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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단합대회, 최악이었던 이유?

바람을가르다 2010. 6. 21. 07:49







강호동은 이승기에게 영어로 '감'이 뭔지 아냐고 물었다. 이승기는 대답하지 못했고, 이수근은 '떫음'이라는 애드립을 선보여 촬영장을 폭소도가니로 이끌었다. 이어 나영석PD는 '애드립의 정석'이 된 이수근에게, 애드립 강의를 요청했다. 그러나 이것은 분명 무리수였다.

애드립은 기대하지 않았을 때, 터져 나와야 웃음이 배가된다. 아무리 이수근이 개그맨이라지만, 멍석을 깔아주면 풀어 가기 버거울 수 밖에 없다. 그러니 '애들입'이라는 기대이하의 애드립이 나온다. 이에 강호동이 '애드립의 메시'를 던져 준 덕에, 겨우 '애드립의 반데사르'를 건진 이수근. 탄력이 붙어 이운재까진 좋았는데, 칠라베르트로 분위기를 다시 다운시킨 후, '김종민효과'로 급수습에 성공한다.

애드립 강의보다 이수근이 빛난 건, 즉석에서 선보인 슬랩스틱 코미디였다. 준비된 콤보로 리얼하게 선보인 몸개그는, 자지러지게 만들기 충분했다. 찬사가 아깝지 않은 센스. 그러나 김종민이 이수근을 똑같이 따라했을 때엔, 멤버들조차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김종민이 이수근을 따라한 몸개그는, 산나물의 고장 전남화순을 찾은, 해피선데이 <1박2일> 단합대회 전체를 설명한 듯한 장면이다. 재탕은 재미를 주기 힘들다는 것.  

 


1박2일 단합대회, 최악이었던 이유?
  
20일 방송된 단합대회 2탄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준비없는 방송, 마치 재방송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난 주 1탄에서 했던 '감정표현게임'은, 이번 주 기상미션에서 그대로 재현됐고, 잠자리복불복에 쓰였던 '산나물릴레이'도 마찬가지다. 차이점이 있다면, 1탄에선 성공했고, 2탄은 모두 실패했다는 정도일까. 

지난 주 1탄은 순조롭고 볼만했다. 김C의 공백은 아쉬웠지만, <1박2일>의 색깔은 유지되고 있었다. 감정표현게임도 재밌었고, 맑은 공기속에 산나물을 체험하는 멤버들을 보며, '그곳에 가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소소하지만, 담백한 재미가 있었다. 그 코스가 2탄에서 반복되니 재미가 반감될 수 밖에 없다.

복불복도 마찬가지다. 강호동, 이수근의 OB팀에 입성한 은지원 때문에 YB팀(MC몽,이승기,김종민)의 새로운 조합으로 승부를 걸었지만, 완성도는 전보다 못했다. 멤버의 조합에서 온 실패라기 보단, 제작진이 준비한 '가마솥 3종 경기'로는 예능의 신이 강림해도, 재미나 긴장감을 살리기가 버겁다. 



전체적으로 제작진의 준비가 소홀했다는 느낌이 든다. 굳이 '단합대회'라는 거창한 타이틀이
필요했을까 싶을 정도로, '이수근의 원맨쇼'를 빼면 볼거리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이수근은 빛났지만, 정작 <1박2일>의 재미는 죽어버렸다. 팀플레이를 통한 웃음이 '1박2일'의 트레이드 마크인데, 반복된 게임과 미션이, 그 재미마저 갉아 먹고 말았다. 급기야 나영석PD가 직접 나서, 막판 반전을 노렸지만, 재미의 강도는 예전만 못했다.

이번 단합대회는, '1박2일'의 명성과 어울리지 않는 사실상 대실패였다. 나영석PD가 미션에 실패하고, 강호동을 비롯한 멤버들이 '대실패'라고 환호하는 장면, 나영석PD가 '죄송하다'고 사과하는 장면에서, 안쓰럽기까지 했다. 마치 시청자에게, 그들스스로 단합대회가 '대실패'였고, '죄송하다'고 사과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1박2일>이라고 해서, 매번 대단한 재미를 줄 순 없다. 그러나 한 여행에서, 같은 아이템을 반복적으로 사용하고 재방송느낌을 주었다는 점은, 제작진의 준비가 소홀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특히나 김C가 하차한 이후, 처음 떠난 여행이다. 더욱 세심하게 준비해서, '참 열심히 한다.' '김C가 없는 만큼, 두배로 노력하고 있구나.'라는 생각대신, '성의가 없었다.'는 인상을 남긴 건, 올들어 최악의 '1박2일'이었다고 느낄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