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규 남아공행, 예능 최악의 미션?
6일 방송된 해피선데이 <남자의자격>은, 지난주에 이어, '남자, 고등학교에 가다.' 2탄이 방송됐다. 고등학생으로 돌아간 멤버들(이경규,김국진,김태원,김성민,이윤석,이정진,윤형빈)은, 자식같고 동생같은 학생들속에 격이 없이 어울리며, 추억을 되살리고 웃음을 나누었다. 비록 하루에 불과한 시간이었으나, '남자의자격'의 방식으로 친구처럼 접근한 루트는, 세대를 허무는 재미를 선사하고 미션의 진정성을 녹이기에 충분했다.
이어진 남아공월드컵 특집 '이경규가 간다'를 비튼 '남자, 월드컵을 가다'. 대한민국과 에콰도르와의 평가전을 경기장에서 직접 응원한 뒤, 파주트레이닝센터를 찾은 이경규, 김국진, 김태원은, 허정무 감독을 만나는 특별한 시간을 가졌다. 결코 쉽지 않은 만남이 성사된 이유는, 그동안 '이경규가간다'를 통해, 월드컵 분위기를 끌어올린 대표연예인 이경규의 힘이 작용했음을 부인하기 힘들다. 대표팀감독도 인정하는 이경규의 공로는, 고생했던 보람을 느끼게 하고, 그의 어깨를 으쓱하게 만들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이경규의 남아공행, 예능 최악의 미션?
다시 한번 월드컵을 찾아 남아공으로 떠날 이경규. 이번엔 조형기도 아니고, 김용만도 아니다. 프로그램을 통해 형제가 된 '남자의자격' 멤버들과 붉은악마를 대동한다. <일밤>이 아닌 <해피선데이>를 통한 '이경규가간다'. 제작진이 바뀌었으나, 키를 쥔 이경규가 있다. 뚜껑도 열기 전에 반은 성공했다고 직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문제는 '이경규가간다' 사상 최악의 조건과 부딪혀야 한다는 점이다.
첫째, 남아공월드컵 단독중계권을 확보한 SBS로 인해, KBS<남자의자격>은 경기장을 비롯한촬영에 있어, 불이익을 감수할 수 밖에 없다. 월드컵의 보이지 않는 1인치. 경기장 뒷얘기를 담았던 '이경규가간다'의 장점을 살리기엔 어느정도 제약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SBS는 한술 더 떠, '태극기를 휘날리며'라는 예능으로 이경규와 맞선다. 이휘재를 비롯한 연예인응원단을 파견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촬영에 관해 전폭적인 지원이 예상되는 <태극기를 휘날리며>. 그러나 사실 이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원조를 따라 잡는다는 건, 단순히 분량을 많이 담는 것에 있지 않다. 월드컵특집만큼은 이경규의 노하우와 대표성을 우선순위에 두기 때문이다. '이경규가간다'에 대한 시청자의 신뢰는, 결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게 아니다. 16년을 이어온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진정한 경쟁력은 <남자의자격> 내부에 있다. 경기장 촬영 등에 제한받는 불이익을, 어떠한 방식으로 극복하고, '일밤'과 다른 '남자의자격'만의 새로운 아이템을 접목시킬 수 있느냐에 따라 재미가 결정된다.
제작진이 꺼낸 카드는 붉은악마다. 그동안 '이경규가간다'가 경기장주변, 중계진이 잡지 못한 선수 등을 담았다면, 이번엔 '응원'에 초점을 맞춘 격이다. 더군다나 남아공 치안문제로 붉은악마 원정응원단이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소수정예부대와 한 배를 타며, 시너지효과를 노린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찍을 수 없는 경기장을 대신해, 한준희, 이용수 등 KBS해설진의 목소리와 남자격 멤버들의 응원을 교차편집해, 긴장감을 살릴 예정이다. 그러나 현장분위기를 담아내는 데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SBS 중계독점이 예능까지 번진 것. 또 하나의 볼거리를 죽인 셈이다.
둘째, 남아공치안의 문제. 실질적인 최대의 난제다. '위험'이라는 변수. 이것은 경쟁에서 출발하지도 않고, 아이디어로 커버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그야말로 언제 어디서 터질 지 모르는 돌발변수이다. 예측 자체를 불허한다.
최근 현지에 파견된 각국의 취재진들이 무장강도의 습격을 받았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과정에서 부상자도 속출할 뿐 아니라, 사망자도 생겨나고 있다. 주로 외국인을 노리는 무장강도에, '남자의 자격'팀도 예외가 될 수 없는 상황이다.
제작진은 공항도착 직후부터 그리스전을 비롯한 조별예선 세경기를 치르는 동안, <남자의자격>멤버들은 현지경찰의 보호를 받는다고 전했다. 또한 개인활동은 물론, 숙소, 경기장 등 일부 장소를 제외하곤 이동을 전면통제할 예정이라고 한다. 안전문제는 한시름 덜었다고 볼 수 있지만, 행동반경은 줄고 경기장 밖에서도 탄력을 받기 쉽지 않다.
SBS 단독중계로 촬영의 제약을 받는데다, 남아공 현지의 부실한 치안이란, 두가지 악재를 만난 이경규와 <남자의자격>. 이경규와 제작진이 어떻게 돌파구를 찾고, '남자격'만의 해법을 내놓을 지,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이번 남아공행은, 예능사상 최악의 조건속에 펼쳐지는, 위험한 미션이라 볼 수 있다. 칠레 지진사태로, 남극행을 포기했던 <1박2일>을 떠올리면 더욱 그러하다. 촬영보다 중요한 건, 그들의 안전이다. 시청자와의 약속을 지키려는 이경규를 비롯한 멤버들과 제작진의 프로정신은 박수를 쳐줘야 마땅하지만, 최근 현지에서 불거진 일련의 사태가 우려를 자아낸다.
마치 종군기자가 돼 버린 듯한 예능인들. 재미와 감동을 안방으로 전달하기 위한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 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위험을 무릎쓰고 남아공행을 선택했다면, 우선도 차선도 안전이다. 촬영에 앞서, 부디 별탈없이 월드컵을 즐기고 돌아올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