉴욕타임즈에 독도가 한국땅임을 광고해 화제가 됐었다. 또한 김장훈의 후원을 등에 업고 미국의 3대 메이저신문사에, 일본해가 틀렸으며 동해로 수정해 줄 것을 요구한 광고를 내어 유명인사로 꼽히고 있다. 한국사랑을 행동으로 옮기는 한국홍보의 대표아이콘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대중의 관심은 그 때 뿐이다. 그가 보여준 성과물만을 기억하고 소비할 뿐이다. 관심이 또 다른 관심으로 이어지는 데 한계를 갖는다.
무릎팍도사 서경덕, X파일 본 기분?
'누구시냐고?' 장난스럽게 포문을 연 강호동. 서경덕교수도 쑥스러운 웃음을 짓는다. 강호동의 질문속엔 그에 대한 대중의 일반적인 시선이 담겨 있다. 그를 알지만, 아는 부분이 협소하고 평면적이다. '서경덕이 누구인가?'라고 묻는다면, 김장훈과 함께 워싱턴포스트에 동해광고를 낸 사람, 좋은 사람, 한국을 위해 세계곳곳을 뛰는 사람 정도에 그칠 것이다. 아예 모르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의 이번 <무릎팍도사>출연은 의미가 깊다. 왜 그가 자비를 투자하며 한국홍보에 힘을 쏟고, 어떻게 김장훈을 비롯한 다른 이들의 후원을 받았으며, 아직도 식지 않은 열정으로 일에 매진하는 지, '서경덕'이란 사람안을 조금이나마 들여다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V3는 알았지만, 안철수교수가 왜 컴퓨터 백신을 만들기 시작했는지 몰랐던 것처럼...
서경덕교수의 에피소드는, '생존경쟁'이라는 동아리방도 없는 연합동아리에서 시작했다. 그리고 남산에 지금도 묻혀 있는 400년 후 2394년에 열릴 타임캡슐에, 그를 비롯한 대학생들의 상상력을 담았던 게 첫번째 프로젝트였다고 한다. 이어 해외토픽에 실리기 위해, 대형 태극기를 제작해 8.15. 광복절에 대대적인 행사를 계획했다가 무산된 이야기도 들려줬다. 그 때 실패를 거울삼아, 열정만큼이나 좀 더 체계적인 계획과 시스템이 필요함을 깨우쳤다고 했다.
한편 배낭여행을 통해, 일본과 중국에 비해 한국을 알지 못하는 다수의 외국인을 접하면서, 한국홍보가 중요함을 새삼 깨닫고 광복절을 맞아 한국 배낭여행객들을 모았다고 한다. 한국인 300명이 피부색이 다른 외국인들 틈에 끼어, 파리 에펠탑앞에서 애국가를 부르는 등, 소규모지만 짜릿한 감동을 주었던 행사의 기억이, 아마도 지금의 한국홍보대사 서경덕을 있게 한 계기가 아니었나 되짚었다.
무엇보다 인상깊었던 건, 독도광고뒤에 숨은 한국인들의 한국사랑이었다. 2005년 일본 시마네 현이 '다케시마의 날'을 조례로 발표한다. 이에 일본의 부당함을 전세계에 알리고자 서경덕은 자비를 보태고, 광고전문가 등 뒤에서 그를 돕는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한 독도광고를 제작해 뉴욕타임즈에 싣는데 성공한다.
이 광고는 국내외에 큰 방향을 일으켰었다. 덕분에 그가 감동을 받았다고 꼽았던 에피소드는, 뉴욕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교민 분이 세탁물을 씌우는 모든 비닐에 독도광고를 붙였던 사연, 택배회사를 운영하는 캐나다 교민 분이 박스에 독도광고를 인쇄하는 등 작은 일 같지만 실질적으로 신문광고 이상의 커다란 효과를 줄 수 있는 민간차원의 참여였다고 밝혔다. 또한 각국 한인회에서 모금해 같은 독도광고를, 그 나라 주요신문사에 내주었던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이밖에도 친환경월드컵을 위해 故김대중대통령에게 잔디자켓을 입히고자 잔디남 진풀씨를 찾아갔던 사연, 서경덕교수를 후원하는 가수 김장훈과의 인연 등, 한국사랑으로 뜨거워지는 이야기가 줄을 이었다. 그가 무릎팍도사에게 들고 왔던 '판을 키워도 되겠습니까?'란 고민해결의 시간이, 너무나 빠르고 아쉽게 다가올 정도였다.
무릎팍도사 서경덕 편을 통해, 한편의 X파일을 본 기분이다. 'X파일'이란 이름은 유명하지만 그 안에 무슨 이야기가 담겼는지 쉽게 알 수 없다. 그만큼 이름보다 중요한 건 감춰진 내용물이다. 즉 서경덕과 독도광고, 위안부문제, 비빔밥, 동해표기 등에 앞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서경덕교수가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전세계에 올바르게 홍보를 하게 된 계기와 과정이었다. '서경덕'이 아닌 무릎팍도사를 통해 풀어놓은 '그의 이야기'가 실질적으로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이고, 일시적이든 장기적이든 동참의 문을 노크하는 용기를 주기 때문이다.
서경덕교수는 해외로 나가는 우리에게 글로벌에티켓이 가장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대로 보면, 국내에 체류중인 외국인에게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한국홍보도, 친절함에서 비롯된다. 어차피 광고도 대형프로젝트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다. 멀리서 혹은 어렵게 아닌, 가까운 곳에서 가장 쉬운 방법을 통해 한국을 얼마든지 홍보할 수 있고, 사랑하는 방법을 표현할 수 있다. '관심'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그리고 행동으로 옮기는 '시작'을 어디서부터 잡아야 할 것인가를, 서경덕교수의 발자취를 통해, 유쾌하고 따뜻하게 접했던 멋진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