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라, 일밤 오빠밴드 발목잡나
일요일저녁 사경을 헤매던 <일밤>이 드디어 코너다운 코너를 내놓았다.
바로 <오빠밴드>.
거두절미하고, 한마디로 담백한 웃음이 있다.
우려할만한 요란스러움은 덜 했고, 절제된 틀안에서 재미를 추구하는 모습이 빛난다.
예능프로그램에서 밴드를 하겠다니, 사실 큰 기대는 없었다.
요란만 할 뿐, 웃음에 몰두하다 오버로 끝나는 게 아닐까 우려도 했었다.
그러나 기우로 돌리는 제작진의 밑그림에 좋은 스타트를 끊은 것 같다.
물론 아직 첫회에 불과하나, <일밤>에서 볼만한 프로는 <오빠밴드>였으며,
충분한 가능성을 보였다는 점에서 칭찬하고 싶다.
무엇보다 오빠밴드의 리더로 유영석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푸른하늘>, <화이트>의 리더이자 싱어송라이터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유영석.
락이란 장르보단 감성적인 발라드음악으로, 90년대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던 그는,
유머와 센스를 갖춘 현란한 말솜씨로, 밤시간을 수놓았던 라디오DJ로 친숙하다.
<오빠밴드>를 통해, 유마에의 캐릭터로 설정된 그는,
입담을 통한 재미와 더불어, 오빠밴드에 음악적 토대와 영감을 넣어줄 수 있다는 점.
가능성과 역량을 키워갈 수 있는 자양분이 되어줄 수 있단 점에서 빅 초이스라고 본다.
탁재훈 또한 물만난 고기처럼 침체된 듯 보이던 이전 모습과 달리,
부활의 신호탄이 될만한 포스를 보이며, 웃음을 주기에 충분했다.
<불후의 명곡>도 그랬지만, 음악이 가미된 예능프로와 궁합이 잘 맞는 것 같다.
트랙스의 정모, 슈주의 성민도, 밴드에 젊은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신선함이 있었다.
문제는 김구라 카드다.
제작진은 김구라를 제작자겸 매니저의 신분으로 밴드에 합류시킨다.
그에 대한 호감도의 차원이 아니다.
단지, <오빠밴드>에서 그가 필요한가에 대한 물음표다.
음악적 상식을 얘기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그가 DJ를 했건, 음악에 대한 칼럼을 썼건 궁금하지 않다.
시청자는 가수들이 주축이 됐지만, 어딘가 모자라고 불안하기만 한 오빠밴드를 본다.
밴드로서는 아마추어 색깔이 짙은 그들이 어떤 즐거움을 선사해줄까에 포인트를 맞춘다.
<사진출처 : MBC 일요일일요일밤에 오빠밴드>
불안해 보이는 김구라.
악기를 다룰 줄 모르는 김구라는 프로그램내에서 굉장히 불안한 모습을 노출한다.
멤버들은 제각기 악기를 다루며, 밴드에 관한 전반적인 문제들에 트러블을 보일 수 있다.
음악을 해봤던, 또는 음악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기에 자신들의 색깔을 드러낸다.
컨셉이든 아니든 당연히 견해가 갈리고, 갈등을 보일 수 있다.
연습시 소통에 있어, 멤버들간에 간결하게 오갈 수 있는 멘트와 입담에,
김구라의 멘트가 자꾸 얹히며, 분위기를 시장터로 만들고 화면을 산만하게 덮친다.
사사건건 개입하려 들고, 자신이 묻힐까 불안해 하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멤버간의 소통의 중재자로 신동엽이 존재한다.
유일하게 非가수출신인 신동엽이 존재하는 데, 굳이 김구라가 필요할까?
사실 밴드에 여섯 명도 많다. 김구라까지 일곱 명이다.
덕분에(?) 일곱 컷을 잡아야한다. 김구라의 요란한 보이스까지 덤으로 챙겨가며.
밴드의 사족인 김구라를 카메라가 가장 많이 잡는 아이러니를 연출할 필요가 없다.
웃음을 줄 수 있는 인재는 유영석과 탁재훈으로 충분하다.
거기에 재미와 함께 멤버들을 조율할 신동엽이면 한시간이 버겁지 않다.
<오빠밴드>가 탄력을 받고 빠르게 자리잡기 위해선, 색깔이 분명해야 한다.
매니저라는 쓸데없는 타이틀을 줘가면서 김구라를 떠안고 가면, 속도를 낼 수가 없다.
김구라의 잔웃음 몇 개를 건지기 위해, 붓놓은 그림에 덧칠할 필요가 없다.
김구라가 시청자에게 호감이건 비호감이건, 그건 2차적인 문제다.
김구라 본인에게도 <오빠밴드>는 맞지 않는 옷이 아닌가.
아무리 <일밤>이란 브랜드가 좋아도 사이즈가 안 맞으면 벗을 줄도 알아야 한다.
김구라가 아니라 유재석, 강호동이라도 코너에 맞지 않는다면 빼야 맞다.
<라디오스타>에는 김구라가 필요하지만, <오빠밴드>에선 옥에 티에 불과하다.
밴드가 음악이 아닌, 불필요한 잡음을 선사하면 곤란하지 않은가?
무난함 이상이란, 호평속에 첫테이프를 끊은 <오빠밴드>.
요란한 웃음보단, 음악이 주는 즐거움과 깔끔하고 담백한 재미로 승부할 타임이다.
<오빠밴드>만큼은 <대망>과 <퀴즈프린스>의 전처를 밟지 말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