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일본 승리를 원하지 않은 이유
14일 열린 남아공월드컵 '일본VS카메룬' 전은 예상을 뒤엎고, 일본의 1:0 승리로 끝이 났다. 결승골을 넣은 선수는 'CSKA 모스크바' 소속의 혼다 게이스케.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 활약했던 선수답게 골문앞에서 침착했다. 지난 한일전에선 차두리에게 꽁꽁 막혔던 선수가, 카메룬을 상대로 꽤 활약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전체적으로 일본의 기동력이 모래알같았던 카메룬의 조직력을 앞섰던 게, 승리로 이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만큼 선수들의 명성, 아프리카의 맹주라는 이름값을 못한 카메룬. 반면 일본 강점인 미드필더의 날카로운 패스플레이를 보긴 힘들었지만, 중원에서 카메룬의 예봉을 차단하던 유기적인 압박플레이는 칭찬해 줄 만했다.
네덜란드전은 힘들겠지만, 덴마크를 상대로 무승부만 거두어도, 16강에 희망을 걸 수 있게 된 일본대표팀. 독일에 0:4로 대패한 호주나 브라질,포르투갈,코트디부아르가 속한 죽음의 G조 북한은 사실상 16강이 힘들다. 결국 아시아에선 한국과 일본만이 16강에 진출할 찬스를 잡은 상황. 문제는 그리스보단 아르헨티나와 나이지라아가, 카메룬보단 네덜란드와 덴마크가 강하다고 볼 때, 양국 모두 1승에 도취할 때가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일본의 승리를 원하지 않은 이유
한국이 그리스를 2:0으로 제압하자, 일본언론과 네티즌을 중심으로 한국대표팀에 대한 찬사와 부러움을 드러냈다. 이에 국내 여론도 일본대표팀에 호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실제로 경기전 일본이 카메룬을 이겼으면 좋겠다는 반응을 쉽게 접할 수 있었다. 역사와 스포츠는 따로 봐야 한다는 열린 사고. 한일전이 아니라 더욱 그러한 듯 하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일본의 승리를 원하지 않았다. 일본인은 좋더라도, 일본이란 나라가 싫기 때문이다. 역사를 왜곡하고, 독도를 강탈하기 위해 국제적인 로비를 멈추지 않는다. 역사와 정치는 스포츠와 별개다? 순수한 스포츠를 놓고, 김연아의 금메달을 박탈해야 한다고 말도 안되는 주장하는 나라. 2002년 대한민국 월드컵 4강이 심판매수에 의한 것이라 날조를 하고, FIFA에 의뢰해 DVD를 제작해서 전세계에 돌리는 나라.
일본이 월드컵에서 죽을 쑤면, 아시아의 티켓이 줄어든다? 실력이 없는 대륙은 아시아든, 북중미든, 티켓이 한장이든 반장이든 줄어드는 건 당연하다. 더 나은 실력을 갖춘 나라에게 월드컵의 기회를 부여하는 게 잘못은 아니기 때문이다. 아시아도 실력에 따라, 티켓이 늘어날 수도, 줄어들 수도 있다. 다만 일본의 승리를 응원하면서까지, 티켓수가 유지되거나 늘어나기를 바라고 싶진 않다.
오카다감독은 카메룬전을 앞두고, 그리스에 승리한 한국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그들은 한국을 의식하고 있다. 물론 우리도 마찬가지다. 카메룬 전 승리를 보며, 자칫 아르헨티나전을 앞둔 대표팀이 부담을 느끼진 않을까 걱정스럽기도 했다. 최소한 일본보다는 성적이 좋아야 한다는 생각. 이것은 대표팀뿐 아니라, 국민들도 느끼는 것 아닌가.
절대 그럴리는 없겠지만, 만에 하나, 한국이 16강에 실패하고 반대로 일본이 조별예선을 통과한다면? 아시아의 왕자라고 호들갑 떨 일본을 봐주기 힘들 것 같다. 반대로 월드컵을 위해 준비한 우리대표팀의 고생이 국민들에게 외면당하고 금방 묻혀 버리진 않을까 우려스럽기도 하다. 일본이 선전하는 것을 두고 실력자체를 폄하하고 싶진 않다. 그러나 설사 소인배가 되더라도, 일본이 한국과 아시아를 빛내고 16강에 함께 오르자는 식의 응원은 하고 싶지 않다.
지난 일본원정에서 2:0으로 완벽하게 일본을 제압했던 한국대표팀. 현재의 실력은 분명 우리 대표팀이 한 수 위라는 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서로 다른 조에 편성되었고, 양국 모두 16강 진출을 바라보고 있다. 절대평가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상대평가를 통해 점수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 한국이 잘하면 되고, 한국을 응원하면 된다를 말하고 싶은 건 아니다. 아시아를 위해서든 일본을 위해서든, 일본대표팀을 응원을 해줄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이 일본보다 성적이 좋지 않더라도, 대표팀을 향해 쓴소리대신 박수를 쳐줄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