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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여우누이뎐, 반전카드 '천우'도 요물이다?

바람을가르다 2010. 8. 11. 10:30








방울노리개 덕분에, 초옥(서신애)의 몸에 죽은 딸 연이(김유정)가 빙의됐음을 알게 된 구미호 구산댁(한은정). 초옥(연이)을 되찾았다고 생각한 구산댁은 윤두수(장현성)일가에 대한 복수를 접고, 초옥(연이)과 함께 인간세상을 떠나려 한다. 그러나 초옥의 육신에 들어온 연이가 완전히 초옥을 떨쳐내지 못한 것.

이번엔 거꾸로 구산댁이 초옥의 영혼을 몰아내기 위해 비방을 계획한다. 영화 '전우치'를 연상시키는 구산댁의 비방. 그러나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퇴마사(박수현)가 등장해, 또 한번 훼방을 놓는다. 시청자만큼이나 구산댁도 이번 만큼은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는지, 즉결심판에 들어갔다. 누가 죽어줘야 할 타이밍에 미진한 존재감 민폐 퇴마사가 희생양이 되었다.

구미호는 왜 인간들은 연이와 자신을 그냥 내버려두지 않느냐며 비애에 젖는다. 이때, 어디선가 나타난 만신(천호진). 그는 여우는 인간과 '다르기 때문이다.'라며 구미호의 질문에 답한다. 똑같은 생명인데 단지 겉모습이 다른 이유로, 희생을 감수하라는 건 납득할 수 없는 구미호. 만신의 말실수를 가차없이 응징한다. 졸지에 드라마사상 가장 허무한 죽음을 당한 만신. 




만신보다 무서운 천우, 그도 요물이다?

그러나 만신이 그렇게 허무하게 죽을 인물이 아니다. 역시나 흉조를 상징하는 까마귀떼가 출몰하자, 요물의 눈을 하고 부활한 만신. 그렇다면 그의 정체는 천년묵은 까마귀? 알 수 없다. 물론 새끼여우 연이를 습격하던 까마귀떼를 떠올리면, 만신이 까마귀 중에 하나였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 구미호 제작진이 풀어 온 스토리를 돌이키면, 까마귀는 일종의 훼이크일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 잠깐, 만신은 왜 부활해서 퇴마사의 허리춤에 있던 통을 잡았을까? 그것은 일종의 개연성을 입증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동안 만신이 인간이라고 믿었던 시청자에 대한, 제작진의 배려가 아니었을까. 요물을 만나면 흔들렸던 퇴마사의 통이 만신의 동굴에선 잠잠했다. 만신이 요물이라면, 퇴마사의 통이 흔들려야 했다. 그러나 조용했다. 그것은 퇴마사가 의식을 잃었던 상황이고, 그 때 만신이 통을 바꿔치기 했었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어쨌든 부활한 만신은 요물임을 인증한 셈이 됐고, 구산댁 모녀에게 최대난적이 될 것임을 예고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그가 인간이냐 요물이냐를 떠나, 구산댁과 연이(초옥)에게 위협이 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왜 그는 구산댁 모녀를 괴롭히는 주체가 됐을까?




만신이 인간이었다면, 구미호란 요물을 척결하는 이유가 된다. 그러나 만신이 요물인 이상, 구미호모녀를 위협해야 할 직접적인 이유가 없다. 원한도 없이 같은 요물끼리 싸운다는 건 지나치게 작위적으로 흐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12회에서 그 단서가 나왔다. 구미호에게 만신은 인간과 '다르다'를 명확하게 답으로 내놓았고 강조했다. 그의 말속엔 만신 자신도 그 '다름'으로 인해, 한이 깔려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것은 만신도 인간이길 원했으나 실패했던 인물임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고, 인간으로 인해 요물인 그가 상처를 받았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이를 가능케 하는 건, 기생 매향의 존재고 그녀의 아들 천우(서준영)의 실체다. 대사 몇마디없는 만신이 천우를 보고, 매향의 아들임을 거론했던 것은, 또 다른 갈등이 내재되었음을 암시한다.

아직까지 죽은 기생 매향의 실체가 파악되지 않았다. 단지 윤두수일가에 의해 억울하게 죽었음을 오서방(김규철)과 천우의 대화에서 엿들 수 있었다. 만신이 요물이고 천우의 어머니 매향과 관련이 깊다면, 매향도 요물일 가능성이 있다. 혹은 둘 중 한 사람은 인간이되, 연인사이였을지도 모른다. 특히 만신의 경우, 처음엔 인간이었으나 매향의 기운으로 요물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점에서 비추어 볼 때, 만신이 호랑일지도 모른다는 설이, 설득력은 있다는 점이다. 매향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는 '매화'. 호랑이과 동물은 은폐를 위한 줄무니가 특징이다. 특히 매화꽃무늬를 한 표범을 떠올릴 때, 요물이라면 표범이나 호랑이를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매향의 아들 천우는 어떨까. 그의 아버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분명한 건 매향의 아들이란 점이다. 즉 만신과 매향이 관계가 깊다면, 천우도 연이와 같은 반인반수일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구산댁에게 천우가 했던, 연이와 구산댁을 이번만큼은 반드시 지켜주겠다는 말이, 왠지 모를 불안한 기운을 낳고 있다.

천우의 입에서 나오지 않아도 될 말이었다. 천우라는 캐릭터는 말보단 행동으로 보여줬던 전형적인 흑시사 캐릭터였다. 모래시계 이정재를 비롯한 대다수 드라마속 흑기사가 그랬듯이 말이다. 그럼에도 제작진은 천우의 입을 빌려, 굳이 구산댁앞에서 '지켜주겠다'는 대사를 읊게 한다. 지켜주지 못할 거 같아, 미안하다는 말보다 무서운, '지켜주겠다'. 어쩌면 진짜 반전은 그동안 구산댁의 흑기사를 자처했던 천우에게서 벌어질 지도 모를 일이다.

12회의 마지막은 새끼구미호로 돌변한 초옥(연이)의 칼에 윤두수가 가슴의 찔리는 대형사고로 마무리됐다. 초옥(연이)의 실체가 양부인(김정난)을 비롯한 다수 인물에게 노출된 상황이다. 구산댁모녀의 앞길이 험난하다. 여기에 만신이 본격적으로 개입되고 천우와 매향과의 관계가 언제쯤 드러나느냐에 따라, 또 한번 긴장과 갈등의 롤러코스터를 탈 수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