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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위기의 실체는 무엇인가?

바람을가르다 2010. 7. 31. 10:27







최근 해피선데이 <1박2일>내에 불거진 문제들은 국민예능이란 말을 무색케 한다. 끊이지 않는 논란속에, 예전같은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없다. 오직 원투펀치인 MC강호동과 이수근의 분투만이 <1박2일>을 지탱하는 유일한 원동력으로 비춰졌다.

KBS노조의 파업이 중단됐고, 곧 나영석 PD를 비롯한 제작진이 돌아온다. <1박2일>에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수근의 트럭사건, 은지원의 흡연장면 등을 여과없이 노출한 부분에서 알 수 있듯이, 편집에서 매끄럽지 못했던 부분도 해소될 것이다. 무엇보다 제작진과 멤버사이의 호흡이 좋다는 점에서, 기대를 동반시킨다.

그러나 나영석PD가 돌아오는 것이, <1박2일>의 재미를 무조건 보장하진 않는다. 파업이전 나PD의 손을 거쳤던, '단합대회'와 '자전거여행'도 좋은 평가를 끌어내진 못했기 때문이다. 현재 <1박2일>에 거론되는 위기를 어떻게 풀어갈 지, 또 다른 시험대에 올랐다고 볼 수 있다.



1박2일, 위기의 실체는 무엇인가?

예능프로그램이 자체 시청률 30%를 넘는다. 이를 두고 위기라고 말하는 것 자체는 넌센스에 가깝다. 그러나 여기엔 재미와는 별도로, <1박2일>에 대한 시청자의 신뢰가 깔려 있다. 다만 그 신뢰는 영원할 수 없다. 한방에 무너질 수도 있고, 가랑비에 옷젖듯이 서서히 피부로 와닿을 수도 있다. <1박2일>의 위기란, 바로 후자의 성격이 강하다.

재미의 순도가 과거에 비해 약해지고 식상함으로 변이될 때, 고정했던 채널을 돌리는 시청자가 늘어남을 경고하는 메세지. 논란보다 무서운 것은 재미가 없어질 때 찾아온다. 논란은 사과와 용서로 희석될 지 모르나, 재미가 없으면 답이 없다. 최근 <1박2일>의 재미는 떨어진 게 사실이다. 전형적인 <1박2일>의 맛이 나질 않는다. 2% 부족한 느낌, 느슨한 느낌.

1차적으로 멤버들의 문제다. 분명 여섯명인데 네명만 눈에 띤다. 결여된 적극성으로 묵언수행중인 김종민에, 최근 병역문제로 도마위에 오른 MC몽이 기를 펴지 못했다. 이들이 병풍으로 전락하면 위기의 페달을 밟는 격이다. 지난 혹서기대비캠프의 슬로건이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였다. 그러나 기회는 주되, 변화의 여지가 없다면 교체도 검토해야 할 상황이다.

멤버의 문제는 연쇄적으로 조직력을 느슨하게 만든다. <1박2일>의 강점은 팀플레이다. 강호동을 주축으로 톱니바퀴같은 조직력으로 웃음을 끌어냈다. 그러나 최근 행보를 보면, 강호동, 이수근의 각개전투에 매달린 형국이다. 대부분 개인플레이로 웃음을 뽑는다. 미션수행 와중에 뽑아지는 재미가 상대적으로 현저하게 떨어졌다.



매주 한명이상 배출했던 MVP도 눈에 띄지 않는다. 최고수훈선수는 우승팀에서 나온다. 그러나 최고라고 부를만한 에피소드를 뽑아내지 못한 근래의 <1박2일>엔, 농구공을 끝까지 놓지 않았던 이승기가 그나마 감투상에 가까웠다. 그만큼 팀원들이 섞이고, 조직적인 재미를 뽑아내는 데엔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주 무식논란을 낳았던 속담과 고사성어 맞추기는, <1박2일>의 조직력이 느슨해졌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정말 몰라서 틀렸을 수 있다. 그러나 시청자의 눈엔 일부러 틀렸다는 의심을 샀다. 더군다나 한명이 구멍이 아니라, 돌아가면서 한번씩 틀리니, 의심 더하기 짜증이 유발될 수 있었다.

여기서 김C의 존재감이 재차 드러난다. 그가 있었다면 '정말 몰랐나보다'라는 느낌을 몇 %라도 줄 수 있었다. 나머지 멤버가 전부 웃음을 주는 개그형 캐릭터이다 보니, 억지 오답논란이 쉽게 불거진다. 김C가 없는 상황을 감안했다면, 한번쯤은 오답의 고리를 끊어야 했다. 삼겹살을 못먹고 힘들어하는 생고생의 웃음보단, 주어진 미션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큰 웃음은 아니어도 미소가 번지기 마련이다.

위기에 대한 해법은 단순하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다. 그 모습을 재미 혹은 진정성이란 포장지에 담아, 시청자에게 내놓는 것은 제작진의 몫이다. 일단 MC몽, 김종민의 적극성이 필요하다. 버티겠다는 게 능사가 아니라, 버틸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다음으로 <1박2일>의 조직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아이템이, 제작진에서 어느 수준까지 제공할 수 있느냐에 따라 위기를 벗고, 또 다른 진화로 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