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C, '1박2일'에 두고 간 것은?
6일 방송된 해피선데이 <1박2일> 경주수학여행 3탄은, 예고대로 김C의 고별방송으로 채워졌다. 잠자리에 들기 전 맏형 강호동의 입을 통해, 경주 편을 끝으로, 김C가 <1박2일>에서 하차하게 되었음을 시청자에게 알렸다.
그간 일각에서 외압설이 불거지기도 했지만, 김C의 입장은 단호하고 명확했다. 소속사와 트위터 등의 경로를 통해 이미 밝혔듯이, 김C는 하차이유로, 음악에 더욱 전념하고픈 입장을 표명했다. 밴드 '뜨거운감자'의 보컬임에도, 예능인으로 더욱 굳어진 본인이미지에 대한 혼란을 감당하기 버거웠던 것.
밴드의 리더로서 책임감, 예능보단 음악으로 대중에게 어필하고 싶은 욕구와 뮤지션으로 한 단계 도약하고 싶은, 김C의 갈망을 읽을 수 있다. 충동적인 선택이 아닌, 결정을 내릴 타이밍을 찾고 있었고, 오랜 고민의 마침표를 찍었던 것이다.
'1박2일' 이별도 예능처럼?
때로는 아름다울 수 있는 이별도, 본질적으로 정을 견디지 못하고 슬픔을 이기지 못한다. 앞으로 한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 김C가 택한 길이다. 박수치고 응원하는 게 맞지만, 갑작스러운 이별통보는 섭섭함을 떠나 감당하기 버겁다.
마지막 순간까지 쿨하고 싶었던 김C도, 투정섞인 이수근의 눈물에, 그만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이승기도 울었고, 은지원도 눈시울을 붉혔다. 보이지 않았을 뿐, 강호동, MC몽, 김종민도 같은 마음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1박2일>은 예능이다. 김C가 부담스러워 했던 것이, 바로 눈물이고 카메라가 아니었을까. 그것이 김C가 멤버들에게 쉽게 이별을 꺼내지 못했던 이유라고 생각한다. 방송에 들어가면 아마추어가 아니다. 이별도 예능답게 풀고 싶었던 김C의 프로근성이, 울컥하는 감정마저 짓누른 어색한 표정속에 묻어난다.
김C의 마음을 모를 리 없는 멤버들. 농담도 섞어가며, 아쉽지만 이별의 시간을 정리한다. 솔직히 하고 싶은 말, 해주고 싶은 말이 얼마나 많았겠나. 하지만 너무 많아서 담기가 어려울 땐, 가만히 내려놓는 것도 방법임을 보여 주었다.
그리고 가장 '1박2일'다운 이별 해법을, 따뜻한 밥한끼에 담았다. 멤버들이 직접 공수한 식재료를 바탕으로, 떠나는 김C를 위해, 손수 아침식사를 차린 멤버들. 그야말로 진수성찬. 푸짐했던 밥상이, 김C를 향해 말하지 못한 그들의 마음으로 치환된다.
김C가 '1박2일'에 두고 간 것은?
김C의 고별방송을 지켜보면서, '석별'이라는 대중가요의 가사말이 떠올랐다.
'떠나는 이 마음도 보내는 그 마음도, 서로가 하고 싶은 말 다할 수는 없겠지만...'
떠나는 김C도 보내는 멤버들과 제작진, 그리고 시청자도, 서로에게 꼭 하고 싶고, 해주고 싶었던 말은, "고맙다.", "행복했다." 가 아닐까. 강호동의 입에서 좀처럼 나오기 힘든, "사랑한다."는 말이 전부를 아우른다.
김C도, '1박2일'도. 이제 서로의 자리로 돌아가, 내일을 맞이할 것이다. 그러나 안녕이 반드시 헤어짐이 아니듯, 이별은 끝이 아닌, 또 다른 모습으로 함께 나눌 수 있는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비록 같은 곳에 있지 않아도,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김C의 몸은 떠나지만, '마음'만큼은 '1박2일'에 남겨 두었다고 생각한다.
지금껏 봐온 '1박2일'은, 단순히 여행을 떠나는 것에 있지 않았다고 본다. 그들이 아직도 찾고 있는 여행 길은, 발길이 아닌 사람의 마음이 닿는 길, 모두의 마음이 하나로 통하는 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김C의 마음도 함께 걸어가는 그 길. 언젠가 찾아낼 그 길의 끝에, 강호동, 이수근, 은지원, MC몽, 이승기, 김종민 그리고 김C도 함께 서 있지 않을까.
김C가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었듯이, 어느 날 문득, 설레이는 마음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게, 맏형 강호동을 비롯한 멤버들과 제작진이, 지금보다 더 신나는 여행, 즐거운 방송을 이어갔으면 한다. 그것이 김C가 바라는 일이고, 시청자가 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고생을 마다않고, 재미와 감동을 선사해 준 김C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