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및 드라마

수상한삼형제, 긴장감없는 베드신?

바람을가르다 2010. 6. 6. 10:22






최근 <수상한삼형제>의 행보를 보면, 막장 티를 조금씩 벗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동안 갈등의 축으로 미운 털이 단단히 박혔던 전과자(이효춘)가, 착한 아내, 너그러운 시어머니라는 이단콤보로 급변신을 꾀하는 것만으로도, 이를 대변한다. 이에 뒤질세라 주어영(오지은)마저, 과한 자책과 반성을 통해 현명한 아내로 거듭나고 있다. 

막장드라마에 막장과 갈등이 사라지고, 서로 챙겨주지 못해 안달 난 모습을 보면 낯간지럽기까지 하다. 다음주가 마지막회라고 하니 그럴만도 하지만 말이다. 쏟아냈던 갈등을 봉합하고, 가족의 사랑으로 웃음꽃이 피어야, 욕먹던 작가도 발뻗고 잘 것이다. 3회를 남긴 지금, 처리해야 할 갈등요소는, 태연희(김애란)의 알거지인생과 주어영의 임신여부다.



막장존재감 태연희의 운명은?

인터넷에 떠도는 거지마케팅에 휩쓸린 걸까? 권선징악의 철퇴를 맞고, 이미 드라마에서 빠졌어야 할 연희를 끝까지 붙들고, 시청자를 교란시킨다. 단순히 그녀에게 벌을 내려, 시청자가 음미하도록 벼랑끝으로 내모는 것은 아닌 듯 하다.

닭살부부로 부활한 '김현찰(오대규)-도우미(김희정)'가 괘씸했던 연희를 용서하고, 새로 오픈한 찜질방에 청소부로라도 고용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억지 설정은 피할 수 없겠지만, '억지'가 모토였던 '수삼'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우미부부앞에 찾아와, 무릎꿇고 눈물을 펑펑 쏟는 태연희가 그려지는 이유다.



베드신, 왜 긴장감이 없었나?

드라마에서 종종 등장하는 베드신은, 화제를 부르기 좋은 소스다. 그러나 '반드시'는 아니란 점을, 5일 방송된 <수상한삼형제>에서도 알 수 있다. 갈등이든 뭐든 닥치는 대로 써먹고 남발하는 경향이 심한 막장드라마에서, 시청자가 바라보는 베드신은 흘러가는 한 컷에 불과하다.
 
사실 결혼한 부부에게 베드신이 나오지 않는다는 게 더 이상하다. 어떤 목적(?)을 떠나, 부부가 허심탄회한 대화를 풀어가기엔 침실만큼 적절한 공간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이상(이준혁)-주어영'에겐 특별한 시간이다. 그들의 갈등요소를 제거하기 위한 타이밍이다.

노력하지 않는 부부에게, 그들이 원하는 아기를 가질 순 없다. 지난 방송 분에서, 두 번의 베드신이 등장했다. 처음엔 대화로 풀었고, 두번째는 행동으로 옮겼다. 그러나 이불을 뒤집어 쓸 땐, 로맨틱도 없고 긴장감도 없었다.



그러나 필요했다. 임신이라고 확신한 어영과 시청자를 동시에 낚기 위해, 앞장면의 베드신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기 때문이다. 산부인과를 나온 어영은 괴로워한다. 실망감을 떠나, 정말 아이를 가질 수 없게 될까에 대한 두려움이 앞선다. 절묘한 타이밍에 유모차를 끌고 그녀 앞을 지나가는 젊은 부부.

현재 드라마상 마지막회까지 끌고 갈 유일한 카드는 어영의 임신이다. 그녀를 좀 더 힘들게 만들고, 주변사람들의 걱정을 최고조로 이끈 후에, 아이가 들어설 거란 예감은 시청자도 하고 있다. 베드신을 장난스럽게 그린 이유도, 바로 다음을 위해서라고 볼 수 있다. 긴장감이나 떨림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상과 어영에겐 간절함이 필요함을 역설한 듯 보였다.

아마도 머리를 식히고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해, 두 사람이 여행을 떠날 듯 하다. 사실 두 사람은 신혼여행도 제대로 못했다. 당시, 아이문제로 싸우고 돌아왔기 때문이다. 결국 제 2의 신혼여행을 통해, 기대하지 않았던 아이가 덜컥 들어서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