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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최종엔트리, 이근호탈락에 이동국은 없다!

바람을가르다 2010. 6. 1. 12:39







<2010 남아공 월드컵> 한국 축구대표팀 최종엔트리(23명)

GK : 이운재(수원 삼성), 김영광(울산 현대), 정성룡(성남 일화)
FW : 이승렬(FC 서울), 안정환(다렌 스더), 염기훈(수원 삼성), 박주영(AS모나코), 이동국(전북 현대)
MF : 김정우(광주 상무), 김남일(톰 톰스크),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청용(볼튼 원더러스), 김보경(오이타 트리니타), 김재성(포항 스틸러스), 기성용(셀틱 FC)
DF : 이영표(알힐랄-사우디), 김형일(포항 스틸러스), 이정수(가시마 앤틀러스), 차두리(프라이부르크), 조용형(제주 유나이티드), 김동진(울산 현대), 강민수(수원 삼성), 오범석(울산 현대)


이근호, 신형민, 구자철이 제외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최종엔트리 23명이 공개됐다. 누구보다 이근호의 탈락이 눈에 띈다. 그동안 허정무의 황태자로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빛나는 활약을 선보인 이근호는, 정작 남아공에 승선하지 못한 비운을 맛본 셈이기 때문이다.

그와 대조적으로, 현재 재활중에 있으나 그리스전 이후 출전가능하다는 진단아래, 최종엔트리에 포함된 이동국은, 월드컵과의 질긴 악연의 꼬리표를 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게 됐다. 이렇듯 두 선수의 운명을 가른 결정적 이유가 뭘까?



엇갈린 운명? 이근호 탈락이유에 이동국은 없다! 

허정무감독은 대표팀에서 유일한 타겟맨이란 메리트를 안고 있는 이동국을 쉽게 포기할 수 없었을 것이다. 반드시 선발이 아니어도 조커로는 언제든지 활용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지고 롱패스위주로 풀어갈 수밖에 없을 때, 타겟형 스트라이커는 충분은 아니어도 필요조건에 속한다.    

현재 원톱을 맡고 있는 박주영을 받쳐 줄 카드로 이동국은 반드시 필요하다. 만일 박주영이 뜻하지 않은 부상 등의 악재를 만날 경우, 이동국이 아니면 대안이 없다. 실제로 박주영이 부상으로 결장한 코트디부아르전에서, 이동국이 골로 메꾼 사례가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반면 윙포워드 이근호는 마지막까지 경쟁했던 이승렬, 염기훈, 김보경 등과 포지션이 겹친 게 불운했다. 현재 박지성과 이청용의 선발을 예상할 때, 윙포워드 자원이 과다한 상황이다. 무리해서 이근호를 동반할 이유가 없었다. 사실 윙포워드 자원을 한 명 더 빼고, 구자철을 포함시키는 게 옳은 선택이란 생각이 들 정도다.

허정무감독이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대표팀의 젊은 피 이승렬과 김보경은 상승세에 있었다. 염기훈이 이근호보다 낫다고 볼 수는 없지만, 코너킥과 같은 세트피스상황에서 그의 왼발은 효용가치가 있다. 반면 평가전을 통해 본 이근호는 필드위에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볼을 끄는 경향은 더 심해졌고, 드리블과 돌파는 J리그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근호, 신형민의 탈락을 예고한 벨라루스전  

지난 30일 밤에 열렸던 '한국vs벨라루스' 경기는 0:1 이라는 경기스코어를 남기며, 연승가도를 달리던 허정무호에 재를 뿌렸다. 두팀 사이에 첫 맞대결이었으나, 유럽의 약체로 꼽히는 벨라루스에게 패배한 사실은, 붉은악마에겐 다소 충격적인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코트디부아르, 에콰도르, 일본을 상대로, 2:0으로 셧아웃시킨 대표팀이라고 믿기 힘들정도의 졸전을 펼쳤다. 공격은 봉쇄당했고 수비는 번번이 뚫렸다. 벨라루스가 아닌 본선에서 만날 그리스였다면, 0:1이 아닌 0:2, 0:3까지도 가능할 정도로 경기력은 형편없었다.

베스트 11이 출전하지 않아서 일까? 전반전 스타팅 멤버를 보면, 김정우를 대신해 출전한 신형민과 그동안 평가전에서 인상적인 활약이 전무했던 이근호를 제외하면, 실질적인 베스트가 가동됐다고 볼 수 있다. 이운재-정성룡, 김동진-이영표, 차두리-오범석의 경우는, 당일 컨디션 혹은 상대팀 컬러에 따라, 비교 우위에 선수가 선발로 나설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베스트와 다름없는 선수들로 치룬 전반전을 보며, 가장 눈에 밟힌 선수가 바로 신형민과 이근호다. 실전 감각이 무뎌져 잦은 패스미스를 범한 신형민. 들어갈 때와 나올 타이밍을 찾지 못해, 매번 공격의 맥을 끊어버린 이근호. 두 사람은 대표팀의 공수밸런스에 균열을 야기했고, 상대방에게 여러차례 역습기회를 제공했다. 



물론 한 두명으로 인해, 팀이 구멍났다고 평하기엔 무리가 있을 수 있다. 한쪽이 막히면 반대편에서 활로를 뚫는 것이 팀스포츠다. 그러나 벨로루시전에서 가장 초점을 맞춰서 봐야 할 것은, 경기력보단 선수들간의 호흡이었다. 어차피 완성되지 않은 체력을 바탕으론 좋은 경기를 기대할 수 없다. 다만 경기력에선 밀리더라도, 패스의 질, 우리 편 선수의 동선을 읽는 것은 체크가 되어야 했다.  

눈에 보이는 패스로 번번이 차단 당한 신형민, 다른 선수들의 움직임과 맞물리지 않고 앞만 보고 달린 이근호. 이들은 실력도 자신감도 결여되었을 뿐 아니라, 팀 안에 녹아 들지도 못했다. 반면 후반에 투입된 이승렬은 조커로서 활기를 불어놓고, 재치 넘치는 패스플레이로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하며 대조를 이뤘다. 

허정무감독의 판단은 정확했다. 어제를 얘기할 시간이 아니다. 오늘을 보고, 내일을 생각할 시간이다. 윙포워드 이근호는 허정무호의 '황태자'가 아닌, '황태자였다는' 사실이다. 선수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지만,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최종엔트리에 들지 못한 선수들은 고개숙일 필요없다. 팀을 위한 희생은 결코 수치러운 게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