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및 드라마

김희선만한 신데렐라없다

바람을가르다 2009. 6. 26. 13:37


드라마하면 떠오르는 톱스타 여배우는 누가 있을까요?

<질투>라는 드라마로 트렌디드라마를 선도한 故 최진실씨를 들 수 있습니다.

이어, <마지막 승부>으로 데뷔, <청춘의 덫>에서 연기력을 뽑낸 청순의 대명사 심은하.

모래시계 고현정, 드라마의 퀸 최지우, 내조의 여왕 김남주, 막장의 여인 장서희 등

일일이 손에 꼽기 힘들정도죠.

 

사실, 신인이나 지명도 낮은 여배우가 톱스타의 반열에 오르는 공식은 간단합니다.

도시풍의 생활과 신세대의 사고방식등을 다룬 트렌디드라마를 통해 시청자에게 어필하는 것.

특히, 여배우에게 신데렐라만큼 좋은 배역은 없습니다.

시청자가 같은 편이 되어주는 순간이니까요.

신데렐라스토리는 진부한 것 같지만, 유통기한은 없는 것 같습니다.

최근 가장 주목을 받는 <찬란한 유산>의 경우만 봐도 알 수 있죠.

  

그렇다면, 드라마에서 신데렐라 역할을 가장 잘 소화했던 배우는 누구일까요?

청순한 연기의 레전드 심은하?

드라마의 여왕 최지우?


바로 김희선씨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


주변에 도사리는 악역들과 맞서, 있는 구박 없는 구박을 참고 견디며,

언제 어디서 닥칠 지 모르는 중상모략에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보여주죠.

브라운관 속에 그녀의 그늘진 모습은 어떤 여배우도 흉내낼 수 없는 포스가 있어요.

아픔을 가장 절제된 표정으로, 기가 막히게 표현하는 것 같습니다.

단지 실상에서 지나치게 활발하고 당찬 그녀의 모습에 배신감을 느낄 뿐이죠. 

여하튼 왕자님을 만나는 일련의 과정 속에 튀지 않는 그녀의 매력이 돋보입니다.

 



대표적인 드라마로,

<미스터Q>, <토마토>, <세상끝까지>, <안녕 내사랑>, <슬픈연가> 등이 있습니다.

그녀의 연기가 가장 빛났던 작품을 꼽으라면,

<미스터Q> <세상끝까지>를 찍었던 때가 피크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가장 최근 작이라 할 수 있는 <슬픈연가>에서 그녀는 실망 그 자체였으니까요.

 

그럼에도 김희선씨는 단순히 외모가 뛰어났기 때문이 아니라,

그 외모를 받쳐주는 좋은 연기가 있었기에 최고의 여배우 중에 한사람이었습니다.

 

현재 김희선씨를 잇는 차세대 신데렐라가 딱히 보이질 않습니다.

신데렐라라는 캐릭터는 어찌보면 드라마에서 굉장히 흔히 볼 수 있으며,

톱스타로 가는 등용문처럼 여배우라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베이스 연기임에도

막상 그 배역을 맛깔나게 소화하는 배우를 찾아보기 힘들다니, 아이러니합니다.

신데까지만 있고 렐라가 없다고 해야될까요?

 

외모가, 배역이 신데렐라라고 해서 시청자에게 어필할 순 없습니다.

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가 신데렐라여도, 구두사이즈에 맞는 연기가 안 나와주면,

드라마가 아무리 히트쳐도, 오히려 여배우의 가슴엔 주홍글씨만 새기는 꼴이 되버리니까.

김태희, 김아중, 한예슬씨 등이 아무리 이름 앞에 톱스타가 붙는다한들,

연기가 진일보하지 못한다면 반쪽짜리 배우로 남을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일례로 최지우씨의 경우,


초기작인
<첫사랑>등을 통해선 발연기라는 혹평이 따라다녔습니다.

단순히, “실땅님차원의 발음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진실>, <겨울연가> 등을 통해, 연기력을 점차 인정받게 됩니다.

연기에 대한 열정과 노력이 없었다면, 드라마의 퀸이 아닌 드라마의 혀로 남았겠죠. 

 

배우의 본업은 연기입니다.

연기라는 것도 자꾸 부딪히고 보완해가며 내공을 쌓아가야 하는 것일 진데,

연기는 뒷전인 채, 외모나 이미지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기획사와 여배우들이

과거에 비해 부쩍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 아쉽습니다.

 

김희선씨가 컴백한다는 소문이 들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애엄마가 된 그녀에게 예전의 신데렐라 연기를 기대하기도 어렵겠지만,

전처럼 같은 배역을 맡는다해도 몰입이 될 것 같진 않습니다.

그래서 브라운관에 차세대 신데렐라가 누가될 지 더 궁금해집니다.

비단 제 생각일 지 모르나,

김희선씨가 벗어놓은 유리구두는, 아직 주인을 찾지 못한 거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