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연예

유재석을 칭찬할 수밖에 없다

바람을가르다 2009. 6. 20. 09:43

유재석의 깔끔한 진행보단, 빈틈을 노출시키는 강호동의 둔탁한 진행을 좋아한다.  

유재석의 재기 넘치는 애드립보단, 박명수의 어눌하고 조리없는 애드립을 좋아한다.

현재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유재석보단, 과거에 최고였던 이경규를 좋아한다.

그럼에도 내가 쓰는 예능포스트엔 언제나 유재석의 칭찬이 따라다닌다.

또한 이경규를 비롯한 다른 MC들을 종종 유재석이란 거울속에 비추게 된다.

?

 

유재석이 진행하는 <무한도전><패밀리가 떴다>는 내가 자주 칭찬하는 프로그램이다.

사실 난 이들 프로그램을 거의 보지 않는다.

게스트가 특별히 관심가면 어쩌다 한 번 보게 될까, 그 외에는 보지 않는다.

<무한도전>과 동시간대에 했던 <라인업>을 보았고,

<패떴>이 할 땐, 해피선데이의 <남자의 자격>이나 <일밤>을 본다.

그럼에도 <패떴>이 아닌, <남자의 자격> <일밤>에 대해 쓴소리를 하는 포스트를 올린다.


<패떴>이나 <무한도전>과 같이 내가 보지않는 프로를, 포스트의 주제로 담을 순 없다.

내가 보는 프로그램을 얘기하고,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들을 언급하는 게 당연하다.

내가 보는 프로그램이 잘 되길 바라고, 더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으면 한다.

채널은 한정되어 있고, 시청률이 담보되지 않으면, 폐지가 되는 현실에선 더욱 그러하다.

결국 내가 즐겨보는 프로그램이 왜 시청자 코드에서 벗어나고 있는가를 얘기하게 된다.

더 보완하고, 잘 만들어 롱런하길 바라면서, 채찍을 가하고 분발을 촉구한다.


난 연예전문블로거도 아니고, 영향력이 있는 블로그는 더더욱 아니다.

그렇다고 예능프로그램을 다루는 포스트에 뜬금없는 소리만 나열할 수는 없다.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토대에서 최소한의 객관성으로 담보하기 위해,

다수의 시청자에게 어필하고, 사랑을 받는 MC나 프로그램을 비교대상으로 올린다.

예를 들어, 즐겨보는 <남자의 자격>이나 <일밤>의 문제점을 지적할 땐,

포스트 내용 중간에 <무한도전>이나 <12>, <패떴> 등을 거론할 수 밖에 없다.

리얼버라이어티라는 밑그림을 그렸다면, 잘 만든 프로의 장점을 캐치하길 바라는 것.

다수의 시청자가 인식하는 코드를 읽어 주길 바라는 것이다.

 

즐겨보는 <12>의 경우, 칭찬거리가 많지만 따로 포스트에 다룰 필요가 없다. 

이슈의 중심이 되어 많은 연예뉴스와 기사가 쏟아지고, 꾸준히 화두가 던져지기 때문이다.

많은 시청자의 공감을 얻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시청의 연속성을 담보받을 수 있다.

 

<12> <패떴>, <무한도전>, <개그콘서트> 등은 높은 시청률을 보인다.

이들은 단순한 수치를 떠나, 한번만 봐도 왜 다수의 시청자가 호응하는 지 느낄 수 있다.

그만큼 기본이 탄탄하고, 전개가 매끄러우며, 출연진들의 자세가 돋보인다.

시청자의 눈높이에 맞춰 재미를 만들어가는 재주를 가졌다.

다수의 시청자가 본다고 해서, 시청률이 높다고 해서 좋은 프로라는 보장은 없으며,

소수의 시청자가 본다고 해서, 프로그램의 질이 떨어진다고 볼 수 없다.

그러나 예능프로만큼은 다수의 시청자가 보는 프로가 좋은 프로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웃음은 나눌수록 배가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이 왜 좋은 프로그램인 지 내가 보지 않는다 해도,

많은 사람들이 잘 만든 프로라고 공감한다면 <무한도전>은 좋은 프로그램이 맞다.

유재석과 강호동이 왜 최고의 MC인지, 많은 사람들이 느낀다면 그들은 최고가 분명하다.

특히 유재석이 진행하는 프로를 보면,

그가 짜증을 내거나, 배려가 부족하거나, 프로의 자세를 잃은 적을 본 적이 없다.

최고가 되었음에도 웃음을 놓지 않고, 겸손을 잃지 않는 모습이 돋보인다.

유재석을 좋아하진 않지만, 포스트를 통해 매번 그를 칭찬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이경규김국진, 김용만, 박명수가 유재석이 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능력이 되던, 안 되던 간에,

그들이 유재석만큼 노력해주길 바라는 나의 포스트는 결국 주관적이 될 수 밖에 없다.

내가 포스트에 올리는 예능프로그램은 내가 즐겨 시청하는, 혹은 했던 프로그램이며,

<무한도전>이나 <패밀리가 떴다>보단 애정을 가졌거나, 여전히 갖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지금은 내가 시청하면서도 침체에 빠진 <일밤> <남자의 자격>에 날을 세우고, 

내가 안 보지만, 다수가 시청하는 <무한도전> <패떴>을 칭찬할 수 밖에 없다.