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월드컵과의 악연 끊을까?
월드컵을 통해 가장 비운을 팀을 꼽으라면,
전 스페인을 꼽고 싶습니다.
현 FIFA랭킹 1위.
유로 2008 우승팀 스페인.
현재 34경기 무패행진을 달리는 <무적함대> 스페인.
세계 3대 빅리그 중에 하나인 프리메가리그를 운영하고 있으며,
레알 마드리드, FC 바르셀로나와 같은 명문 클럽팀을 보유한 전통의 강호.
이태리, 독일 등과 함께 가장 월드컵에 자주 모습을 비추는, 유럽의 강자 스페인.
제가 왜 그들을 굳이 비운의 팀이라고 꼽았을까요?
바로 월드컵이 시작되면, 스페인이 가진 실력을 전부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매 대회마다 조별리그에선 가장 손쉽게 16강에 안착하는 팀 중 하나인 스페인은,
이상하게도 토너먼트에선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무너지고 마는데요.
월드컵에서 스페인의 최고 성적은 4강입니다.
그것도 한 차례에 불과합니다.
반대로 조별리그에선 죽을 써 가며, 간당간당하게 턱걸이하는 디펜딩 챔피언 이탈리아는
토너먼트로 접어들면, 실력 이상의 힘을 받아 결승까지 오른 경우가 무려 6번.
총 18회의 월드컵을 통해, 5회 우승에 빛나는 브라질에 이어 4차례 우승한 국가가 됩니다.
월드컵에 신이 있다면, 이탈리아를 편애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니까요.
지난 02년, 16강에서 한국이 이탈리아를 격파했다는 게 정말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스페인은 특히나 월드컵에서 우리나라와 인연이 참 깊은 나라죠.
90년 이탈리아대회에선
황보관 캐논슛만큼이나 기억 남는 이름, 해트트릭을 저지른 미첼이란 선수.
94년 미국대회에선 홍명보,
당시엔 스페인 선수가 전반전에 한 명 퇴장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참 힘겹게 비겼습니다.
2002년 8강전에선 승부차기끝에 대한민국에 고개를 떨구던 그 팀.
이운재의 미소 뒤로, 실축한 호아킨의 멍때림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번 남아공월드컵 조추첨에서 한국이 가장 피했으면 하는 상대가 있다면,
브라질도 아르헨티나도 아닌, 스페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조별리그에서 만큼은 무적함대의 포스를 유감없이 보여주니까요.
남아공 월드컵에서 가장 주목하고 싶은 팀도 바로 스페인입니다.
영원한 우승후보 브라질도, 디펜딩 챔피언 이탈리아도 아닌, 유로2008의 황태자 스페인.
그 이유로 세대교체가 가장 완벽하게 완성된 팀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스페인의 세대교체는 2006년에 이뤄집니다.
그리고 조직력은 유로2008을 통해 완벽하게 구현됩니다.
2006년 월드컵을 통해, 대표 스트라이커 라울과 모리엔테스를 내리고
젊은 신예 페르난도 토레스와 다비드 비야로 세대교체를 단행한 스페인은
축구팬들의 우려와 달리, 조별리그 3승 무패로 일찌감치 16강에 선착합니다.
월드컵의 저주일까요, 스페인의 숙명일까요?
조별리그에서 보여주던 포스는 사라지고,
16강에서 만난 앙리의 프랑스에 맥없이 무너진 스페인은
또 다시 큰 경기에 약하다는 비아냥과 함께 토너먼트의 희생양이 되고 맙니다.
그러나 유로2008의 우승으로 더 이상 이름 뿐인 강자가 아닌
이제는 타이틀 홀더로서, 숨겨왔던 이빨을 드러낸 진정한 강팀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2006년 당시, 전광석화같이 빠르게 상대 골문을 유린하던 토레스와 비야는
내년 월드컵이 시작되면 20대 중반으로 축구의 절정기를 맞게 됩니다.
싸비와 사비 알론소, 파브레가스, 실바, 마타, 이니에스타 등이 허리를 담당하는 중원.
수비는 푸욜을 필두로 라모스, 피케, 부스케스, 마르체나 등이 받치며
골키퍼엔 레알의 수문장 카시야스가 버티고 있습니다.
주요 필드플레이어의 연령층이 20대 중후반으로 젊고, 선수로서 전성기를 맞고 있는데다
푸욜이라는 정신적 지주가 버티고 있어, 이 보다 더 완벽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과연 스페인이 이번 남아공에선 월드컵의 악연을 끊고,
4강, 이어 결승까지 오를 수 있을까요?
대진운만 따라 준다면, 4강은 무난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남아공에서 스페인의 행보를 지켜보는 것은, 월드컵의 또 다른 볼거리가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