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호여우누이뎐, 구산댁 한은정-드러난 복수의 수순?
3일 방송된 <구미호여우누이뎐> 10회에서는, 딸 연이(김유정)를 잃은 구산댁 구미호(한은정)의 복수가 흥미진진하게 시작됐다. 현실과 환각을 오가는 윤두수(장현성)와 양부인(김정난) 그리고 초옥(서신애)뿐 아니라, 시청자마저 구산댁의 복수극에 홀릴 수 밖에 없었다.
구미호가 가진 재주는 많다. 물오른 미모로 뭇남성들을 홀리는 미인계, 여우의 본모습을 드러낼 땐 뛰고 나는 건 기본, 날카로운 손톱과 이빨로는 상대의 숨통을 손쉽게 끊을 수도 있다. 힘과 힘의 대결이라면, 실질적으로 윤두수와 그의 식솔들은 구미호의 상대가 되질 않는다. 복수를 다짐하고 돌아온 이상, 윤두수패밀리는 바람앞에 촛불인 형국.
그러나 구미호 구산댁은 기회가 있었음에도 서두르지 않았다. 대신 역대 구미호들이 시도하지 않았던 신기술을 한은정이 들고 나타났으니, 바로 '사람 미치게 하는 재주'다. 사람이 미치기 시작하면 자신을 컨트롤 할 수 없다. 속된 말로 귀신이 씌였다 말한다. 미친 사람은 자기 자식도 죽일 수 있다. 구산댁이 노리는 것이, 결국 윤두수와 양부인의 손으로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딸 초옥을 죽이게끔 만드는 것이라면, 이 얼마나 무서운 복수인가.
구미호 - '사람 미치게 하는 재주'로 돌아오다!
사냥을 나갔던 윤두수(장현성)가 여우의 습격을 받아 의식을 잃었고, 깨어보니 구산댁이 해맑게 웃고 있었다. 주적을 앞에 두고 당황한 윤두수와 달리, '아무것도 몰라요'의 청순 섹시 구산댁. 윤두수는 서슬퍼런 칼끝으로 구산댁의 목숨을 위협하며 돌아온 연유를 추궁하지만, 그녀는 기억상실증에 걸린 연기로 윤두수를 낚는데 성공한다.
절벽아래 떨어진 구산댁이 목숨을 건졌다면, 대신 심각한 부상으로 기억상실증에 걸렸을 수 있다고 판단한 윤두수도 틀렸다고 볼 수 없다. 그러나 윤두수는 만만하지 않았다. 오서방(김규철)을 시켜, 구산댁의 행보를 감시하도록 지시한 것. 그러나 정작 구산댁을 면전에 두고는, 의심따윈 녹아 사라지는 윤두수표 아이스크림. 이를 보며 속이 검게 타들어가는 장작 양부인.
양부인은 시청자의 마음을 읽고 있었다. 질질 끌 사안이 아니라는 판단아래, 구산댁을 앉혀 놓고, 윤두수가 연이를 죽이고 간을 빼내어 초옥에게 먹였다고 직격탄을 날린다. 그러니 기억상실증에 걸린 척, 쇼하지 말고 '꺼져 줄래?'. 구산댁은 연이의 죽음과 관계된 사실을 재차 확인하며 펑펑 울었다. 그런 어미를 보며 눈물을 흘리는 연이. 그러나 연이를 보지 못하는 구산댁. 안타까운 모녀상봉.
연이가 아직 살아있는가. 연이는 저승에 가지 못하고 구천을 떠도는 귀신이라 할 수 있다. 연이가 혼귀가 된 것은, 그녀의 물건을 모두 태우지 않는다면 초옥이 큰 화를 입을 것이라는, 박수무당 만신(천호진)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연이의 손이 탄 물건이 윤두수의 집안 어딘가에 아직 남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구산댁 한은정-복수의 수순은?
구산댁의 복수는 치밀했다. 사람을 환각상태로 빠뜨리는 약을 준비한 구산댁은, 윤두수와 초옥에게 먹이는 데 성공한다. 대신 양부인만은 제외했다. 윤두수와 초옥은 구산댁에 의해 현실과 환각을 오가며 불안을 느낀다. 그러나 양부인은 모든 게 리얼 공포로 다가온다. 여기엔 구산댁의 태연한 연기와 천우(서준영)의 도움이 컸다. 윤두수는 양부인의 말을 믿어주지 않고, 화병으로 앓아 누운 양부인. 미치기 일보직전이다.
윤두수일가가 자중지란으로 무너질 앞날이 보일 정도다. 그러나 모든 게 구산댁의 순리대로 이뤄지면, 복수극은 지루하게 늘어질 수 밖에 없다. 아직 6회가 남았다는 듯, 만신의 음흉한 미소가 이를 뒷받침한다. 그는 윤두수에게 죽은 딸 연이가 돌아올 것이니, 구산댁에게 몸조심하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건넨다.
만신의 언질은 구산댁의 복수를 방해하는 인물이, 아이러니하게도 딸 연이가 될 것임을 예고한다. 동시에 구산댁이 위기에 봉착할 것임을 암시한다. 그렇다면 구산댁과 맞서, 그녀를 위기에 몰아넣을 자는 누구인가. 구미호와 맞설 수 있는 상대는 현재로선 만신밖에 없다. 만신의 정체에 궁금증이상의 긴장감을 더한다.
천우의 도움을 받아 초옥을 우물에 빠뜨린 마지막장면은, 연이가 아닌 구산댁일 확률이 높다. 초옥은 구산댁이 준비한 설당과자를 이미 먹은 상황이다. 초옥의 눈엔 일시적으로 구산댁이 연이로 보일 수 있다. 천우의 도움을 받았다는 점에서 더욱 신빙성을 더한다. 살아있는 천우가 죽은 연이를 도울 수는 없는 법. 그렇다면 초옥은 이대로 죽는 것인가. 구산댁에게 생매장당할 뻔 했던 윤두수가 잠에서 깨어나듯이, 초옥도 그렇게 깨어날 듯 하다.
깨어난 초옥은 윤두수가 가장 듣기 불편한 말. 연이의 간에 대한 이야기를 초옥의 입에서 듣게 되고, 딸에게 들은 충격적인 이야기에 당황할 수 있다. 늘 차분하고 따뜻했던 아버지가 무언가에 쫓기듯 불안한 기색을 비치고, 때때로 이성을 잃고 점점 난폭해져 가는 모습을 초옥이 본다면 어떨까. 만일 윤두수의 손에 어미 양부인이 죽는 장면이라도 초옥의 눈에 비춰진다면, 받게 될 충격은 말이 필요없다.
10회를 보니 구산댁의 복수는 '양부인->초옥->윤두수'의 수순을 염두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자신의 손이 아닌 윤두수의 손을 빌릴 가능성이 높다. 윤두수의 의심이 양부인을 죽이고, 점점 미쳐 가다 연이와 초옥을 구분 못하는 환각상태에서 자신의 딸을, 그리고 그 죄책감에 자신의 목숨을 끊는 수순. 다만 구산댁의 계산엔 만신과 연이가 없었다는 게 문제. 이들이 개입되는 순간부터 구산댁의 복수는 차질을 빚고, 위기는 다시금 찾아올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