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차범근, 일본에 편파해설은 없었다!
월드컵 해설과 '차두리 로봇설'로 한창 인기몰이에 들어간 차범근감독이, 때 아닌 편파해설 논란에 휩싸여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14일 벌어진 남아공월드컵 조별예선 '일본VS카메룬' 전에서, 그가 이웃나라 일본보다는 카메룬을 응원하는 듯한 해설을 이어갔다는 것.
그 예로, 차범근 해설위원이 후반전 카메룬의 공격이 실패로 돌아갈 때마다 안타까움을 드러냈고, 특히 인저리타임에 카메룬의 결정적인 골 찬스가 일본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자, (카메룬 입장에선) 들어갔어야 하는 골이라며, 진한 아쉬움을 내비쳤다는 것. 그리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카메룬을 독려하고, 경기가 끝나자, 차범근 특유에 말투로, (실망스럽게) "아... 끝나네요."라며, 마치 비기지 못해 섭섭하다는 뉘앙스를 풍겼다는 것이다.
차범근, 일본에 대한 편파해설은 없었다!
재밌는 건, 그가 카메룬을 '편애했다'는 반응 못지않게, 일본위주로 해설을 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공정했다는 얘긴데...
캐스터 배성재는 분명 일본에 호의적이었다. 일본의 미드필더진을 아시아 최고라고, 자주 언급하며 치켜세웠다. 그러나 내가 보기엔, 그것은 과거일 뿐, 현재는 한국의 미드필더 (박지성-기성용-김정우-이청용)라인이 아시아는 물론, 세계적인 클래스라고 보는데 말이다.
배성재의 일본 찬양(?)에 일침을 가하듯, 차범근은 일본의 성장속도가 생각만큼 따라주지 않았다는 객관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동시에 이웃나라 일본이 같은 아시아 팀인 만큼, 경기를 잘해주는 것은 반가운 일이라며, 일본의 선전을 기원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바로 여기에 차범근 해설에 포인트가 있다. 칭찬과 비판의 중립모드.
전체적으로 차범근의 해설은, 전반은 일본 위주, 후반은 카메룬 위주로 해설을 한 게 맞다. 그러나 이것을 두고, 편파해설을 문제 삼을 순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일본VS카메룬'의 경기는,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재미없는 경기중에 하나였기 때문이다. 공격다운 공격이 90분 동안 가뭄에 콩나듯 나왔다, 패스는 뚝뚝 끊겼고, 중원에서 지루한 공방전의 연속이었다.
이런 지루한 경기를 중계하는 해설자의 입장은 어떨까? 게다가 차범근은 선수출신의 축구인이다. 당연히 공격적인 축구가 전개됐으면 하는 바램이 생길 수 밖에 없다. 골찬스가 많이 등장해야 시청자를 붙들 수 있기 때문이다.
혼다 게이스케에게 1점을 헌납한 카메룬이, 보다 공격적으로 나오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카메룬은 후반전에도 크게 힘을 내지 못했다. 번번이 롱킥으로 의미없는 패스를 남발했고, 미드필더진의 세밀한 패스는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중간에 볼을 뺏겨 위기를 초래할 수 있었지만, 일본의 역습은 날카롭지 못했다.
차범근은 카메룬이 선수교체 등으로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해설을 했다, 시청자가 지루한 나머지 채널을 돌리지 않게끔, 월드컵을 즐기도록 유도 해설을 했다고 보는 게 맞다. 그것이 카메룬의 공격이 결정적인 찬스를 맞았을 때, 흥분하는 멘트로 이어졌던 것이다. 반대로 일본이 골대를 맞췄을 때, 차범근이 목소리를 높여 아쉬운 탄성을 질렀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아무리 카메룬이 못했어도, 후반전은 카메룬이 주도권을 쥐고, 공격적으로 나왔었다. 반면 수비에 치중한 일본은, 골대를 한 번 맞췄을 뿐 거의 찬스가 없었다. 공격하는 카메룬위주로 해설하는 건 당연했다. 오히려 전반전에 이어 후반전마저, 수비에 급급한 일본을 칭찬했다면, 그것이야 말로 편파해설에 가까웠을 것이다.
차범근은 지극히 축구인다운 해설을 했다. 지고 있는 팀이 분발해서 경기를 재밌게 만들어주길 바라는 마음. 공격적인 축구로 시청자에게 볼거리 많은 경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일본은 1점을 지키기 위한 축구를 했고, 카메룬의 조직력은 형편없었다.
경기 끝난 뒤 차범근의 아쉬운 탄성은, 카메룬이 일본과 비기지 못해서가 아니라. 경기가 너무 실망스러웠기 때문이다. 월드컵이란 이름에 어울리지 않는 루즈한 경기에 대한 실망감의 표현이라고 봐야 맞다. 인저리타임에 카메룬이 기적같은 동점골을 넣었다면, '이게 축구다!'. '축구란 끝까지 봐야 한다. 정말 재밌지 않은가?'라는 표현을 하며, 축구인으로서 시청자에게 축구를 자랑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최악의 경기, 재미라곤 찾을 수 없는 경기를 중계한 차범근은, 실망스러움을 숨기지 못했다. 일본은 한국이 아니다. 일본이 한국의 경기를 칭찬했다고 해서, 굳이 일본의 경기력를 칭찬하고 편파해설을 할 필요가 없다. 차범근은 객관적인 해설을 했고, 시청자를 위한 해설을 했다. 그것이 해설자라면 당연한 의무다.
만약 일본이 골도 많이 넣고, 경기를 잘 풀었다면 일본을 침이 마르게 칭찬했을 것이다. 그러나 수비에 급급해 그렇지 못했고, 지고 있던 카메룬이 후반전엔 공격의 주도권을 잡았기에 초점을 맞출 수 밖에 없었다. 해설은 경기력에 맞춰야 공정한 것이다. 차범근의 편파해설은 없었다. 단지 그는 '일본vs카메룬'의 졸전을 아쉬워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