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계가 잡아야 될 인재 - 개콘 박영진 편>
<예능계가 잡아야 될 인재 - 개콘 박영진 편>
버라이어티가 주목해야 할 인재를 꼽으라면 필자는 주저없이
남자는 박영진을, 여자는 안영미를 꼽고 싶다.
최근에 개그콘서트의 멤버 황현희, 윤형빈, 박휘순, 한민관이
버라이어티 입성해 가능성을 검증받는 시점에서,
필자가 그들보다 박영진과 안영미에게 더 기대를 하게 되는 건 뭘까?
(안영미에 대해선 다음에 다루기로 한다)
<박대박>의 박영진.
<개그콘서트>의 <박대박>코너를 통해,
박영진은 박성광이란 파트너와 좋은 호흡을 보여주며 입지를 다진다.
몇몇은 박성광이 박영진보다 버라이어티에 맞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박영진의 장점은 박성광이 따라올 수 없는 대사전달 능력이다.
박성광 뿐일까? 다른 개그맨들과 견주어도 박영진은 한 수위다.
그가 쏟아내는 말은 결코 외운다고 해서 이뤄지는 게 아니다.
박영진은 말을 빠르고 정확하게 쏟아낼 수 있는 자질을 타고난 것이다.
방송에서는 보이스가 중요하다.
버벅대지 않고, 정확하게 시청자의 귓속으로 전달할 수 있는 보이스.
일전에 이경규가 김구라를 컨택한 건,
그의 보이스가 좋았기 때문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김구라는 언어 전달능력이 뛰어나다.
버퍼링없이 자기의 할 말을 쏟아낸다.
얘기가 길어지는 것과 짧아지는 건 차후의 문제다.
자신이 할 말을 정확하게 버벅대지 않고 상대에게 전달해주는 것.
그것은 향후 버라이어티의 MC 생존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게 만든다.
박영진이 버라이어티에 입성한다면 유세윤 못지않은 속도로
보조MC 자리를 꿰차게 될 것이라 의심치 않는다.
박영진의 목소리의 색깔을 살펴보면 더욱 매력적이다.
진지함이 떨어지는 가벼운 색깔을 가졌다. 개그치기 딱 좋은 색깔.
박성광이나 다른 개그맨들이 버라이어티에서 성공 못한다는 말이 아니다.
박영진은 좀 더 빠른 시일내에 빠르게 정착할 것이라는 얘기다.
단지 언어 전달능력이 좋아서? 보이스가 좋아서?
아니다.
진지한 것 같은데, 얼굴엔 장난끼가 가득하다.
정색하는 모습조차 귀엽다. 마스크가 굉장히 버라이어티스럽다.
이것은 비호감과는 다른 개념이다.
무엇보다 그의 최고 장점은 뻔뻔함이다.
뻔뻔한 캐릭터.
그 뻔뻔함으로 딴지를 건다. 능숙하게. 자연스럽게. 오버끼가 안 보인다.
절제된 얼굴을 하고, 툭 던지는 멘트의 뻔뻔함이 무기다,
블루오션.
딴지를 거는 캐릭터는 기존에 따로 있다.
대표적으로 성질의 이경규, 호통의 박명수, 막말과 읍소의 김구라.
깐죽대는 신정환과 윤종신. 그리고 건방 유세윤.
그래서 뻔뻔한 박영진이 들어갈 자리가 있다.
황현희도 <소비자고발>등 개콘 코너를 통해 뻔뻔한 이미지를 보였으나,
버라이어티에서 본 황현희는 다소 실망스럽다.
물론 내가 황현희의 프로를 자주 본 것은 아니지만,
게스트나 패널로 출연한 그에게서 남아 있는 기억이 별로 없다.
특히 아쉬운 건 예능프로에서 그의 캐릭터가 잡히질 않는다는 것이다.
황현희는 버라이어티에서 너무 얌전을 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분명 자질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통할 거라는 믿음은 있다.
황현희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그의 진가를 보리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필자는 무엇을 보고 박영진을 추천하는가?
필자가 박영진을 예능프로에서 본 것은 딱 세 번이다.
게스트로 출연한 <해피투게더>, <대결 노래가 좋다>, <웰컴 투 코미디>.
단 세 번이면 그를 평가하기에 어쩌면 충분했다.
<해피투게더>에서 그는 박성광과 함께 출연했다.
파트너 박성광이 떠들고 있을 때, 그는 잠자코 있었다.
박성광은 뭔가 보여주려 애를 썼지만, 인상적이지 못했다.
다만 MC들과 어울리려는 노력은 인정하고 싶다.
반면에 박영진은 느긋했다.
유재석의 질문에 가볍게 툭 한 번 받아치고는 다시 조용해졌다.
그리고 MC들의 권유로 박성광과 개콘에서 보여주지 않은 만담을 보였다.
여기서 그는 재능을 마음껏 발휘한다. 큰웃음을 주었다.
그리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입을 열지 않았다.
사실 그날은 다른 비중있는 게스트들 위한 방송이었고,
박성광과 박영진은 임시 보조로 1회 출연한 것이었다.
근데 이 점이 마음에 든다.
박영진이라고 해서 왜 주목받고 싶지 않겠는가?
자신이 주인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주인공 게스트는 따로 있었다.
MC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MC가 주는 기회를 받아서 살려냈으며.
뭔가 보여주려는 박성광처럼 흐름을 깨고 나서지 않았다.
<대결, 노래가 좋다>
지난 연말 개콘특집으로 개콘 멤버와 출연한 그는.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차례가 오자, MC 남희석이 질문을 던진다.
질문중에도 그 짧은 시간조차, 허비하지 않고 방청객과 상황극을 펼친다.
그리고 뻔뻔한 얼굴로 당당하게 자신은 사실 가수가 되고 싶었다고 말한다.
이유를 묻자, “인기가 많으니까요.” 달랑 한마디로 배꼽잡게 했다.
그는 자신이 <박대박>과 같은 장황한 개그를 하지 않아도
웃길 수 있다는 걸 짧고 굵게 보여주었다.
<웰컴 투 코메디>
최근에 마지막으로 본 그곳에서 그는 다시 MC 남희석앞에서
천연덕스럽게, 뻔뻔하게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멘트를 선보인다.
예능국 부장님을 상대로 뻔뻔하게 쥐락펴락하는 개그.
이전보다 자신감은 더 붙어 있었으며, 여유가 돋보인다.
버라이어티 새내기가 갖추어야 할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듯 보인다.
언어 전달능력, 절제된 얼굴을 반전시키는 뻔뻔한 멘트, 그리고 여유.
본인이 박영진을 추천하는 이유다.
그의 재능을 선보일 프로그램이 기대된다.
일선의 PD들과 MC들이여, 박영진을 한번쯤 머릿속에 담아보지 않을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