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투게더, 술이 빚은 알콜투게더?
15일 방송된 KBS 2TV 예능프로그램 <해피투게더>에는, 영화 '마음이2'에 출연한 송중기, 성동일, 김정태가 게스트로 나왔고, 평소 이들과 인연이 있었던 개그우먼 안선영이, 함께 참여해 입담을 과시했다.
그리고 이날 <해피투게더>는 술로 시작해서 술로 끝났다. 방송내내 술에 대한 얘기가 끊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출연자들의 에피소드 반이상이 음주와 관련된 것이었다. 마치 '술'에 관한 주제를 놓고, 토크배틀을 하는 강호동-이승기의 <강심장>이나, 주당들을 패키지로 불러 토크를 나누는 유재석-김원희의 <놀러와>를 보는 듯 했다.
해피투게더, 술이 빚은 알콜투게더?
전날 친누나와 과음을 해 몹시 피곤해 보였던 성동일. 예능 첫출연이라 긴장한 탓인지 여러차례 눈을 부비며 어색함을 참지 못한 김정태. 겸손한 리액션으로 일관한 송중기. 덕분에 <해피투게더>의 초반 분위기는 안선영의 독무대였다.
안선영의 토크로 문을 연 <해피투게더>. 그녀는 드라마 <산부인과>에 함께 출연한 송중기의 할아버지댁으로 출연진이 MT를 갔던 사연을 공개했다. 당시 술자리가 벌어졌고, 술을 못하는 송중기를 대신해 여러차례 흑장미가 되었다며, 송중기와 뽀뽀도 하고 그에게 엉덩이로 이름을 쓰게도 만들었다며 자랑을 늘어 놓았다.
술로 빚은 그녀의 에피소드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고, 서울에 갓 상경 당시, 형편이 너무 어려워 술자리에서 이것저것 집어 오던 습관을 얘기하며, 급기야 가게 간판 '돈가스'를 '도가스'로 만들어 버린 웃지 못할 사연마저 털어놨다.
숙취에서 벗어나지 못한 성동일도, 아는 형님과 술을 마시고 호텔복도에서 팬티차림으로 술을 마신 얘기부터, 술에 취해 길가에 버려진 줄 알았던 냉장고를 가져가 도둑으로 몰린 뻔한 사연 등, 그의 토크 절반 이상이 술에 관련된 이야기였다.
김정태도 다를 바 없었다. 도둑을 때려 잡은 친형들 이야기를 꺼냈지만, 도둑이 술에 취해 있었다는 것. 또한 술만 먹으면 개를 쫓아가는 지인 등을 거론하며, 수동적인 태도로 일관하다가도 술에 관련된 이야기를 털어 놓을 때면 눈이 반짝거렸다.
그나마 안선영의 송중기 착한 아들 발언, 보톡스 발언, 어머니 심말년 여사의 이름 개명 사건 등의 에피소드마저 없었다면, 한 시간 내내 그들의 음주관련 에피소드를 들어야 했을 것이다. 송중기는 왜 나왔는 지도 모를 정도다.
유재석, 박명수, 박미선, 신봉선조차 별다른 대응이 없었다. 평소 같으면 상대의 에피소드에서, 자신들의 에피소드를 엮어 털어놓기도 할 텐데, 이 날은 '술'에 관한 에피소드가 줄이 이어서인지, 답 토크가 나오지 않았고, 박수치고 웃어주는 리액션에 충실했다.
해피투게더가 아니라, 졸지에 '알콜투게더'가 된 방송이었다. 술을 마셔야 음주방송이 아니라, 시청만으로도 알딸딸한 취기와 졸음이 몰려 올 정도였다. 방송 경력이 1,2년도 아니고, 예능프로그램에 나와서 풀어 놓을 얘기들이 많았을 텐데, 묘하게도 에피소드마다 '술'이 연관되어 지루하고 식상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추노>의 미친존재감이었던 천지호 성동일이었고, 예능 첫출연인 김정태였기 때문에, 그들의 에피소드가 술에 집중됐다는 게 더욱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럴 바에야 재미가 덜하더라도 송중기의 에피소드를 내보내는 게 낫지 않았을까란 생각도 든다. 게스트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청자가 어느정도 기대하는 이야기를 게스트로서 준비하고 들려줄 수 있다면 더 좋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