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넘버원, '소지섭-김하늘' 베드신을 망친 두가지?
1일 방송된 <로드넘버원> 4회는 여느 때와 같이 전투신(낙동강전투)으로 포문을 열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전투보단 멜로에 중점을 뒀던, '멜로넘버원'이었다고 축약할 수 있다. 특히 '장우(소지섭)-수연(김하늘)'의 재회가 이뤄졌고, 그들의 베드신은 4회가 준비한 최고의 미션이었다. 그리고 그 미션을 방해하기 위해, 터미네이터가 강림한 태호(윤계상)의 추격전이 흥미롭게 진행됐다.
그러나 태호의 네비게이션은 수희(남보라)등으로 인해 혼선을 가져왔고, 결국 솜틀집에서 벌어진 장우와 수연의 베드신을 저지하는 데 실패하고 만다. 더군다나 태호가 두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 가운데, 골목에 벌어진 장우와 수연의 키스신은, 태호를 제대로 민망하게 만든 주인공 '장우-수연'의 승리였다.
제작진은 베드신으로 만족하지 못했는지, 장우에게 수연의 초상화를 그리도록 만들었다. 또한 수연에게 상반신 누드를 유도한다. 물론 뒷태를 노출시켜 논란을 비켜갈 순 있겠으나, 모유수유장면에 이어, 김하늘의 대역여부를 놓고 또 한번 화제의 선상에 오를 만한 장면이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베드신이 가져온 파급력은 약했다.
아무리 숙련된 화가의 손끝에서도, 좋은 그림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있다. 쉽게 떠오르는 케이스가 구도를 잘못 잡은 스케치, 불필요한 덧칠 등을 꼽을 수 있다.
로드넘버원, '소지섭-김하늘' 베드신을 망친 두가지?
1. 구도를 잘못 잡은 스케치
<로드넘버원>의 가장 큰 문제는, 주인공을 괴롭히는 절대 악역이 없다는 점이다. 전쟁이란 막연한 소스를 던지고, 그들에게 상처를 요구한다. 전쟁은 그야말로 배경이다. 지독한 배경을 놓고 실질적으로 가슴을 쥐어짜는 건, 인간의 추악한 본성이다. 전쟁보다 인간에게 상처받는 것이, 시청자에게 가장 쉽게 공감을 사고, 캐릭터는 더 아프게 다가온다.
현재 <로드넘버원>에선 뚜렷한 적군이 없다. 마치 '때려잡자 공산당'이란 막연한 포스터를 보는 느낌이다. 그러니 치열한 전투신에서 마저 몰입이 안 된다. 주인공 장우(소지섭)를 괴롭히는 오종기(손창민)도 윤삼수(최민수)앞에 기를 펴지 못한다. 차라리 윤삼수가 지독한 악역이었다면 어땠을까. 장우를 못잡아 먹어서 안달 난 상사.
자꾸 <여명의눈동자>가 오버랩되는 건, 전쟁이란 배경속에, 최대치(최재성)을 괴롭혔던 일본장교(장항선), 윤여옥(채시라)을 두번 죽인 일본경찰(박근형)의 존재를 <로드넘버원>에선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주인공을 독하게 강하게 만드는 악역이 없으니, 장우와 수연이 고생끝에 재회해도 애절한 느낌이 없다. 베드신도 시청자를 붙들기 위한 꼼수로 밖에 보이지 않는 것. 북한군이란 막연한 적이 아닌, 제대로 된 악역을 만나 고생한 후, 재회했다면 싶었다.
2. 불필요한 덧칠
제작진은 이상하게 회상신에 집착한다. 4회까지 나왔던 회상신만 모아도, 1편을 만들 수 있을 정도다. 그럴 바엔 차라리 처음부터 회상없는 정공법으로 스토리를 전개해야 했다. 자꾸만 타임머신을 타고 역주행을 시도하니, 시청의 맥이 끊긴다. 더군다나 과거로 돌아간 시점엔 아름답기보단 손발이 오그라드는 닭의 기운만이 남아있다. 채널이 돌아가기 딱 좋은 상황만을 찾아서, 과거여행을 하는 제작진의 악수가 끊이질 않는다.
태호의 회상에도 볼거리가 없었지만, 장우가 회상한 1회의 장면은 정말 아니었다. 아무리 좋은 장면도 자꾸 보면 싫증나는데, 시청자에게 그다지 기억하고 싶지 않은 장면을 반복 세뇌시키면 채널을 고정하는데 무리가 따른다. 어차피 '스피드'에 중점을 뒀다면, 인물들의 과거는 대충 마무리해도 전개에 별 지장도 없을 뿐더러, 장우가 수연의 그림을 보며 눈물을 글썽이는 장면만으로도 충분히 설명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불필요한 덧칠이 화면을 탁하게 만든다.
베드신 자체에 문제가 없고 아무리 사랑스럽게 찍는다해도, 과정이 매끄럽지 않으면 깊은 인상을 줄 수 없다. 오히려 이질적인 느낌만 남는다. 전투를 한 템포 죽이고, 멜로에 집중한 4회의 의도는 좋았지만, 두 사람의 애절함을 극대화시킬 내용의 접근이 빈약했다. 화끈한 로드넘버원이 절실한 게 아니라, 독한 로드넘버원을 기대할 수 있는 비상구가 보였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